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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뒤 새누리당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뒤 새누리당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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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9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에서 받은 박수 횟수다. 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박 대통령을 맞이했고 박 대통령의 연설 중간 중간에도 박수 세례를 보냈다.

그러나 사실상 '반쪽 박수'였다. 대다수 야당 의원들은 연설 중 박수를 치지 않고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 정도만 박수를 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차이는 박 대통령의 퇴장 때 더욱 두드러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쳤지만 대다수 야당 의원들은 일어서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입장 때나 퇴장 때에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후 가까이에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악수를 나눴다. 그는 본회의장 첫줄에 앉은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본회의장 중앙통로로 퇴장하며 주변에 모인 새누리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본회의장 정문 앞에는 김무성 당대표·이완구 원내대표·이군현 사무총장·서청원 최고위원·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김 대표는 최근 사의를 표명했던 김태호 최고위원을 끌어당겨 자신의 옆에 세웠다. 즉, 새누리당 지도부급 인사들이 나란히 '상석(上席)'에 도열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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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서청원 최고위원을 그냥 지나쳤다가 이완구 원내대표의 안내를 받고 뒤돌아서서 서 최고위원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김 대표와는 다소 '스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특별한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없었다. 순간 김 대표의 표정이 굳었다. 최근 개헌논의·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시점 등을 두고 불거진 당·청 갈등이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올만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감동적으로 잘 들었다"라며 "시정연설 내용을 적극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른 인사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 최고위원은 "진정성이 있었다"라며 "여야가 심도 있게 대통령의 연설에 공감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두 해 연속으로 직접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과 정책을 설명하신 일은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한다는 의미로써 잘 하신 일"이라며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털고 비상할 수 있도록 '경제활성화의 마중물'을 만드는 데 (여야가) 합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언급 단 한 차례도 없어... 차라리 오지 않는 게 나았을 뻔"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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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반응은 달랐다. 한정애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직접 예산안을 설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라면서도 "전작권 환수, 세월호, 자원외교 국부유출 등 국민이 듣고 싶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아쉽다"라고 평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경제'를 59회나 언급하면서 경제활성화를 강조했지만 '세월호'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 대변인은 또 "국민을 위한 예산 편성에 당연히 협조하겠지만 이번 예산안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라며 "일례로 (박 대통령이) 농축산업 등 피해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 없이 (한-캐나다 FTA 등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 처리만 주문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뒤 의원들과 인사하며 퇴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뒤 의원들과 인사하며 퇴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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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매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 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는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그는 "정부 출범 이후 추진했던 경제정책에 대해 반성은 단 한 줄도 없고 장밋빛 미래만 늘어놓은 허망한 연설"이라며 "대통령이 오늘 연설한 예산안은 곤란하다, 저출산·고령화·사회양극화 심화 등 변화된 여건에 맞는 재정정책으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의당은 남아 있는 심의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실효적일지 의문인 경기부양책을 비판하고, 서민들의 민생 복지 예산을 확충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차라리 직접 나오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듯 싶다"라며 세월호 유가족을 외면한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라며 "참사 직후 '국가개조'까지 언급하며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더니 이는 반년 만에 증발하고 말았다"라고 꼬집었다.

또 "국민을 존중하고 서민과 약자의 삶을 보살피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외면하고, 서민 경제 살리기와 정반대의 정책을 내놓고 국회의 협조만을 요구하는 모습이 유감스러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박근혜, #시정연설, #세월호,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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