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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앞둔 여수갯가길 3코스 맞은편 너머로 남해 상주면과 거제 앞바다의 두미도와 욕지도까지 훤히 볼 수 있다.
 개장 앞둔 여수갯가길 3코스 맞은편 너머로 남해 상주면과 거제 앞바다의 두미도와 욕지도까지 훤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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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모양을 닮은 반도. 여수는 지금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갯가길 조성이 한창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관'이 아닌 '민'이 주도했다는 것. 순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탄생한 길, 바로 '여수 갯가길'이다.

전체가 완성되면 약 25개 코스, 400km의 갯가길이 탄생된다. 이는 250km 제주 올레길과 274km 지리산둘레길보다 한참 큰 국내 최대 거리다.

무려 400km... 국내 최대 힐링길 추진 중

여수 갯가길 3코스 개장은 원래 11월 말에 선보이려고 했지만 잠시 미뤄졌다. 사단법인 '여수 갯가' 김경호 이사장은 '여수 갯가길입니다'라는 연재글을 통해 길을 만들며 겪었던 사연들을 소개하고 있다.

여수 갯가길을 추진한 김 이사장은 "올레길이 막 뜨기 시작하던 2008년쯤으로 기억한다"면서 "제주만큼 아름답고 걷기 좋은 곳이 고향 여수인데, 해안가를 따라 힐링할 수 있는 트레킹 길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개의 거북 형상을 한 돌산 위를 느림보 거북처럼 느릿느릿 걸으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힐링 길을 만들고자 했다"고 갯가길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갯가길 3코스에서 바라본 돌산 임포마을 전경
 갯가길 3코스에서 바라본 돌산 임포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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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갯가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리아스식 해안인 여수 반도 420km 해안선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약 47km 정도의 길이 개장됐다. 3코스는 약 1년 만에 개장을 앞뒀다.

1코스는 돌산 우두리항에서 시작해 무술목에서 끝나는 23km 코스다. 1-1 여수 밤바다 코스는 여수시 구도심 이순신 광장을 출발해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를 건너 다시 이순신 광장으로 돌아오는 약 7km 정도다. 2코스는 무술목에서 출발해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끝나는 17km 길이다. 지난해 10월 첫 코스가 개장된 뒤 전국에서 꾸준히 인파가 몰리고 있다. 주말이면 수도권과 울산 등 경상도에서 1000여 명이 단체로 찾고 있다. 여수 갯가길 3코스 개장을 앞둔 지난 2일 김경호 이사장과 인터뷰를 나눴다. 아래는 김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제주대 언론학교수이자 사단법인 여수갯가길을 만든 '여수갯가’ 김경호 이사장의 모습
 제주대 언론학교수이자 사단법인 여수갯가길을 만든 '여수갯가’ 김경호 이사장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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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갯가길 3코스 개장을 앞두고 또다시 연기를 했는데요.
"갯가길 작업은 자원봉사자들과 재능 기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말 3코스 개장을 계획했으나, 난구간이 많아 3코스 개장을 한두 달 연기하게 됐습니다. 로프와 계단 등 안전시설뿐 아니라 걷다 쉴 수 있는 벤치 등 휴게 시설도 설치하려고 합니다."

- 갯가길 3코스가 궁금합니다.
"갯가길 3코스는 풍광이 빼어납니다. 돌산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출발해 백포, 기포, 대율, 소율을 거쳐 향일암이 있는 임포에서 끝나는 약 8km 길이의 코스입니다. 완주하는데 약 3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3코스는 지금까지 개장한 코스 중 가장 난코스입니다. 길 아래 비렁이 높고, 낭떠러지가 많아 안전시설 보강이 필요합니다. 몽돌 해변에서 남해 상주면과 거제 앞바다의 두미도와 욕지도까지 훤히 볼 수 있는 길입니다. 이성계가 머무르며 기도했다는 향일암 임포마을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볼 수 있습니다."

- 여수갯가길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전적 용어로 '갯가'는 바닷물이 들었다 빠졌다 하는 바닷가의 가장자리를 말합니다. '여수갯가길'은 우리 부모님들이 갯것 하러 다니던 갯가의 길을 복원한 것입니다. 갯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여수의 속살을 보여주는 길입니다."

갯것하던 옛길을 복원한 여수갯가길 3코스를 걸으면 여수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갯것하던 옛길을 복원한 여수갯가길 3코스를 걸으면 여수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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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단법인 여수갯가길은 어떤 형태로 운영되나요.
"사단법인 여수갯가는 비영리 법인입니다. 이사, 감사, 고문 등을 포함해 약 30여 명이 법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사들이 낸 회비는 거의 모두 길 만드는 비용으로 사용됩니다. 현장 작업은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로 진행됩니다."

- 갯가길을 만들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지요.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많은 분들이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를 통해 갯가길 작업에 동참해주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갯가길 로고와 핸드폰으로 코스 안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NFC 기술도 재능기부로 이루어졌습니다. 길은 저희가 만들지만, 진짜 길은 걷는 사람들이 만든 것입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라고 길을 만들어 놨는데 걷는 분들은 왼편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면 뒤 따라 오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왼편으로 걷습니다. 그게 길이 됩니다.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있다 할까요."

- 어려운 점도 많았죠?
"가장 어려운 점은 갯가길 작업이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으로 계획하는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무실도 없고, 상근 직원도 없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안전 시설이나 편의 시설을 설치할 재원도 부족합니다. 갯가길에 문화와 예술을 입히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등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지만, 사무실과 직원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계획하고 있는 일들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한 등산객이 여수갯가길 3코스를 걷다 잠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한 등산객이 여수갯가길 3코스를 걷다 잠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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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손길 절실

- 지금껏 갯가길을 만들면서 비용은 어떻게 충당했나요.
"길 작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회원들의 회비와 자원 봉사 및 재능 기부로 충당됩니다. 일부 지역 작은 기업들의 재정적 후원도 길 내는 비용으로 충당됩니다. 십시일반인 셈이죠."

- 제주-여수를 오가며 갯가길에 '올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주 올레길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고향 여수도 제주 못지않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역사 문화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면 충분히 친환경 걷기 길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갯가길 연재 글을 보면 공무원에 대한 서운함과 칭찬이 함께 있습니다. 
"일 열심히 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습니다. 갯가길 작업을 하면서 공무원 같지 않은 진짜 공무원을 보았습니다. 여수시청 김상태 팀장과 서동아 팀장입니다. 이들은 관광객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생각하고 실천에 옮깁니다. '저런 공무원만 열 명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습니다."

여수갯가길 3코스 굴에서 바라본 바닷가 모습
 여수갯가길 3코스 굴에서 바라본 바닷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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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인상 깊게 남는 분을 뽑는다면요?
"일주일이면 4, 5일은 갯가길에 나가 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회형 한양기계설비 대표, 김남중 오성산악회 운영위원장, 이판웅 선생 등이 그 분들입니다. 자신의 본업을 제쳐놓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전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입니다. 이들의 수고가 있어 갯가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 마지막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합니다.
"많은 분이 갯가길을 찾아 힐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여수의 관광 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고요. 갯가길은 투박하고 거친 길이지만, 자연 환경과 더불어 걷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갯가의 길입니다. 사단법인 여수갯가에서 길을 만든다고 해서 먼발치에서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의 기업들과 관공서 그리고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 가는 여수의 갯가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갯가길, #여수갯가길 3코스, #김경호 이사장, #사단법인 여수갯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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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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