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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전국 도로에서 운행중인 차량을 자동 식별·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이 전국 도로에서 운행중인 차량을 자동 식별·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사실이 확인됐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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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전국 도로에서 운행 중인 차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위해 통합 CCTV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수사권 남용이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아 자칫 '도로 위 사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경찰은 4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수배차량검색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전국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차량방범용 CCTV 5921대(2014년 9월 1일 기준)에 찍힌 차량번호와 운전자 얼굴을 경찰청 서버로 실시간 전송하는 체계다. 주행 중인 차량번호를 자동 판독한 뒤 수배 차량으로 확인되면 곧바로 일선 경찰에 차량 정보를 통보한다.

원래 경찰은 주행 중인 차량번호를 사진으로 촬영해 수배 여부를 표시하는 '차량번호자동판독(AVNI)' 시스템을 1992년부터 가동해왔다. 현재도 서울 9곳을 포함한 전국 주요 도로 76곳에서 운영 중이다. 수배차량검색시스템은 기존 AVNI를 확대하는 새 시스템으로, 동영상 촬영을 통해 훨씬 광범위하게 차량 이동 상황을 추적할 수 있다. 차량번호만 입력하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이동경로와 탑승자 영상 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철도노조 파업 때 6개월 전 차량정보까지 조회

문제는 수배차량뿐만 아니라 일반차량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저장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 추적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인 한 자치구(CCTV 8대)에서 지난 1일 하루 동안 수집한 차량 정보는 총 3만9307건에 달했다.

진 의원 쪽은 "경찰이 기존에 운영해온 AVNI 시스템 76곳에서 한 달 동안 수집한 차량정보만 해도 2300만 건 정도 된다"라며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차량 이동 감시가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차량정보 저장 기간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은 예규에 따라 30일이 넘으면 차량정보를 자동 폐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이 작성한 자료를 보면, 새 추적시스템의 정보 저장기간은 '최소 3개월 이상'으로 두고 있다. 게다가 경찰에 정보를 넘기는 지자체는 아예 지침 자체가 없다보니 정보를 영구 보관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칫 카카오톡 사찰 논란과 비슷하게 '무작위 수사'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을 벌인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6개월 전의 차량정보를 조회했고, 이 과정에서 수배자의 친인척 차량정보까지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진 의원 쪽은 "수배자가 아닌 민간인의 차량정보까지 포함시켜 마구잡이로 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국민들의 차량정보를 영장도 없이 수집하는 것은 헌법이 정하는 영장주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며 "관련 법률과 CCTV 운영 규정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새 추적시스템 추진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사찰, #경찰, #CCTV, #진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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