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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통보를 받고 황당했습니다. 임금을 올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근무 태만도 아닙니다. 오로지 입주민들에게 인간적 대우를 받자는 건데…."

압구정 S아파트 경비원 김인준(60)씨가 토로했다. 그는 동료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언을 견디다 못해 분신한 이후 남은 동료들과 대량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경비원 대량해고는 김씨와 S아파트 경비원들만의 일이 아니다. 현재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돼 최저임금의 90%까지만 보장받았던 경비노동자들이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100% 적용받게 되면서 곳곳에서 대량해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입주민의 모욕과 폭언으로 경비원이 분신하는 일이 벌어진 강남 압구정 S아파트가  남은 경비원들에게도 해고예정통보서를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입주민의 모욕과 폭언으로 경비원이 분신하는 일이 벌어진 강남 압구정 S아파트가 남은 경비원들에게도 해고예정통보서를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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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경비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17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였다. 이들은 25일 오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노동자 대량해고 대책마련 및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범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아래 연석회의)가 꾸려졌음을 알렸다.

김인준씨도 이 자리에 함께해 "현재 S아파트에서는 경비원들이 옥상에 올라가 시위를 할까봐 아파트 측에서 옥상문을 다 걸어 잠가둔 상태"라며 "(우리는) 시위를 하자는 게 아니라 오로지 입주민들로부터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살자는 것뿐"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김씨는 "우리 경비원들의 간절한 바람은 65세도 아닌, 63세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는 것"이라며 "입주민들이 제발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같은 자리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S아파트의 남은 경비원 78명이 해고 예정 통지서를 받은 것에 대해 "이만수 열사(분신한 경비노동자-기자주)의 외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며 "정리해고를 막아내는 제도 개선 투쟁과 함께 아파트 주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운동도 함께 병행 하겠다"고 밝혔다.

"입주자대표들이 경비원 해고 논의하는 건 위법"

25일 오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17개 시민사회 단체는 경비노동자 권리 위한 범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출범하고, 제도적 개선과 입주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범시민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 경비노동자 권리 위한 범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출범 25일 오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17개 시민사회 단체는 경비노동자 권리 위한 범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출범하고, 제도적 개선과 입주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범시민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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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공감 소속 변호사는 "주택법 시행령에 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회사의 노무관리에 개입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며 "입주자 대표회의가 경비원 자를 것인가, 말 것인가 를 두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대량 해고 우려에 대해서는 "10년 전 감시단속적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이에 따른 대량해고가 예상됐지만 그동안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마련해두지 않았다"면서 "최저임금법의 적용이 해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당장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현재 전국의 경비노동자는 25만 명이고, 아파트 공화국에서 이들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임차인대표자회의나 입주자대표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경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범시민 캠페인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석회의는 기자회견문에서 "경비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어 거리로 쫓겨나게 된다면 우리 마을의 안전함도 보장할 수 없다"며 "정부가 고령화 시대에 맞는 질 좋은 노인 일자리 마련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26일부터 전국의 전철역에서 대규모 선전전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각계각층의 힘을 모아 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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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비노동자, #분신, #감시단속적 근로자,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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