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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온이 꽤나 쌀쌀해진 모양이다. 지난 11일 평소보다 늦은 아침을 먹었다. 집안 곳곳에 있는 쓰레기통을 비우고 바깥으로 버리려고 나갔다.

아파트 화단에 새 한 마리가 움직임 없이 머리를 땅바닥을 향하고 가만히 있었다. '아침 기온이 갑자기 낮아져서 죽어나?, 아니면 병이라도 걸려죽었나?'라며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꽁지가 조금 움직이는 것 같았다.새는 살아있었다. 일단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윗도리를 하나 더 걸치고 새가 있는 곳을 가 보았다. 그냥두면 죽을 것만 같았다. 두 손을 비벼서 손바닥의 열기를 만들어 살포시 두 손으로 새를 감싸고 한동안 있었다. 놀랐는지 기운을 차린건지 모르지만 새는 눈을 떴다. 나는 햇빛이 드는 나뭇가지에 새를 올려주었다.

아파트 화단 바닥에서 눈을 깜고 꼼짝하지 않고 있던 박새
 아파트 화단 바닥에서 눈을 깜고 꼼짝하지 않고 있던 박새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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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화단 바닥에 있던 박새를 나무가지에 올려놓았다. 힘겹게 나무가지를 잡고 있다. 다리를 펼 기운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늘진 화단 바닥에 있던 박새를 나무가지에 올려놓았다. 힘겹게 나무가지를 잡고 있다. 다리를 펼 기운이 없는 모양이었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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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을 가져다 주었지만 먹지 않았다.
 밥풀을 가져다 주었지만 먹지 않았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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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갔다가 새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사진으로 담아놓기로 마음먹고 카메라를 가지고 아파트 화단을 찾았다. 아직까지 그 곳에는 새가 있었고 한참을 손을 뻗으면 닿을 위치에서 새를 지켜보았다. 기운을 차린 그 녀석은 좀더 높은 나무가지로 몸을 옮기더니 훌쩍 날아가 버렸다.

기운을 차렸는지 두 다리를 쭉 펴고 높은 나무가지로 날아갔다. 그리고 내 쪽을 잠시 바라보다가 훌쩍 날아가 버렸다.
 기운을 차렸는지 두 다리를 쭉 펴고 높은 나무가지로 날아갔다. 그리고 내 쪽을 잠시 바라보다가 훌쩍 날아가 버렸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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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이 새를 살렸다면 혹시나 박씨(흥부전에 나오는 박씨)를 물고 갑작스럽게 나타나지는 않을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미소지어본다. 이 새의 이름이 '박새'라는 것은 인터넷에서 한국의 텃새를 검색하여 알게 되었다.

"오늘 퇴근길에 혹시 만나면 인사라도 하자. 박씨따위는 안 가져와도 된다. 같은 동네 사는 박새야."


태그:#박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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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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