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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지역은 조금 더 발전되고, 소득도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후쿠시마를 보면 알 수 있듯 사고가 나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복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원자력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것은 일부입니다. 속지 마십시오."

"한국과 일본, 원전 정책과 주민 회유 방식 비슷"

지난 5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한국농업경영인영덕군연합회에서 열린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영덕 주민들을 비롯해 삼척과 대구에서 5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 5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한국농업경영인영덕군연합회에서 열린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영덕 주민들을 비롯해 삼척과 대구에서 5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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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일본 마쓰야마 대학 교수는 이카타 현 핵발전소 주변의 변화를 사례로 들며 핵 발전소 주변 지역이 처음에는 경제 유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황폐화될 것이라며 원전 반대를 주장했다.

장 교수는 지난 5일 오후 6시부터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한국농업경영인 영덕군 연합회 사무실에서 '영덕·삼척 신규 핵 발전소 백지화 연대 회의' 주최로 열린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 어떻게 할 것인가?> 간담회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과 한국의 원전 정책 및 주민 회유 방식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일본의 (원전 정책) 진행 과정을 보면 한국의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시코쿠 전력이 1962년 원자력 담당 부서를 둔 뒤 주민을 회유하거나 대립하게 만들어 마을 주민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결국 책임 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원전이 들어서면 영덕군은 전력 회사에 종속된 재정 운영을 해야 할 수도 있다"며 "15년 정도 지나면 지방세는 급격히 떨어질 것이고, 인구도 늘지 않아 (경제 발전의) 기대 효과가 반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또 "일본 원전 건설 지역에 전원 3법(원전이나 관련시설이 자리 잡은 지역에 주는 일본 정부의 특별 교부금)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 재정 지원을 했지만, 결국 그 돈으로 스포츠 센터를 짓고 체육관과 운동장을 만들었다"며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원전을) 유지·보수하는 비용을 지역 주민이 부담해야 하므로, (지역 경제가) 좋아진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의 강연에 이어 주민들 간담회도 열렸다. 이날 참석한 지역 주민 대부분은 원전으로 주민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도 정부의 대책은 아무것도 없다며 불신을 나타냈다. 3조 원의 상표가치를 가진 영덕 대게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송이 등 영덕의 각종 농·수산물에 대한 불신으로 관광객 감소뿐 아니라 농·어업인들의 피해도 클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경일 영덕군 수산업 연합회장은 "원전에서 나오는 온배수가 수산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영덕 수산물의 상표 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데도 아무 대책도 없이 강행하려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성원기 삼척 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원전 유치를 결정하면서 주민 투표도 거치지 않고, 지방 정부가 신청하고 중앙 정부가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 대표는 "삼척은 주민투표를 통해 85%가 넘는 주민이 원전 건설을 반대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정부에 보여줬다"면서 "주민이 투표로 반대한 것을 정부가 뒤집는 순간, 정부는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덕 원전유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한국농업경영인 영덕군연합회에서 지난 5일 오후 신규핵발전소백지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영덕 원전유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한국농업경영인 영덕군연합회에서 지난 5일 오후 신규핵발전소백지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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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과 맞닿아 있는 울진군의 사례는 영덕 주민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장시원 울진군의원은 "울진 주민들은 영덕 주민을 매우 부러워한다"며 "우리는 왜 원전 반대를 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괴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영덕군은 울진군이 원전 때문에 인구가 늘고 더 잘 산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영덕군은 사과와 복숭아, 불루베리, 포도, 배 등 농산물의 연간 매출액이 490억 원이나 되지만 울진군은 2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영덕은 핵 발전소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농산물과 영덕 대게 등 수산물이 풍부해 지역 경제 발전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권순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영덕 연합회장은 "농산물이 생산되더라도 유통 부분에서 굉장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지금 울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영덕군 이름이 새겨진 박스에 담아 팔고 있는 사례까지 있다"고 말했다.

원전 건설, 영덕군 전체 주민 의견 물어야

고리 원전 인근에서 암에 걸렸다며 소송을 벌였던 이진섭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원전의 위험을 알렸다. 이씨는 "우리 집은 고리원전에서 3km 이내에 있는데 저는 직장암 환자고, 아내는 갑상선암을 앓고 있다"며 "아들은 발달 장애를 안고 태어났고, 제가 모시고 있는 장모님도 위암이다.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고리 원전 10km 이내에 5만 3000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갑상선 수술을 한 사람만 250명"이라며 "10만 명당 60명이 나온다는 갑상선암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그 위험이 무려 10배가 더 높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원전 유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정보와 공정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에 참가한 한 주민은 "원전 건설 예정 지역 주민의 의견만으로 (원전 건설을) 결정한다는 것은 영덕 주민의 삶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삼척이 왜 원전을 반대하고 나섰는지 영덕군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영덕핵발전소유치반대투쟁위원회와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주최하고, 한국농업인단체연합회 영덕군연합회, 한국수산업경영인 영덕군연합회 회원 등이 참석했다.


태그:#영덕 원전, #핵발전소,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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