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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위한 잠수작업을 총괄해온 백성기 '88수중'(주) 잠수총감독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위한 잠수작업을 총괄해온 백성기 '88수중'(주) 잠수총감독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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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 수중수색이 중단됐다. 참사 발생 209일 만인 지난 11일이다. 매일 바닷속을 뒤지던 40명의 잠수사가 철수했다. 그동안 세월호가 침몰된 바다 위에 부표처럼 떠서 자리를 지키던 바지선도 철거작업중이다.

백성기 '88수중'(주)(이하 '88수중')  잠수총감독(51)은 지난 6월부터 수난구호명령을 받아 동원된 언딘의 잠수 수색작업을 조언하기 위해 작업에 참여했다. 그러다 지난 7월 중순부터는 언딘이 빠지고 '88수중' 독자적으로 수색 작업을 해왔다.

백 감독은 작업방식을 공기 줄을 연결해 수색을 벌이는 언딘의 '표면공기공급' 에서 공기통을 장착하고 수색해 산소비율을 높이는 '나이트록스'로 교체했다. 감압시간도 수중감압을 이용해 언딘이 하던 15분에서 45분으로 늘렸다. 이를 통해 잠수 수색시간은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기존 방식은 잠수시간(수면에서 물속으로 출발한 시간부터 물속에서 수면으로 출발한 시간)이 15분 정도인 반면, 새로 도입된 나이트록스와 감압 방식을 통해 최대 1시간 잠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는 지난 15일 오전 대전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를 통해 당시를 떠올리며 "언딘이 중요한 시기에 (1시간 가까운 잠수시간이 가능한) 효율적 방식을 왜 사용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잠수 수색 중단 이유에 대해 "SP1 격실(4층 다인실) 수색이 사실상 끝났고 다이버들도 지친 데다 겨울철이라 물속 시야도 나오지 않아 사고 확률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모든 게 다 힘들었다"며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고 잠수사들의 안전도 책임져야 하다 보니 (수색 중단)이라는 '마지막 철수 결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백 감독은 남아 있는 9명의 실종자와 관련해서는 "세월호 선체 밖에서 42명의 시신이 발견된 점 등으로 볼 때 이미 선체 내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인실의 SP1 격실의 경우 이미 선체 내부 집기가 다 무너지고 그 위에 쌓여서 들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선체 인양 여부에는  "선체를 인양하려면 어떤 인양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사고 확률이 많아져 제 2의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업하는 사람들은 돈이 되니 인양하자고 한다"며 "수색 작업을 시작한 지난 4월 16일 이래 잠수사나 구조대원 11명이 사망했고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길 우려가 큰 만큼 인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딘 소속 잠수사들이 해경을 '부당해고' 혐의로 노동위원회에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88수중'이 독자 작업을 시작하면서 언딘 소속 잠수사들에게도 참여하라고 했지만 그들이 거부한 것이다,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백 감독은 곧바로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 이전에 해오던 부산 인근 섬에 침몰된 화물선 인양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백 감독과 나눈 주요 인터뷰 요지다.

"언딘이 2∼3달 예상한 일, 3일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 잠수 일은 언제부터 했나?
"특수전여단(UDT) 출신이다. 군에서부터 잠수를 했다. 제대 후 자동차 관련업을 하면서 잠수 동아리 활동을 했다. 이후 1989년 스킨스쿠버숍을 운영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잠수관련 레저 분야에서 일했다. 다음에는 수중 교각 검사 등 수중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수 년 전부터 수중 공사와 인양작업을 시작했다."

-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한 계기는?
"지난 5월 24일 해경에서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위한 자문을 얻는다며 4개 업체 관련자를 불러 모았다. 다인실 샌드위치 패널이 찌그러져 있는데 꺼내려면 창문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당초 작업을 한 언딘 측에서는 창문을 따는 데만  2∼3달 정도가 걸린다고 예상했다.
해경에서 나에게 의견을 묻기에 넉넉잡고 3일이면 된다고 했다. 잠수시간이 언딘 측이 해오던 한 차례 5분이 아닌 50분 가량으로 길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잠수시간은 수면출발시간부터 바닷속 바닥출발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이 일로 지난 5월 말부터 자문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 당시 언딘 측은 수심이 깊고 유속 등을 이유로  한 차례 작업시간을 몇 분밖에 못해왔는데 어떻게 50분 가량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나?
"당시 부산에 있는 섬에서 화물선 인양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세월호가 침몰한 수역과 유속,  수심 등 조건이 비슷했다. 그 때 실제 한 번에 50분씩 작업해왔다"

언딘은 왜? "나도 궁금하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위한 잠수작업을 총괄해온 백성기 '88수중'(주) 잠수총감독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위한 잠수작업을 총괄해온 백성기 '88수중'(주) 잠수총감독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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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110m에서 사고 후 재잠수해 총 17시간 수중 감압했음을 보여주는 관련 기록.  세월호 사고 후 수중작업 수심은 45m 정도다.
 수중 110m에서 사고 후 재잠수해 총 17시간 수중 감압했음을 보여주는 관련 기록. 세월호 사고 후 수중작업 수심은 45m 정도다.
ⓒ 88 수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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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경 측과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은?
"다 놀랐다. 일부는 믿지 않았다. 실패해 제2의 다이빙벨이 될까봐 걱정했다. 사업을 따내기 위해 허풍을 떠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사업을 따내는 일에는 관심 없고 조언(자문)만 하겠다고 답했다."

