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성두레생협, 풀어쓰면 안성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이 조합은 2003년도에 15명의 회원이 '생활재공동구매모임(안성의료생협의 소모임)'으로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한 안성두레생협. 하지만 7년 후, 2010년 2월 27일에 조합 창립총회가 열렸다.

이날 오픈식에 온 사람들이 테이프를 커팅하고 있다. 이로서 안성 공도에도 친환경 먹을거리를 가까이서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 키팅식 이날 오픈식에 온 사람들이 테이프를 커팅하고 있다. 이로서 안성 공도에도 친환경 먹을거리를 가까이서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당왕동점에 이어 2호점, "돈 좀 벌었을까?"

이때에 즈음하여 안성두레생협 매장을 당왕동에 오픈했다. 실로 8년 만에 이루어낸 쾌거였다. 이때만 해도 어수선한 분위기에다 이 매장이 잘 될까 염려했다. 친환경 먹을거리를 파는 매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그 후 다시 5년이 흘러 오늘(지난 23일)에 이르렀다. 공도점이 오픈하는 날이다. 공도시내에서 제일 중심가인 공도터미널 도로변에 매장이 있다. 그 위치라면 월세도 만만찮을 텐데, 매장의 크기도 당왕동 매장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안성두레생협이 돈 좀 벌었나벼?". 정말 그럴까. 농촌도시 안성에서 친환경 먹을거리를 팔아 돈을 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힘으로 공도점이 오픈되었을까. 오픈식을 하던 날, 현장을 통해 엿 볼 수 있었다.

이날 아이를 업은 엄마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저씨도 왔다. 누가 주인인지 누가 손님인지 모를 분위기가 화기애애 하다. 마을 잔치 같았다.
▲ 풍경 이날 아이를 업은 엄마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저씨도 왔다. 누가 주인인지 누가 손님인지 모를 분위기가 화기애애 하다. 마을 잔치 같았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오픈식 하는 한쪽에선 물건 사고팔고. 이 무슨 풍경?

아침 일찍부터 바깥에서는 서너 명의 사람들이 천막을 친다. 먹을거리 시식코너다. 눈이 내려 길이 엉망이고, 지나가는 버스가 바람을 일으켜 천막이 흔들리는 악조건에서도 사람들은 마냥 웃으며 천막을 친다.

매장 안에서는 곧 들이닥칠 손님을 맞이하려고 분주하다. 떡을 준비하고, 돼지머리를 준비한다. 오늘 하루 매출을 생각하며, 물건을 정리하느라 바쁘다. 한쪽에선 물건을 고르고, 한쪽에선 물건을 사고, 한쪽에선 물건을 판다. 순식간에 안성시장통이 되어버린다.

이때, 마이크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부터 공도점 오픈식을 시작하겠으니 모두 집중해주세요".

정운길씨(안성두레생협 사무국장)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사람들이 한 순간에 집중할 리 만무하다.

한쪽에선 오픈식이 진행되지만, 한쪽에선 그러거나 말거나 물건을 고르고 있다. 안성두레생협 김영향 이사장의 인사말과 내빈들의 축사가 이어져도, '오픈식 하는 사람 따로, 물건 사는 사람 따로'의 풍경은 이어진다.

순전히 조합원들의 힘으로 열었다는 안성두레생협 공도점. 앞으로 공도사람들이 이 정신과 잇대어 여기를 사랑방처럼 활용하며 마음을 나눌 것이다.
▲ 공도점 순전히 조합원들의 힘으로 열었다는 안성두레생협 공도점. 앞으로 공도사람들이 이 정신과 잇대어 여기를 사랑방처럼 활용하며 마음을 나눌 것이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어쩌면 이게 이 조합의 힘이지 않을까. 중앙 독재(?) 스타일이 아닌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메커니즘' 말이다. 다른 말로 유연함이라 해야겠지.

"누가 손님이고 누가 주인이야."

"지나가는 길에 잔치같아 들렀다"며 자신들을 이 마을 사람이라 소개하는 노부부가 왔다.  떡과 고기를 먹으면서 "아, 여기 가까워서 좋네 그려. 종종 놀러 와야 겠구만"이라 말하는 노부부의 목소리에 손님을 맞이하던 사람들은 흐뭇하기만 하다.

이날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상한(?)행동을 한다. 물건을 사러 왔으면, 물건만 사가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뭐 도와 드릴 일 없어유?"라고 묻고는 뭐라도 한다. 물건을 정리하고, 떡을 챙겨주고, 자신도 먹는다. 그러고는 물건을 사간다. 누가 손님인지, 누가 주인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러한 공도점의 오픈식이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힘과 열정이 모였다. 15명의 '공도점 만들기'팀이 꾸려졌다. 2년 동안 적합한 곳을 둘러보며 진행해왔다. 올 11월부터 공도에서 세 차례 두레장터를 열어 공도사람들에게 공도점이 오픈됨을 알렸다.

이날 조합원에 처음 가입한다는 한 여성이 '안성두레생협'이라 새겨진 액자를 오픈 선물로 가져왔다. 김영향 이사장은 이 조합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액자를 들고 있는 여성이 김영향 이사장.
▲ 김영향 이사장과 조합원 이날 조합원에 처음 가입한다는 한 여성이 '안성두레생협'이라 새겨진 액자를 오픈 선물로 가져왔다. 김영향 이사장은 이 조합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액자를 들고 있는 여성이 김영향 이사장.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이 매장의 오픈, 실은 공도에 있는 조합원들이 누구보다 염원했다. 자신들이 사는 곳 주변에 이런 곳이 생기기를 학수고대했다. 뜻이 그러니, 매장을 내는데 자연히 적극적일 수밖에. 이들은 몸으로 물질로 이 매장을 위해 헌신했다. 물론 다른 곳에 사는 조합원들의 힘까지 보태어졌다.

"아하! 여럿이서 함께. 이게 힘이었구나"

오픈식 하는 매장에서 손님인지 주인인지 구분이 안 가게 행동하던 사람들도, 매일같이 이 매장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사람들도, 당일에 일찍 와서 손님 맞을 차비를 하던 사람들도, 이 매장을 위해 출자금을 기꺼이 더 내놓은 사람들도 모두 조합원이었다.

이날 인사말에서 "이 모든 것은 조합원들의 힘"이라고 말한 김영향 이사장의 인사는 진심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서 안성 공도에서도 '내 집 가까이'에서 친환경먹을거리를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조합원들의 힘으로 말이다. 요즘, 민중의 힘으로 뭔가를 일구어내기 어려운 시대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여기가 공도사람들의 사랑방처럼 이용됐으면 좋겠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구분 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는 김 이사장은 "규모가 커지니, 경제와 효율의 논리로 이 조합이 흘러 갈까봐 조심조심 하고 있다. 원래 이 조합의 정신처럼 '늦더라도 천천히 여럿이서 함께'라는 마음을 더 다잡아야 할 거 같다"며 공도점 오픈의 정신을 밝혔다.

매장 한 쪽 벽에 붙어 있는 "두레생협은 자연과 더불어 이웃과 함께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갑니다"란 구절이 눈에 확 띈다.

안성두레생협 공도점 한 쪽 벽에 새겨져 있는 문구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이 조합의 메시지일 게다.
▲ 매장 문구 안성두레생협 공도점 한 쪽 벽에 새겨져 있는 문구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이 조합의 메시지일 게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태그:#안성두레생협, #안성두레생협 공도점, #두레생협, #친환경 먹을거리,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