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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부산시 북구 덕천 지하철역 7번 출구에 4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지방신문의 기자의 요청에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이란 펼침막을 펼치고 촬영하고 있다.
 지난 27일 부산시 북구 덕천 지하철역 7번 출구에 4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지방신문의 기자의 요청에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이란 펼침막을 펼치고 촬영하고 있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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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토요일 오후 3시 부산 북구 덕천동 지하철 덕천역에서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9차 시민행진'을 위해 4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날은 '탈핵과 세월호'을 주제로 한 시민행진이었다. '북구화명촛불'의 황기철 선생님,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인 김해창 경성대 교수, 그리고 국제신문 박창희 논설위원이 주축으로 행사를 마련했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원영 수원대 교수도 이곳을 찾아왔다.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은 지난 11월 1일, 부산시 장안읍 고리원전본부 앞에 약 40명의 시민이 모여 시작됐다. 고리1호기는 30년 설계수명이 다하고 수명연장을 통해 37년째 가동하고 있는 노후 원전(핵발전소)이다. 이 핵발전소를 한수원은 내년 6월, 수명재연장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핵발전소 막기 위한 시민들... 행진을 시작하다

구포시장 근처에서 고립회기 패쇄를 위한 시민행진을 하고 있다. 구포시장과 가까워지면서 주말에 시장을 찿은 사람들은 번잡하였다. 행렬은 자연스레 길어졌다.
 구포시장 근처에서 고립회기 패쇄를 위한 시민행진을 하고 있다. 구포시장과 가까워지면서 주말에 시장을 찿은 사람들은 번잡하였다. 행렬은 자연스레 길어졌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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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록 선생님이 물닭을 가리키며 습지와 새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중록 선생님이 물닭을 가리키며 습지와 새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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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진에 앞서 김 교수는 "오늘은 정말 다사다난했던 2014년 마지막 시민행진"이라며 "내년에는 더욱더 힘과 지혜를 모아 부산시민들과 함께 '고리1호기 폐쇄'를 이뤄내는 해로 만들어보자"고 인사말을 했다.

곧이어 황기철 선생님은 "올해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부조리를 그대로 안고 있는 세월호 참사, 그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멀리서 온 이원영 수원대 교수가 "앞으로 더욱 연대를 해서 내년에는 탈핵세상을 앞당기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소개와 함께 말을 이어갔다.

북구에서 사람이 가장 붐비는 구포시장 앞으로 시민들이 줄지어 이동하였다. 탈핵의 깃발을 흔들며 "고마가라, 고리1호기"를 외치기도 하였다. 화답을 하듯 노점 상인들이 손을 흔들기도 했다. 2명 혹은 3명씩 짝을 지은 시민행진의 줄은 길게 늘어졌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낙동강변의 화명생명공원의 자전거길에 들어섰다. 주말을 맞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피해 한쪽으로 붙어 걸었다. 뒷사람과의 간격은 멀어지며 행렬은 더욱 길어졌다.

박중록 선생님이 낙동강의 습지와 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중록 선생님이 낙동강의 습지와 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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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중록(생물교사, '습지와 새들의 친구' 전 운영위원장) 선생님과 함께 걸었다. 박중록 선생님은 "낙동강 하구는 태백에서 1300리 강물이 흘러내려 바다와 만나면서 만들어진 보기 드문 땅"이라며 지율스님이 이곳을 '신들의 정원'이라고 표현한 일화를 소개했다.

박 선생님은 이어 "낙동강은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겨울철 우리나라에서 가장 철새들이 많이 찾고, 다양한 종이 겨울을 나는 곳"이라며, "4대강 개발사업을 하면서 철새들의 보금자리를 내쫓는 일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진 수변경관을 한 순간에 사라지게 한 '4대강 사업'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박중록 선생님은 길을 걷는 동안 날아가는 가마우지·물닭과 버들을 가리키며 이곳의 생태를 이야기 해주었다. 낙동강 생태탐방선 중간 선착장을 지날 때는 제대로 된 생태관광지도도 없이 운영되는 '에코호'도 비판했다.

자전거 도로 옆 제법 넓은 산책로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3~4명의 사람들과 함께 걸었다. 산책을 나온 사람, 달리기를 하는 사람, 줄지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탈핵의 깃발을 들고 길게 행진하는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다. 걷기 시작한지 1시간이 넘어가고 있을 때, 행진의 선두가 화명수영장 앞에 모여있었다. 화명수영장은 겨울을 맞아 눈썰매장으로 운영 중이었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여기서 구호 한번 외치고 가자"고 제안 했다.

"고리1호기 폐쇄만이 살길이다."
"고리1호기 폐쇄하여 탈핵세상 이뤄내자."
"고물원전 고리1호기 폐쇄만이 살길이다."

시민들의 자유 발언... "후손 위해 꼭 고리1호기 폐쇄해야"

이원영 수원대 교수(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이 "고리1호기 폐쇄하여 탈핵세상 이뤄내자!" 선창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이 "고리1호기 폐쇄하여 탈핵세상 이뤄내자!" 선창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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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교수의 선창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원영 교수의 선창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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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매장을 찿은 부산시민들은 고함소리에 살짝 눈길을 한 번 줄 뿐이었다. 시민행진은 그렇게 계속됐다. 화명생태공원의 습지 탐방로에는 제법 넓은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자유 발언 시간을 가졌다. 진행은 황기철 선생님이 맡았다.

