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 중도에서 발굴된 청동기 시대 유적지를 보전하는 문제를 놓고, 중도를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사업 주체 측과 시민단체 간의 갈등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강원도와 춘천시, 그리고 엘엘개발은 중도에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사업자 측은 유적 일부를 테마파크 건설부지 옆으로 옮겨 복원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 측은 레고랜드가 아예 중도가 아닌 다른 곳에 건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주체 간에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급기야,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 발대식'을 치르고, "전 세계적으로 귀중한 문화유산이 될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를 보존하기 위한 범 국민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발대식에서 "춘천 중도에 레고랜드의 개발로 취락·묘역·경작지 등 최대의 고조선 유적지가 사라질 판"이라며, "중도 고조선 유적지 개발을 당장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중도 유적지처럼) 취락, 묘역, 밭 등이 종합적으로 갖추어진 복합 생활 유적이 발견된 예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어 그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이 평가되고 있다"며, "춘천시를 고조선 역사 문화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국민운동은 앞으로 "특별법을 제정해 춘천시를 '고조선 역사문화 특구'로 지정"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중도 고조선 유적이 급격히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지석묘(고인돌) 등 유적이 이전하지 못하도록 중도 입구에서 시민저지 활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1967년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고학 유적 조사를 실시하여 (중도를) 주요 유적지로 확인하였음에도 개발을 강행하여 문화재보호법과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하려는 문화재청, 강원도청, 엘엘개발 등에 대하여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범국민운동본부에 따르면, 현재 중도에서 발견된 유적은 "대형 환호 취락과 고도로 집결된 주거지, 고인돌 등을 비롯해 당시의 생업 활동을 엿볼 수 있는 공방지와 밭유적, 토갱 등 총 1400여 기의 고조선시대 유구 등과 각종 청동기, 토기, 석기 등"이 있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중도에 레고랜드 조성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중도에서 실시된 매장문화재 발굴 조사 결과, 이곳에서 고인돌 101기와 청동검 등 청동기 시대 유적이 대규모로 발견되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어 왔다.
이후, 강원도는 지난 9월 26일 "문화재위원회가 엘엘개발의 문화재 보존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지석묘는 기존의 위치에서 테마파크 확장부지(남쪽)로 이전 보존"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됨으로써 "유적지에 대한 논의는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그러고 나서 강원도와 춘천시, 엘엘개발은 지난 11월 28일 중도가 건너다보이는 삼천동 수변공원에서 '레고랜드 코리아' 기공식을 갖고, 테마파크 건설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테마파크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문화재 보존 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은 국내 관광분야 최초로 외국인이 직접 투자하는 사업이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코리아가 완성되면,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이 중도를 찾아오는 동시에, 지역에 1만여 개의 일자리가 더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도에 조성되는 레고랜드 코리아는 세계 최대 규모다. 2017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레고랜드는 1968년 레고그룹이 탄생한 덴마크의 빌룬드에 조성된 것이 처음이다. 그 이후, 지금은 영국, 미국, 독일, 말레이시아 등 총 5개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