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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시절 나를 가르치던 교사들은 수업 중 곧잘 내 시선 처리를 문제삼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그들은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사실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멍 때리기 대회 3위 수상 상장.
 멍 때리기 대회 3위 수상 상장.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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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습받고 있는 것이 과연 나라는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하는 고민 말이다. 개인의 성찰없이 행해지는 일방적인 학습은 꽤나 큰 위험성을 갖고 있다. 모든 내연기관에는 '냉각수'라는 것이 존재한다. 일방적인 전진만이 능사가 아님은 하다못해 기계에도 통한다.

또한 그것은 나를 대하는 그 교사들에 대한 하나의 복수이기도 하다. 그들의 비좁은 세계관은 나를 생활지도부 속 '주의력 없는 소년'으로 만들었지만, 실은 그러한 '멍 때리기'가 지금에 와서 한 인간을 얼마나 성숙하게 만들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현재 게스트하우스 사장과 음악치료사라는 직함을 갖고 그 누구보다 충만한 삶을 누리고 있다. 내 또래 친구들이 겪는 취업이나 진로에 관한 스트레스도 거의 없는 편이다. 이것은 내가 그들보다 앞서 나갔다는 방증이라기보다는 그들보다 먼저 내 스스로를 바라보는 훈련을 행해왔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회나 주변 사람들의 눈치 대신 내 마음을 향하는, 내 속에서의 울림에 집중하는 것. 그것을 위한 좋은 수단이 바로 멍때리기다. 멍때리기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행하는 고도의 자기철학적 행위다. 이것은 끝없이 비움으로써 모든 것을 품에 안는다는 노장사상과도 통한다.

28번 번호를 달고 멍때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28번 번호를 달고 멍때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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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신경과 근육의 경직을 풀고 천천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음미하는 고도의 심미안을 필요로 하는 안식행위이자 치유행위로서 마땅히 권장되어야 마땅하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며, 일이 끝나면 더 일을 잘하기 위해 자기계발을 강요받는다.

멍때리기는 결코 나태한 낭비행위가 아니다. 더 잘 살기 위해, 더 행복해지기 위해 거쳐야하는 에너지집중 행위다. 개인적으로 지난 27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제1회 멍때리기 대회에서 3위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내가 멍때리고 있는 사진은 각종 인터넷뉴스에 아직도 퍼져나가고 있다. 수상의 기쁨보다는 이런 행사에 대한 사회의 높은 관심이 나는 더 즐거웠다.

이 행사는 전형적인 평범한 사람들의 행사이고, 어쩌면 일상의 작은 축제라 할 수도 있다. 늘 거창하고, 엄숙한 대회에 익숙해진 이 서열주의 한국인들에게 멍 때리기란 대회 자체가 가져다주는 묘한 편안한 느낌이 있다. '저런 건 나도 하겠네' 같은 마음, 매우 좋다. 3위 수상자로서 여러분들의 도전을 언제나 환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내어 나온 사람들.
▲ 멍 때리기 참가자 기념샷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내어 나온 사람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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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드림, #서울광장, #멍때리기대회, #전기호,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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