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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부산의 밤은 꿈같았고 해운대는 언제나처럼 아름다웠다. 한국을 넘어 명실공히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1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생각만 하던 '부국제'에 올해 드디어 발도장을 찍었다.

아래는 사진과 함께 정리해보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참가기다. 내년에는 독자 여러분도 꼭 직접 가보시라고, 친절한 가이드까지 곁들여 늘어놓는 자랑질이다.

남포동에서 시작된 부산영화제, 이제는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남포동 야외무대에서의 무대인사
 남포동 야외무대에서의 무대인사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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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얘기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 남포동에서 처음 시작됐다. 자갈치시장과 가까운 남포동에는 국내외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팅 동판이 새겨진 'BIFF광장'이 있어 초창기의 영화제를 추억하게 한다.

지금도 BIFF광장 야외무대를 중심으로 무대인사 등 영화제 행사가 열리지만, 현재 주 행사장은 모두 해운대 권역으로 옮겨왔다. '아시아 최대의 백화점'으로 유명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맞은편에 이름도 찬란한 '영화의 전당'이 있다. 영화제 개막식과 폐막식 등 중요 행사는 모두 여기서 열리며, 매표소와 사무국이 있는 곳도 영화의 전당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주 행사장인 영화의 전당. 개막식 전, 북새통을 이룬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주 행사장인 영화의 전당. 개막식 전, 북새통을 이룬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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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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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 티켓은 단 2분 만에 매진됐다. 우여곡절 어렵게 표를 구했다. TV에서나 보던 스타들의 레드카펫 입장 행사가 눈앞에 펼쳐졌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영화제의 관심이 영화보다 스타들에 대한 가십으로 쏠리는 것을 경계하여 요란한 노출 복장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초청부터 신경써서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슬아슬'한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아쉬운 축도 있었겠으나, 영화제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영화배우 문소리와 와타나베 켄.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진행됐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영화배우 문소리와 와타나베 켄.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진행됐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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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사회는 영화배우 문소리와 와타나베 켄이 맡았다.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진행됐다.

개막 선언에 이어진 불꽃놀이
 개막 선언에 이어진 불꽃놀이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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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선언에 이어 불꽃이 터졌다. 화려한 부산의 밤을 수놓는 불꽃놀이가 끝나고, 개막작 <군중낙원>이 상영되었다. 예년에는 개막식 후에 스타들의 카퍼레이드가 있었지만, 올해는 세월호 참사 등을 고려해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연예인 눈요기'를 실컷 한 뒤 개막작이 상영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있었고, 스타들의 밴이 지나갈 때마다 길가에서 터져나오는 환호성은 영화 감상을 방해했다. '영화제'의 본질을 고민하게 하는 광경이었다. 부산영화제는 이미 세계 수준이다. 하지만 관객의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도 잠시 들었다.

개막 파티의 훈장전수식
 개막 파티의 훈장전수식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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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더욱 특별한 이름이다. 개막식이 끝난 후 인근에서 열리는 개막 리셉션에서는 훈장전수식 등, 영화인들에게 중요한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파티는 초대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데, 그야말로 별천지다. 세계적인 감독들과 평론가, 배우들이 마구 돌아다닌다. 이날 내가 만난 사람들은 김기덕 감독, 한국영화 평론가 달시 파켓, 배우 문소리, 송일국, 한예리, 방송인 홍석천 등등.

이외에도 영화제 기간 내내 각 배급사와 영화사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영화인들을 위한 파티를 연다. 쇼박스, 롯데, CJ E&M 등 친숙한 이름들인데, 영화사들이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에 선보일 라인업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중요한 자리다. 마치 연말결산 같은 느낌인데, 이렇게 한국영화판의 한 해는 10월을 기준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부국제'의 어마어마한 위엄 덕분이다.

티켓이 없어서 부국제 못 간다고? 걱정 NO!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열린 배우 최민식의 오픈토크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열린 배우 최민식의 오픈토크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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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유의할 점. 부산국제영화제는 티켓팅이 좀 힘들다. 올해도 일반예매가 오픈되자마자 사이트가 마비되는 바람에 주최측이 상당한 항의에 시달렸고, 순식간에 매진 사례를 이루는 건 다반사였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별도의 티켓팅 없이도 구경할 수 있는 행사가 해운대와 남포동 행사장 곳곳에서 펼쳐진다. 해운대에 설치된 야외특설무대에서는 하루에도 몇 건씩 오픈토크나 야외무대인사가 진행되고, 부국제의 뿌리가 있는 남포동 무대에서도 영화제의 열기가 생생하다.

그래도 아쉽다면 영화제 홈페이지(biff.kr)의 '티켓교환게시판' 커뮤니티를 뒤져보자. 실시간으로 티켓 교환과 양도가 이루어진다. 정가로만 거래된다. 영화의 전당에는 이렇게 거래된 표를 맡아주는 데스크도 있어서, 표 구하기 힘들다는 관객들의 아우성을 달래준다. 그러니까 일단, 가고 보자.

이렇듯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다. 영화 상영 외에도 배우와 감독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행사가 매일 다채롭게 펼쳐진다.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특히 GV가 많다. 영화 열 편이 상영된다고 하면 그 중 아홉 편 꼴로 감독이나 배우의 GV가 있어서, 영화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할 수 있다.

평소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감독이나 배우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고, 팝콘 씹는 소리로 가득한 일반 영화관을 벗어나 씨네필들의 열정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감독과 관객이 만나는 GV.
 감독과 관객이 만나는 GV.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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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 부국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 뿐만 아니라 영화인들에게도 축제 중의 축제다. 영화제 기간의 부산은 공기부터 다르다. 10월의 부산은 그냥, 최고다.

내년은 부산국제영화제가 20주년을 맞는 해다. 올해 영화제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스무 번째 부국제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특별할 것이 분명하다. 올해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벌써부터 내년을 기다리게 만드는 곳, 부산국제영화제. 내년에는 여러분도 꼭, 꼭 가보시라. 무조건 강추!

부산국제영화제 참가 깨알 Tip
1. 서울 기준 KTX로 2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장편영화 한 편 보는 시간이다. 부산, 멀지 않아요!
2. 부산역에서 영화의 전당이 있는 센텀시티역까지는 지하철로 약 42분 소요.
3. 영화의 전당 주변에 CGV, 롯데시네마 등 주 행사장에 해당하는 영화관이 모여 있다. 도보 5분 이내 거리다. 지하철로 이동해야 하는 행사장은 해운대 메가박스와 남포동인데, 해운대역은 센텀시티역에서 지하철 3정거장 정도로 가깝지만(택시 이용시 약 5,000원) 남포동은 넉넉히 1시간은 잡고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자.
4. 센텀시티는 신도시라 주변에 숙소가 마땅치 않지만 해수욕장이 있는 해운대역 근처에 숙박시설이 무척 많다. 고급 호텔과 모텔에서부터 콘도, 게스트하우스가 무수하고 대형 찜질방도 여럿 있으니 잘 곳 걱정은 없다. 단, 싸고 좋은 곳은 일찍부터 예약이 끝나버리므로 미리 예약할 것. 해운대 주변 숙소는 전반적으로 시설이 좋은 편이지만 그만큼 가격대도 높은 편이다.
5. 해운대 해수욕장, 동백섬, 달맞이고개 등 해운대 주변에 명소가 많다. 티켓팅에 실패해도 일단 부산에 가라고 권하는 이유다. 심심할 틈은 절대로 없다.



태그:#부산국제영화제, #부산, #해운대,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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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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