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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 피로와 숙취를 풀어주는 데 으뜸 약재다. 간의 기능도 회복시켜 준다. 독성만 빼면 보약의 재료다.
 옻나무. 피로와 숙취를 풀어주는 데 으뜸 약재다. 간의 기능도 회복시켜 준다. 독성만 빼면 보약의 재료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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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이 우리 몸에 좋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옻닭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연유다. 피로와 숙취를 풀어주는 데 으뜸이다. 간의 기능도 회복시켜 준다. 신장과 방광의 결석을 막거나 없애주고, 생리 불순과 냉증 질환 개선에도 효능이 있다. 아토피 개선에도 특효가 있다.

옻에 들어있는 우루시올 성분은 또 암 세포의 성장을 막아줘 항암효과까지 지니고 있다. 이래저래 우리 몸에 좋은 약재다. 단지 흠이라면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뿐. 독성만 피하면 '보약'인 셈이다.

옻은 식품의 가치만 있는 게 아니다. 윤기를 내주는 칠의 재료로도 좋다. 이른바 '옻칠'이다. 예부터 금속이나 목공의 도장용으로 귀하게 쓰였다. 팔만대장경이 완벽하게 보존된 것도 마감재로 옻칠을 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미술품에도 많이 쓰인다. 색의 깊이와 무게가 남달라 예술적 감각을 돋보이게 한다는 이유다.

황길봉 씨가 옻나무에서 칠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있다. 옻나무에서 칠감을 얻기 위한 첫번째 단계다.
 황길봉 씨가 옻나무에서 칠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있다. 옻나무에서 칠감을 얻기 위한 첫번째 단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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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 토막들. 옻나무에서 칠감을 얻으려면 나무를 베어내 토막토막 자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옻나무 토막들. 옻나무에서 칠감을 얻으려면 나무를 베어내 토막토막 자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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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옻칠(漆)을 완벽하게 되살린 이가 있다. 전남 고흥에 사는 황길봉(66)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8일, 그를 만났다. 황씨는 8∼9년 된 야생 옻나무를 자르고 볶아 짜서 옻칠의 원료인 칠감을 만들어낸다. 순수한 옻나무에서 짜낸 칠감이다.

"옻칠의 효능은 대단해요. 어떤 칠감보다 오래 가죠. 산(酸)이나 알칼리에 녹지도 않고. 내구성이 좋단 얘기죠. 나무를 오랫동안 썩지 않게 하고. 벌레도 안 먹고. 신비로울 정도입니다. 나무에서 추출한 수액이어서 자연친화적이고요. 전자파를 흡수하고 원적외선은 방출하고. 그만큼 사람의 몸에도 좋겠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요."

황씨의 옻칠 예찬이다. 황씨는 본디 집 짓는 목수를 직업으로 삼은 도편수였다. 40년 동안 한옥을 짓는 일에 매달렸다. 시쳇말로 한옥 전문 시공업자였다. 돈도 꽤 벌었다. 옻칠을 떠올린 것도 한옥을 짓는 과정에서 생각해냈다.

옻나무 볶기. 토막 낸 옻나무를 적절한 열로 볶아낸다.
 옻나무 볶기. 토막 낸 옻나무를 적절한 열로 볶아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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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내에만 한옥이 2800여 동 있어요. 근데 한옥의 나무가 많이 상하고 있더라고요. 왜 그럴까 고민을 했는데, 문제는 칠에 있었어요. 옻칠을 만들어서 그 집에 칠해봤더니, 좋아지더라고요."

황 씨의 말이다. 한옥에 대한 사후 서비스를 다니면서 옻칠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효능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일반적인 칠에서 얻을 수 없는 효과를 얻었다. 특허 출원도 해놓았다. 관련 장비를 들여 대량 생산해 보급할 계획도 갖고 있다.

"옻나무는 지천에 있어요. 고흥에도 많고요. 베어내더라도 2∼3년 뒤면 다시 그만큼 자라나고요. 원재료 걱정이 없죠. 그러면서 효능은 빼어나고요. 순식물성이어서 환경호르몬 걱정도 없죠. 당연히 옻칠을 만들어 써야죠."

옻칠의 효능에 대한 황 씨의 자신감이다.

황길봉(오른쪽) 씨가 옻나무에서 즙을 짜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황길봉(오른쪽) 씨가 옻나무에서 즙을 짜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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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봉 씨가 옻나무에서 짜낸 순수 옻즙. 칠감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황길봉 씨가 옻나무에서 짜낸 순수 옻즙. 칠감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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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옻칠이 활성화되면 한옥을 짓는데 들어가는 재료비와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옻칠은 두 번의 칠만으로 모든 효과를 다 내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의 손길이 덜 가도 된다는 얘기다. 한옥의 칠은 지금껏 세 번씩 해오고 있다.

황씨는 옻나무 1톤 트럭 3대 분량에서 옻칠 원액 20리터를 추출해낸다. 이는 희석시켜서 한옥 2동을 칠할 수 있는 양이다. 겨울의 생산량이 이 정도다. 날씨가 풀려 봄이 되면 옻나무의 원액 추출량은 더 많아진다.

황씨의 생각은 옻나무를 이용한 칠감 생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옻칠을 활용한 김치 등 식품까지 내다보고 있다. 식품 가공에 옻칠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이미 시험도 마쳤다. '옻칠박사'로 통하는 그의 나래가 어디까지 펴질지 관심거리다.

옻칠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황길봉 씨가 옻칠의 재료가 되는 옻나무 토막을 보여주고 있다.
 옻칠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황길봉 씨가 옻칠의 재료가 되는 옻나무 토막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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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옻칠, #옻나무, #황길봉, #고흥, #옻나무 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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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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