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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청와대 부실 감사'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선 세월호 감사 과정에서 감사원이 청와대의 일방적인 자료 제출 거부에도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거듭 나왔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비판은 끊이질 않았다.

이들은 감사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및 연안여객선 안전관리·감독실태>감사결과보고서에 청와대 관련 부분이 담겨있지 않고, 그 자료를 달라고 요구해도 제출하지 않는 이유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또 이례적으로 국감 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감사 결과는 감사원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청와대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방탄감사를 했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비판은 국감장으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지난 5월 29일 청와대를 직접 방문해 실지감사를 하면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받은 자료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 자료들이 보호대상인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기간을 '대통령 임기가 끝난 다음날'부터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이 점을 따졌다.

"피감기관이 자료 못 준다는데... 원장님 뭐하셨냐"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가 15일 오전 감사원(원장 황찬현)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가 15일 오전 감사원(원장 황찬현)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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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의 기본이 되는 게 자료 제출이니, 실지감사에서 관련된 자료를 다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제일 중요한, 대통령이 최초보고를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받았는지 등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대통령비서실이 제출할 수 없다고 했다던데 그게 대통령기록물인가. 시행령 9조 3항을 보면 대통령지정기록물 보호기간은 임기 끝나는 다음날부터다. 검토 안 했는가.
황찬현 감사원장 : "저희가 자료를 요구했을 때,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의하면 재임 중에도 제출할 수 없다고 했다. 재임 중 대통령기록물을 두고는 별다른 규정은 없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청와대에선) 퇴임 후 보호될 수 있다며 제출하지 않았다. 저희 실무자들이 국가기록원에 물었을 때 단정적이지 않았지만 '그렇게 볼 여지도 있다'고 답했다더라. 감사원이 법을 최종해석하는 기관도 아닌데, 이게 명백히 잘못됐다고 할 논거가 없었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감사하려는 기관에서 자료를 안 준다는데 감사원장이 '줄 수 없다면 받지마' 이러니 (감사원에) 힘이 생기냐, 원장님 뭐하셨냐"며 감사원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참사 당일 '전원구조 오보'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직접 보고한 내용이 세월호 감사 결과보고서에서 빠졌다고 했다. 청와대를 감사한 내용이 아예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 강병규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한 번도 안 했다. 4월 16일 오후 2시 24분에 김기춘 실장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김 실장은 이때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2시 50분이 되어서야 전원구조가 오보인 것을 알았다. 이렇게 꽉 막힌 비서실을 감사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게 감사원 의무 아니냐. 또 강병규 장관이 자기 보고라인이 아닌 김기춘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런 부분은 추상처럼 책임을 물었어야죠.
황찬현 원장 : "(자료 확인 후 오후 국감 때 답변) 오전에 일부 답변이 정확치 못한 부분이 있어 그사이 확인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김기춘 실장은 강 장관으로부터 전원구조 오보사실을 보고받지 않았다. 감사원에서 확보한 강 장관의 문답서에 따르면 그날 오후 2시 24분에 김기춘 실장과 통화한 내용은 진도현장의 상황보고인 것으로 파악된다. 강 장관은 오후 2시 34분경 안전관리본부장으로부터 368명이 구조됐다는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가 잘못됐다는 보고를 받았고, 이때 승선자 상당수가 배에 있을 수 있겠다는 추측을 했다고 말했다. 김기춘 실장과 한 차례 더 통화한 것은 오후 7시 6분경으로 파악했다."

청와대 부실감사 비판 계속 됐지만... "재감사할 필요 없다"

황찬현 감사원장이 15일 오전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황찬현 감사원장이 15일 오전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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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황 원장은 "당시 강 장관도 전원구조 오보사실을 몰랐던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강 장관이 4월 16일 오후 2시 34분경에야 전원구조 오보를 보고받았다고 했다. 참사 당일 정부 대응 체계를 총괄하는 중대본부장인 안행부 장관이 '전원구조 오보'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는 뜻이다. 이상민 위원장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관련 내용을 정리해 법사위원 전원에게 내달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거듭 감사원이 청와대 감사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탓에 의혹은 커졌고, 실제로 감사한 자체는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질의 도중 책상을 내리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청와대가 국정조사 때 제출한 자료를 보면 4월 16일 오전 10시 52분경 대통령에게 아이들이 배에 갇혀있다는 보고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아무런 지시를 안 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이날 오전 10시에 한 번, 오후 4시 10분에 한 번 수석비서관회의를 했다. 원래 실장 주재 회의니 10시 에는 대통령이 없어도 된다. 근데 오후 회의에도 대통령이 없다. 이게 정상적인 국가냐. 왜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는지, 김기춘 실장이 두 번째 회의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확인하는 게 감사원 임무다. 저는 청와대 감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감사할 뜻이 있는가.

황찬현 원장의 답변은 짧았지만 어투는 단호했다.

"지금으로서는 다시 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태그:#세월호,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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