"내년 6월 한수원은 고리1호기 재연장을 신청할 것이고, 그것을 정부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차일피일 승인을 미루면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 부산시민의 표심을 보고 결정을 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적어도 1991년 위천공단문제로 일어났던 부산시민의 민심을 모아내야만 원전마피아로부터 고리1호기 폐쇄를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힘 모아 우리 부산을 위해, 우리 후손들을 위해 꼭 고리1호기 폐쇄를 이뤄내도록 합시다." - 김해창 교수

"여기 주변은 예전에 둔치가 있었던 곳입니다. 그런데 4대강 공사를 하고 나서는 강에 생명이 없어졌습니다. 인간이 오로지 인간의 이익만 생각하고 타생명의 공간을 침범한 것입니다. 4대강이나 탈핵이나 세월호 참사나 중요한 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자 생명존중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이 없는 게 문제라 생각합니다. 돈의 세력이 4대강 개발을, 원전사고를,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내는 가장 근본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세월호 연장전'에 들어가야 합니다. 한판 싸움이 끝나고 나면 연장전에서 우리는 또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 황기철 선생님

"밀양농성 117일 넘어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북구화명촛불행동도 참 꾸준히 오래해 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밀양 부북면은 129번 송전탑에 가장 가까이 있습니다. 지금 밀양 주민들은 정말 분해요.

28~29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 송전에 들어갈 거라고 하는데 정부나 한전은 지난 10년간의 엄청난 파행과 폭력을 저질러왔으면서 단 한마디 공식 사과도 하지 않고 있어요. 한전이 책임전가를 하고, 말만 하면 거짓말을 해요. 이런 공기업이 주민을 속인다고 생각하니 분하고 원통해요." - 배수철씨

"오늘 이 시민행진이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삼척주민들의 승리도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강원대 성원기 교수님 이야기를 들으면 삼척에서 탈핵운동하는 분들이 골목골목을 누비며 주민들과 대화를 하니 그 지역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내용은 잘 몰라도 우리들의 정성을 알아주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전반대투표에 아마 85%나 힘을 모아낸 것이죠. 이번 밀양, 삼척 주민들의 투쟁이 향후 탈핵운동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 봅니다. 미래경제는 탈핵에 있습니다. 앞으로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은 물론 초록교육연대 등과 힘을 합쳐 교사 교수 등 '교육자 1만인 서명'을 이끌어냈으면 합니다. 내년에 대학의 민주화교수협의회나 지역의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 등에서 적극 나서주셨으면 합니다." - 이원영 교수

"원전은 사고가 나면 한순간에 엄청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데 우리가 어디에 방점을 둬야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시민행진에서 소중한 분들 많이 만났습니다.

저는 별 직업 없이 20년을 살아왔는데 사회참여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런 일들의 결합을 좋아합니다. 탈핵시민행진이 북구화명촛불행동과 만난 게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해 핵없는 부산, 핵없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 김종민씨

노을을 배경으로 올해의 마지막 행진 마무리

습지 탐방로 중간의 넓은 데크위에 둘러 앉아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습지 탐방로 중간의 넓은 데크위에 둘러 앉아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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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이 이어지는 와중에 석양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생각보다 자유발언은 길게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국제신문 박창희 논설위원의 발언을 끝으로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낙동강 1300리라고 하지만 이 일대가 동원진나루, 구포나루, 엄궁포, 하단나루터가 있던 곳입니다. 예전에는 삼세조창이라고 해서 3곳의 나루터에서 조정에 조세를 내던 창고가 있었지요.

일제시대에 이곳은 수탈의 나루터이기도 했습니다. 좀 더 위로 가면 기찰이라고 해서 예전엔 일본 사신이 머물렀던 곳으로 일종의 검문소였지요. 낙동강은 강을 따라 이야기도 많습니다. 우리지역을 이해하는데도 낙동강의 나루를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날도 어둡고 추워지니 이제 슬슬 강촌별곡으로 올라가 보입시더~."

20여 명은 저녁식사를 하며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에 참가한 소감과 의견을 나누었다.

방명록에 9차 시민행진 참가자들이 남긴 글
"오랜만에 대천천을 따라 강변길을 걸었습니다. 아름다운 부산이 오래도록 오래도록 더불어 살아가는 고향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반 시민이 행복한 세상 함께 만들어 가요!"

"2014년 12월 27일 박창희 논설위원님의 소개로 고리1호기 폐쇄홍보 도보에 참여하여 몰랐던 원전과 핵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금정산 산행후에 참석해서 더욱 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부디 이행사가 행복한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겠습니다."

"원전은 사고가 나지 않아도 꾸준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고리1호기는 멈춰 있어도 위험합니다. 처음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핵=죽음, 탈핵=우리 사는 세상"

"'핵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 고리1호기가 폐로되는 그날까지!"

"물좋은(맑은) 것으로 빚은 술~오래 마시고 파요! 자연을 보호해주세요! 제발~"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실천 또 실천하겠습니다. 오늘의 자리 너무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위해...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핵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요!"

"사람처럼 살고 싶어 왔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보고 갑니다. 그런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내 아이들이 살 수 있게 희망해봅니다."

"미안하고 미안해서 어른으로 할 수 있는게 이것 밖에...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분노가 강물이 되고 강물은 바다가 된다. 반드시 핵의 고리를 끊으리라."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원전반대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해 활동하시는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에게 고요와 평화가 깃들길 희망합니다. 행복하십시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세상은 역설로 가득 차 있지만 우리의 순수함은 정설입니다. 맑은 영혼. 순수한 영혼."

"벗어나고 싶어, 핵."

"소망이여, 간절하면 이뤄져라…."



태그:#고리1호기, #김해창,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 #9차 시민행진, #북구화명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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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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