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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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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은행나무잎이 떨어지던 3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80년대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을 연상시킬 만한 행사가 열렸다. 지난 1984년 5월 민추협이라는 재야정치조직을 발족시키기 위해 상도동계(YS)와 동교동계(DJ)의 인사들이 연합했듯이, 권노갑(85)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회고록 <순명(順命)>(동아E&D) 발간 기념행사에 양쪽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정치사의 양대산맥이 다시 일어선 분위기였다.

이날 권 고문의 회고록 행사에는 김상현·김양수·김옥두·김홍업·문희상·박지원·배기선·백기운·윤철상·이윤수·이훈평 등 동계동쪽 인사들과 김덕룡·김무성·김수한·서청원·김정길·박관용·신경식 등 상도동쪽 인사들, 김한길·문재인·유인태·이미경·이종걸·이해찬·추미애·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어령·김성재 전 문화부장관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권세를 좋아하지 않는다, 권력은 안개처럼 사라진다" 

며칠 전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약간 쉰 권노갑 고문은 "감개무량하고, 감사하다"라고 회고록 발간 행사의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를 아끼는 많은 분들이 '형님은 걸어다니는 인명사전이니까 (한국) 현대정치의 회고록을 써서 후세에 남겨주는 것이 형님이 할 도리이자 책무다'라고 했다"라며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공인으로서 정치인이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쓰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해야 할 책무다'고 얘기했는데 그 말을 다시 되새기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권 고문은 자신이 회고록을 출간한 이유를 하나 더 들었다. 그는 "저만큼 억울하게 산 사람은 없다"라며 "수많은 모함과 구설수에 올랐는데 그것을 (그냥) 놔두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의 회고록 <순명>이 지난 1999년 펴낸 자서전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되는 삶이 아름답다>(2부)에 앞서 '김대중 정부 시절 이야기'(부)를 1부에 배치한 이유다.

권 고문은 "이것은 내 가족과 자식의 명예와도 관련된 것이기에 그동안 보도된 문제점을 밝혀서 '권노갑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싶었던 것이 이번 책을 출간한 두번째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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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권 고문은 "제 평생 좌우명이 정직과 의리, 신뢰와 사랑인데 저는 그 좌우명에서 크게 벗어나 산 적이 없다"라며 '권서여무(權逝如霧)'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권서여무는 '권력이란 안개처럼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는 진승현 게이트 등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려 구속됐다가 풀려난 뒤 "권력의 무상함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네,  느끼지요"라며 이 '권서여무'란 네 글자를 써 보여줬다고 한다.

권 고문은 "저는 권세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권서여무라는 말처럼 권력은 안개와 같이 사라진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정치했지, 저를 위해 정치한 적이 없다"라며 "무엇보다 우리 당 역사에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세계사에 이름이 빛나는 김대중 대통령의 버팀목으로 산 것을 영광스럽고 생각하고 아름답고 간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 "평생을 낮추며 역사를 만든 노갑이 형님, 존경한다"

이어 권 고문은 자신의 현재 나이가 85세인 점을 상기시킨 뒤 "제 인생 최후의 순간에 무엇을 남길까? 언제나 저는 그 분 곁에 있었다"라며 "그래서 내가 죽으면 묘비명에 '김대중 선생과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고 새겨 달라고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권 고문은 "회고록을 내면서 여한이 없는 선물을 받았다"라며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씨의 추천사를 언급했다. 이희호씨는 추천사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나는 권노갑 고문이 평생 같이 있어줘서 항상 감사하고 행복했다"라고 썼다.

권 고문은 'DJ의 영원한 비서실장'답게 "이 추천사를 보는 순간 감격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라며 "이희호 여사의 추천사 외에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이것보다 더 큰 명예가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감격해했다.

끝으로 권 고문은 "이제 마지막 인생을 젊은이들의 희망의 버티목이 되고 싶어 영문학 박사에 도전하고 있다"라며 "젊은이들에게 열정과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외대에서 최고령으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올해부터는 동국대에서 영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권 고문은 "마지막으로 새정치연합이 받드시 정권을 교체해서 국민에게 행복을 주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시키고, 평화통일을 열어나가길 바란다"라며 "거기에 제 여생을 바치겠다"라고 '정권교체 기대감'을 진하게 드러냈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축사에서 "모든 사람들의 형님, 노갑이 형님"이라고 부르며 80년대 '민주화 동지'로서 애틋한 감정을 내보였다. 그는 "모택동 주석에게 주은래가 없었더라면 모 주석의 역사는 없었다"라며 "그런 것처럼 김대중 지도자에게 권 고문 같은 그림자 인생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권 고문을 추켜세웠다. 

김 대표는 "지도자를 위해 평생을 숨기고, 낮추고 살면서 역사를 만들어간 노갑이 형님, 존경한다"라는 말로 축사를 마무리지었다.  

"반 총장쪽에서 '대선후보 출마' 타진해왔다"

한편 권 고문은 이날 회고록 행사 전 기자들과 만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하기에 '반 총장을 존경한다, 그만한 훌륭한 분이 없다'고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반 총장을) 영입해 경선시켜야 한다"라며 '그것이 우리 당의 원칙이다"라고도 했다.

권 고문은 지난달 초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들을 만나 자리에서 "야권에 대선후보 풀이 크다"라며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과 함께 반기문 총장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철 고문도 지난달 30일 YTN에 출연해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야 양쪽에서 끌어들이면 임기가 끝나고 (반 총장이 거취를) 어찌 할지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반 총장의 영입까지 시도했던 박지원 의원까지 포함하면 동교동계 인사들 사이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상당하다는 점만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은 올해 국감 당시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 반, 외교 반 걸치는 것은 잘못됐다, (대선출마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태그:#권노갑, #순명,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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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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