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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구민회관을 지나는데 어제(지난 12일)부터 알뜰 김장 시장이 개설됐다.

수영 간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이었는데 배추가 하도 싱싱해 보여 둘러보던 참이었다. 상인은 "배추는 너무 커도 맛이 없어요, 딱 요만한 크기에 속이 노랗게 알맞게 차야 맛있어요"하면서 갓이 얇고 배추 속 잎이 노란 배추를 보여준다.

장안구민회관앞에는 알뜰 김장시장이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장안구민회관앞에는 알뜰 김장시장이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 김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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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은 시댁에 내려가서 해오기 때문에 따로 배추를 살 필요는 없지만 밭으로 도로 살아 돌아갈 것처럼 갓 뽑은 것 같은 배추, 무, 파, 갓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격은 배추 한 통에 천 원하는 것도 있고, 보통은 천오백 원하는 것이 많다. 다섯 포기에 오천 원이라고 쓰인 다발도 보인다. 무도 다섯 개 한 다발에 오천 원, 갓도 한 단에 천 원, 쪽파 한 단에 삼천 원, 시중보다는 조금 저렴한 것 같기도 하다.

한쪽에서는 농가에서 직접 절인 절임 배추도 예약 주문을 받고 있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장안 구민회관 앞에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배추를 사러오는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런 김장 거리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궁금했다. 마침 이 행사를 주관한 농협의 한 직원이 현장에 있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이 알뜰 김장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농민들은 수원 근교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라고 한다. 이들은 수원시 시설채소연합회라는 단체에 소속돼 비닐하우스에서 일 년 열두 달 농사를 지어 김장시장을 열고, 무, 배추 등을 파는데 이 행사가 바로 이 '알뜰 김장시장'이라고 한다. 올해로 벌써 3년째 진행해오고 있으며 이번 김장 시장에는 총 9농가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속이 노랗고 갓이 얇아야 맛있는 배추란다.
 속이 노랗고 갓이 얇아야 맛있는 배추란다.
ⓒ 김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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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날인데 많이 팔았나요?"하고 물었더니 첫날인데 매출로만 500만 원이 조금 못 미치게 팔았다고 한다. 배추가 1500원이니 배추만 3천 포기정도 판 것이다. 어마어마한 양이 하루 만에 판매된 것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배추 값이 폭락했다느니, 배추 밭을 밭떼기로 배추를 넘기는 농가에서 남는 수익이 한 포기당 백 원 밖에 안 된다느니 하는 우려 섞인 뉴스들이 즐비하다.

그런 뉴스들을 보면 이같은 알뜰 시장은 농부가 직접 나와 판매하는 것이라 중간 마진이 없어서 소비자에게도 좋고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건을 사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옆에서 무를 사고 있는 한 시민에게 "많이 사셨어요?" 물었더니 배추는 안 사고 무만 조금 샀다고 한다. "다른 데보다 싼가요?"하고 다시 물었더니 "장삿속이야" 하며 아주 싸지는 않다고 손을 흔든다. 그럼에도 계속 물건이 팔렸다. 무엇 때문에 이곳 알뜰 김장 시장에서 물건을 살까? 아마도 그것은 싱싱함 때문일 것이다.

일반 매장에서 배추가 소비자에게 오기까지는 적어도 2일에서 3일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농협직원의 말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생산지와 거리가 멀면 멀수록 소비자에게 오는 시간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농수산 도매시장에서 중간 상인을 거쳐 우리가 사는 대형 마트나 슈퍼에 배추가 진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렇게 진열된 배추를 소비자가 선택하기까지는 아주 싱싱한 배추를 고른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것은 밭에서 뽑은지 하루가 지난 것이 된다.

장안구민회관 알뜰 김장시장에는 바로 오늘 밭에서 뽑아 싱싱한 배추와 무들이 즐비하다
 장안구민회관 알뜰 김장시장에는 바로 오늘 밭에서 뽑아 싱싱한 배추와 무들이 즐비하다
ⓒ 김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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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에 오는 배추들은 배추 농가에서 바로 아침에 뽑은 배추를 바로 가지고 나와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밭에 있던 아주 싱싱한 배추를 살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필자도 시골에 가서 김장할 때 내려가자마자 밭으로 달려가서 배추를 뽑고 절여 바로 그 다음날 김장을 담가 무르지도 않고 맛이 있었던 것 같다. 도시 마트에서는 아무리 싱싱한 것을 사도 김장할 때의 맛이 나지 않는 것이 항상 의아해 했는데 아마도 배추의 신선도 때문인 것도 같다.

농협직원에게 "수원에 농지가 많이 없지 않나요?" 하고 물었더니 수원 구석구석에는 하우스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판매하시는 분 중에 인상이 좋아 보이는 분이 보여 "어디서 오셨어요?" 하고 직접 물었더니 농장이 바로 하광교리에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광교산을 올라가는 입구에도 비닐하우스가 많이 있고, 시골스러운 풍경이 많았던 것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또 다른 분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입북동에서 왔다고 한다. 서수원 쪽이다.

알뜰 김장시장에 나오는 물건들은 다른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비싸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품질 면에서 훨씬 좋은 품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직접 눈으로 보고 싱싱하니 사는 것이리라. 이왕이면 알뜰 김장시장에서 농민에게 직접 구입해서 김장을 한다면 더 싱싱하고 맛있는 배추로 맛있는 김치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알뜰 김장시장은 장안구청에서 지난 11월 12일부터 11월 14일까지, 영통구청 주차장에서 11월 19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맛있는 김치를 담으려면 싱싱한 배추로 담는 것은 필수다. 일 년 내내 구슬땀을 흘리며 농사를 짓는 수원 농민들을 응원하는 것은 어떨까. 시간이 날 때 알뜰 김장 시장에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e뉴스와 네이버 꼬마천사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알뜰김장시장, #수원시 장안구민회관, #수원시시설채소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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