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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회사의 일방적 해고 통보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 <카트>가 개봉 이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런데 충남 태안 지역에서도 영화 주인공인 문정희·염정아·김영애와 같은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태안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한성순, 신순옥, 이승희씨가 그 주인공. 이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과 똑같은 삶을 살면서 그들과 비슷한 이유로 회사의 탄압(?)을 받고 있다.

태안판 <카트>의 주인공들. 충남일반노조 태안하나로마트지부 조합원들(이승희 사무장, 한성순 지부장, 신순옥 감사 사진 왼쪽부터)
 태안판 <카트>의 주인공들. 충남일반노조 태안하나로마트지부 조합원들(이승희 사무장, 한성순 지부장, 신순옥 감사 사진 왼쪽부터)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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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 2013년 12월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인상된 밥값에 비해 부실한 식단을 문제 삼으면서, 정규직과 똑같이 밥값 10만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지난 여름부터 태안농협(조합장 이구형)과 충남 일반노조 태안하나로마트지부(지부장 한성순)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연일 계속되는 집회와 1인 시위 등으로 이들의 갈등은 이미 지역 사회에는 많이 알려졌다. 이에 태안농협 측은 노조원들이 집회에서 시민들에게 나누어준 유인물이 조합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들 3명의 조합원을 사법 당국에 고발했다. 이에 노조도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이구형 조합장을 비롯한 마트의 핵심 간부들을 맞고소·고발을 한 상태.

태안농협의 고발 건은 1차 조사가 마무리 되어 현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이다. 노조의 고소·고발 건은 조만간 노동부와 서산경찰서에서 태안농협 측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안농협 측은 또 지난 9월 이승희 사무장을 서부마트로 발령낸 데 이어 지난 12월 초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신순옥 감사, 한성순 지부장을 근무 태만과 상사 지시 불응 등의 이유로 감봉 3개월에 타부서 발령(한성순 지부장을 농협주유소로, 신순옥 감사는 정육점으로)을 내는 징계를 내렸다.

한 곳에 근무하던 조합원들을 각기 다른 사업장으로 발령내는 식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태안농협 이사회나 감사 등에 통보도 없이 태안농협 간부 직원만이 모인 자리에서 징계 결정을 내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애초 다수의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 의사를 밝히고 가입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약점을 이용한 태안농협 측의 회유로 현재 이들 3명만이 노조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태안군의 제일 큰 대형 마트인 태안하나로마트가 비정규직 노조 결성과 관련된 대립 양상이 법적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태안군의 제일 큰 대형 마트인 태안하나로마트가 비정규직 노조 결성과 관련된 대립 양상이 법적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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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태안농협 A 감사는 "직원들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정년이 보장된 무기 계약직 노동자들을 징계하는 것은 농협 운영 규정상 맞지 않는다"며 "농협중앙회에 질의를 해서 부당한 징계를 행한 직원들에 대해 감사권을 발동해 해당 직원들을 징계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태안농협이 17년째 운영하고 있는 태안농협주유소에 여직원이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지역에서는 태안농협이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부당노동 행위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성순 지부장은 "이번 징계는 노조원들을 표적으로 한 징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 석상에서 징계의 부당성을 알리는 행동을 반드시 하겠다"고 말했다.

태안농협 관계자는 "이번 징계위원회는 농협중앙회 유권해석에 따라 행한 정당한 징계로 노조 문제와는 무관한 내용이다, 인사 조치는 근로계약서에 조합이 필요시 다른 사업장으로 보낼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비정규직, #카트, #태안하나로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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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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