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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은 2013년 2월 있었던 청문회 당시 모습.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은 2013년 2월 있었던 청문회 당시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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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노아무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과 진아무개 체육정책과장을 직접 거론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일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당시 유진룡 문화체육관관부 장관 등을 청와대로 불러 수첩을 꺼낸 뒤 대한승마협회 조사를 진행한 노 국장과 진 과장을 직접 거론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 유 전 장관은 5일자 <조선일보>에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다"라고 확인해 주었다(관련기사 : 대통령이 일선 공무원 콕 짚어 "나쁜 사람").

"자신 있으면 허위사실 공표로 고소하겠다고 할 텐데..."

유 전 장관은 <조선일보>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래서 BH(청와대)에서 반응을 못하는 것이겠지"라며 "(청와대가) 자신 있으면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할 텐데"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나쁜 사람" 발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9월 노 국장은 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진 과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발령났다. 결국 유 전 장관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2명의 교체를 직접 지시했음을 증언한 것이다. 이 과정에 박근혜 정부의 그림자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정씨는 자신의 딸(정유연)에게 승마를 권유하고, 강원도에 말목장 조성을 계획했을 정도로 승마에 집착해 왔다.

박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노 국장과 진 과장은 지난해 6월 ▲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 판정시비 ▲ 정윤회씨 딸 국가대표 선발전 특혜시비 등과 관련해 대한승마협회를 조사한 인사들이다. 하지만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 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사결과는 청와대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유 전 장관은 "조사 결과, 정윤회씨 쪽이나 그에 맞섰던 쪽이나 다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올렸다"라며 "그런데 정씨 입장에서는 상대방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우리 문체부가) 안 들어주고 자신까지 (정화의)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괘씸한 담당자들의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근거없는 루머"... 청와대는 사실 여부 확인 회피

청와대는 이날도 사실여부 확인을 회피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인사 개입 논란와 관련해서는 어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만 말했다. 김종덕 장관은 전날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인사 개입설은 근거없는 루머다"라고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인사개입을) 부인하는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종덕 장관 말 참고해 달라"라며 "인사는 장관의 책임하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사실 여부 확인을 묻는 질문이 계속 이어졌지만 그는 "김종덕 장관이 밝힌 것으로 이해해 달라"라고 거듭 주문했다.

김종 문화부 2차관이 지난 10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 문화부 2차관이 지난 10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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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장관의 발언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인지 여부와 관련, 민 대변인은 "(김종) 차관이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라며 "(청와대에서는) 지금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유 전 장관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친박계인 김재원 원내부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요즘 언론에서 대통령을 모셨던 전직 비서들이 여러 가지를 애기해서 국민을 혼란시키고 있는데 전직 장관까지 나서고 있다"라며 "한 나라의 장관을 지낸 분까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에 동참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원내부대표는 "도대체 왜 이런 분을 장관에 임명해서 나라 일을 맡겼는지 기가 막히다"라며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인간 됨됨이를 검증해서 장관을 시켜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장관을 임명할 때 제발 훌륭한 사람을 임명했으면 한다"라며 "당에서 청와대 인사시스템 개혁을 요구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주문했다.

"이재만 비서관-김종 차관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한편 유 전 장관은 자신과 김종 2차관의 충돌설과 관련해, 김 차관과 이재만 청와대 비서관의 연관설을 제기했다. 그는 "김 차관과 이재만 비서관은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정확하다"라며 "김 차관은 자기 배후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니지만 그렇지 않은 여러 정황 증거가 있다"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인사청탁 등은) 항상 김 차관이 대행했다"라며 "김 차관의 민원을 이재만 비서관이 V(VIP의 약자로 대통령을 지칭한 듯... 기자주)를 움직여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종 차관은 "김기춘 실장 얘기를 하고 다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이 비서관과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라며 "차관으로 있으면서 인사에 영향을 미친 적도 없다"라고 부인했다.

김 차관은 이날 <뉴스1>과 한 전화통화에서도 "8개월 동안 모신 분이었고, 문체부 최고 책임자까지 지낸 분이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언론과) 인터뷰한 것에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라며 "(유 전 장관의 말은) 100%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그:#유진룡, #박근혜, #정윤회, #대한승마협회,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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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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