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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러버덕 열풍'이다. 지난 14일 러버덕이 석촌 호수에 뜨자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러버덕 전시로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러버덕이 롯데백화점의 세일 홍보 현수막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 백화점 홍보 마케팅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러버덕은 지난 14일부터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 떠 있는 아파트 6층 높이(19.5m)의 대형 고무오리다. 네덜란드 설치 예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먼이 오로지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목적으로 만든 러버덕은 2007년부터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등에서 전시됐다.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건 같은 날 문을 연 '롯데월드몰'이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첫 작품으로 선택하면서다.

SNS에서는 연일 러버덕이 화제였다. 관람 인증샷에 이어 각종 패러디도 등장했다. 설치 당일 반나절 만에 바람이 빠지며 모양이 흐트러졌지만 누리꾼들은 이마저도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람 빠진 러버덕이 앞으로 기울면서, 마치 풀이 죽어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러버덕 패러디 사진이 인기를 끌자 관람객도 늘어났다. 급기야 주최 측은 공식 페이스북에 관람객 급증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부득이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고 17일에 알리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러버덕의 축소판 인형은 1차 판매분 3000개가 이틀 만에 동났다.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취지를 살려 수익금은 전액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귀요미' 러버덕 보니 즐겁긴 한데, 혹시....?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떠 있는 네덜란드 예술가 플로렌타인의 작품 러버덕(Rubber Duck)' 앞에서 한 시민이 '러버덕아 싱크홀 잊지마라'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러버덕아. 싱크홀 잊지마'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떠 있는 네덜란드 예술가 플로렌타인의 작품 러버덕(Rubber Duck)' 앞에서 한 시민이 '러버덕아 싱크홀 잊지마라'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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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의 바람대로 러버덕이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했다. 석촌 호수 물 빠짐 현상과 그 일대에 발생한 크고 작은 싱크홀과의 관련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을 연 제2롯데월드가 러버덕 전시로 우려의 시선을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실제 이날 '송파 학부모 연대'와 '송파시민 연대'가 연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 반대 기자회견에서는 '러버dog은 제2롯데월드 조기 오픈을 반대한다!!!'는 피켓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석촌 호수 물빠짐 현상과 그 주변에 발생한 싱크홀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가 용역을 맡긴 연구결과가 나오는 내년 5월로 개장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누리꾼들도 제2롯데월드 개장날 러버덕이 전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SNS에 이를 꼬집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 이용자 '@twi**********'은 "제2롯데월드 개장에 맞춰서 러버덕이 손님 끌러 오는 거구나, 러버덕 보러 갔다가 롯데도 들리라고"라고 남겼고, '@chu*****'는 "러버벅을 누가 데려오는 건지 궁금했고, 그게 롯데라는 걸 알게됐고, 그 이후에 러버덕이 석촌호수에 안착한다는 걸 알았다"며 뼈있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러버덕을 개업 홍보를 위한 '고무풍선'에 비유한 글도 있었다.

이러한 우려의 시선이 존재하는 와중에 러버덕이 롯데백화점의 세일 홍보 현수막에 등장하면서 공공예술의 의미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트위터 이용자 '@kca****'는 롯데백화점 외벽에 걸려있는 러버덕의 세일 현수막을 찍은 사진을 올린 뒤 "롯데월드 러버덕으로 본전을 뽑으려고 세일(광고)까지"라고 코멘트했다. '@diz*****'는 "롯데의 마케팅으로 고통 받고 있는 러버덕, 세일(광고)할거면 나한테 팔면 안되나"라고 남겼다.

"국민 힐링 아닌 신격호 회장과 롯데 직원의 힐링"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러버덕은 국민의 힐링이 아닌 신격호 회장과 롯데 직원의 힐링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마케팅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롯데 측은 엄청난 효과를 거두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한편 원작자 플로렌타인 호프먼은 '러버덕 프로젝트-서울' 공식 홈페이지에 러버덕의 창작 의도를 다음과 같이 알렸다.

"러버덕 프로젝트에는 국경도 경계도 없다.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으며 어떠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러버덕은 치유의 속성을 지닌다. 물 위에 다정하게 떠있는 오리를 보면 저절로 치유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러버덕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의 긴장이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다."


태그:#러버덕, #제2롯데월드, #석촌호수, #싱크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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