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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28일) 오후 지인에게 전할 물건이 있어서 대구 북구 동천동 주민센터 건너편에 잠시 차를 정차하고 내렸다. 물건만 전하고 곧바로 갈 참이었는데 길가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이 생긴 듯하여 가까이 갔다. 기자로서 호기심이 발동, 당연히 카메라도 챙겼다.

긿은 잃은 강아지 한 마리가 도로에 위태롭게 앉아 있었다.
 긿은 잃은 강아지 한 마리가 도로에 위태롭게 앉아 있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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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털이 무성한 강아지 한 마리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사실, 강아지라 하기엔 좀 큰 녀석이다. 웬만한 어른도 혼자 들기 무거울 만큼 덩치가 제법 돼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강아지는 강아지다. 아직 덜 자란 티가 나는 어린 녀석이었다. 어젯밤부터 내린 비에 털은 흙탕물로 얼룩져 있어 지저분해 보였지만 꽤 귀하게 자란 강아지 같았다.

"오늘 오전부터 요 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길을 잃었나봐요. 아니면 주인이 버린건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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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바로 옆에서 우산을 받쳐 든 여성 한 분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분은 두어 시간 째 강아지 옆에서 지키고 계신다고 한다. 강아지가 자리잡은 곳은 바로 도로 옆이라 위험하기도 하고 불쌍해 보여서 안전한 곳으로라도 데려가고 싶은데, 사람들이 끌면 꼼짝도 하지 않는단다.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점점 더 늘어났다. 길 잃은 작은 생명의 모습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걸음을 멈춘 사람들은 모두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세상이 각박하다 말들이 많지만, 아직도 우리의 이웃은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이 모이자 강아지는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다. 위험한 순간이다.
 사람들이 모이자 강아지는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다. 위험한 순간이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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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던 강아지가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 당황했는지 도로로 뛰어들었다. 사람들 몇몇명이 도로로 나서서 강아지를 끌고 온다. 나름 일사분란하게 강아지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했다.

근처 동물병원 원장이 나와서 강아지를 살펴보고 있다.
 근처 동물병원 원장이 나와서 강아지를 살펴보고 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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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발만 구르고 있는데 마침 30여m 정도 떨어진 곳에 동물병원이 눈에 띄었다. 이를 본 한 아주머니가 바로 달려갔다. 애완견들 중에 상당수는 인식 칩을 몸에 지니고 있는데 동물병원에서는 확인해 줄 수 있을 거란 이야기를 한 직후였다.

잠시 후 파란색 병원복을 입은 수의사 선생님이 나타났다. 곧바로 인식칩 센서로 몸을 훑었지만, 아쉽게도 인식칩은 없는 듯 했다. 다시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녀석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넌 누구냐?

다행히 몸상태는 이상이 없고, 겁을 먹었을 뿐이라고 한다.
 다행히 몸상태는 이상이 없고, 겁을 먹었을 뿐이라고 한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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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종은 잉글리쉬쉽독이었다. 흔희 양치기 개로 불리는 대형견이다. 강아지인데도 덩치는 컸다. 하지만 녀석은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움직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비도 피하고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려는 아주머니들의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다.

사람들 사이에 대화가 오고가고 이른바 대책회의가 진행됐다. 그사이 처음부터 자리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임시로 보살펴 줄 곳을 찾으시더니 시간이 좀 걸려서 당장 어디에 좀 데려다놔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잠시 후, 동물병원에서 데리고 있는 것으로 결정됐다. 동물병원 원장은 참 푸근한 분이셨다. 꼼짝하지 않던 녀석이 원장의 손길에 앞발을 번쩍 들고 부축을 받듯이 따라간다. 뭔가 조금 우습기도 한 포즈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부축하듯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동물병원장. 모두들 그제서야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부축하듯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동물병원장. 모두들 그제서야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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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시간 후면 임시로 데려가서 보살펴주실 분이 오신다고 하니 모두 일단 안심했다. 사실 이대로라면 녀석은 유기견 보호소로 가야하고 거기서 주인을 못 찾으면 결국 안락사하는 운명이었으니 말이다.

도울 일이 마땅찮은 사람들도 각자 마음에 강아지의 운명이 어떻게 되려나 싶은 뒤꽁지를 남겨두는 듯했다. 마지막에 들으니 임시로 맡아주기로 한 분이 워낙 개를 좋아하셔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도 키우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다들 안절부절했는데 안심할 만한 결론이 난 셈이다.

막상 동물병원에 들어서니 안정이 됐다.
 막상 동물병원에 들어서니 안정이 됐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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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강북지역 인터넷언론인 강북인터넷뉴스(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유기견, #강아지, #대구 북구 동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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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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