- 실제 자문을 시작한 후 작업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잠수시간이 언딘 측과 큰 차이가 나는 결정적 이유는 뭔가?
"공기통을 장착하고 수색해 산소비율을 높이는 '나이트록스'로 방식으로 바꾼 것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챔버를 이용한 수중감압방식에 의한 차이다"

- 그동안 언딘은 왜 효과가 큰 수중 감압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나?
"그건 잘 모르겠다. 나도 궁금하다. 아마 언딘의 관련 직원들 중 최신기술이나 경험이 있는 감독자가 없어 새로운 기술은 물론 위험관리 노하우가 축적돼 있지 않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 그러다 7월 중순 경부터 언딘이 수색작업에서 손을 떼고 '88수중'으로 교체됐다. 언딘이 철수한 배경은 뭔가. 일부에서는 88수중 측이 언딘을 의도적으로 밀어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아니다. 7월에 태풍이 와서 작업을 중단하고 피항해 있는데 실종자 가족들이 먼저 88수중 측에 함께 작업을 할 수 없느냐며 건의를 해 왔다. 그러던 중 검찰이 언딘을 압수수색했다. 해경 입장에서는 수사를 받고 있는 업체에 작업을 시키는 게 이상한 상황이 됐다. 그래서 작업팀이 자연스럽게 교체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언딘 측 잠수사들이 오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언딘 측 잠수사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밀어낸 게 아니다."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당시 모습.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당시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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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딘 밀어낸 것 아니다... 부당해고 혐의 고발 이해 할 수 없다"

- 언딘 소속 잠수사들이 해경을 부당해고 혐의로 노동위원회에 고발했다고 하던데?
"나는 언딘 소속 잠수사들도 참여하라고 했다. 말이 안 된다. 이해할 수 없다."

- 세월호 내부 상황은?
"SP1 격실(4층 다인실) 샌드위치 패널이 물을 먹으면서 떨어져 나왔다. 거의 너덜너덜 하다. 우현 쪽은 침대가 떨어지면서 문을 다 막은 형국이다. 수색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재수색을 하고 나면 다시 물체가 떨어져 진입로가 막히고 한다. 선실바닥에는 뻘이 40-70cm 정도 쌓여 있다."

- 시신이 먼 바다로 유실됐을 가능성은 없나?
"세월호 선체 밖 주변에서 42명의 실종자가 발견됐다. 현재 실종자 9명도 유실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잠수사들이 작업하며 생명에 위협을 느낀 순간은?
"수색도중 물건이 몸으로 떨어지거나 줄을 잡고 올라와야 하는데 줄을 놓칠 때 위험하다. 특히 줄을 놓치게 되면 자연 부상을 하게 돼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이럴 땐 매우 초조하다. 다행히 감독으로 있는 동안 관리를 잘 해서 큰 사고가 없었다"

- 가장 힘든 점은?
"모든 게 힘들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고 잠수사들의 안전도 책임져야 하다 보니 (수색 중단)이라는 '마지막 철수 결정'이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침몰사고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0여일간 지속되었던 세월호 실종자 수중 수색작업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광화문광장 농성장 천막에 실종자 9명(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권재근, 권혁규, 박영인, 양승진, 이영숙, 고창석)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며 이름이 적혀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0여일간 지속되었던 세월호 실종자 수중 수색작업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광화문광장 농성장 천막에 실종자 9명(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권재근, 권혁규, 박영인, 양승진, 이영숙, 고창석)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며 이름이 적혀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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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 인양 여부 "사고 확률 높다..'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 선체 인양 여부를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떤 의견인가?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다. 선체를 인양하려면 어떤 인양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잠수사나 작업을 하는 선원들의 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돈이 얼마가 드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제 2의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 실제  수색 작업을 시작한 지난 4월 16일 이래 잠수사나 구조대원 11명이 사망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돈이 되니 인양하자고 한다.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길 우려가 큰 만큼 인양 여부에 대한 판단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 만약 정부가 인양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인양작업에 참여할 생각인가?
"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정부가 제2의 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양 여부에 대해) 상당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 이후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
"부산 인근 섬에서 화물선 인양작업을 하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 참여했다. 곧바로 화물선 인양작업을 해야 한다."


태그:#세월호, #실종자, #수색중단, #백성기, #잠수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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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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