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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여의도 금융감독원앞에서 동양그룹 금융상품 피해자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동양그룹 대국민 금융사기극 엄벌하라" 지난해 10월 여의도 금융감독원앞에서 동양그룹 금융상품 피해자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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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태가 발생한 지 1년. 동양그룹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기업어음(CP)·회사채를 발행·판매해 4만여 명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악의적인 불완전판매가 사실로 드러났지만 이에 대한 증명은 모두 피해자들의 몫이었다. 피해자들은 불완전판매를 증명하고 소송 등을 준비하며 여전히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 삶 망가진 동양피해자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우선 오는 10일 현재현 동양그룹 전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린다. 검찰은 사기성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1조 4000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현 전 회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위현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현 전 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회장으로 회사가 부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손해를 피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 이들에게 회사의 손해를 떠넘겼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또 검찰은 "동양그룹이 동양증권을 이용해 계열사의 부실 채권에 대한 투자부적격 심사를 하지 않은 채 상품을 팔았다"며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상품 설명도 없이 불완전판매를 했고 결과적으로 투자 정보에 가장 취약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몰렸다"고 밝혔다.

또한 구속 기소된 정진석(56) 전 동양증권 사장과 이상화(49) 전 동양시멘트 대표도 각각 징역 10년과 8년을 구형받은 상태다. 사기성 CP발행을 공모한 혐의다. 계열사 부당 지원을 공모한 혐의 등을 받는 김철(38)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징역 8년을 구형받았다.

국감에선 사재 턴다더니... 이혜경 전 부회장, 고가 미술품 빼돌려

지난해 11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동양사태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이 전 부회장은 고가의 미술품을 몰래 팔아 재산을 챙기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동양사태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이 전 부회장은 고가의 미술품을 몰래 팔아 재산을 챙기고 있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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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오너일가가 재산 빼돌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움직임 때문.

알고 보니 남편이 재판을 받는 동안 부인은 미술품을 몰래 팔아 재산을 챙기고 있었다. 지난 1일 현 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전 부회장은 동양사태로 재산이 가압류되자 고가 미술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이 전 부회장을 도와 그림 등을 판매한 홍송원 서미 갤러리 대표도 재판을 받게 됐다.

이들은 동양사태가 터지고 한 달 뒤부터 모두 107점에 이르는 그림과 고가구 등을 빼돌렸다. 데미안 허스트나 알리기에로 보에티, 백남준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회장과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동양사태 피해자들에게 엎으려 사죄드린다"며 "사재를 다 출연하기로 했다"고 발언했었다.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자신의 재산을 내놓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현 전 회장 일가는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미술품까지 빼돌리면서 피해자들을 두 번 울렸다.

금융당국, 고위급 제외한 직원 솜방망이 제재로 마무리?

금융당국도 동양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근무태만이 동양사태의 피해를 더 키웠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징계는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지난 7월 감사원 조사결과 동양증권이 투기등급 CP와 회사채를 개인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불완전 판매를 방치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2007년 2월 동양증권이 투기등급 계열사 CP 1조원어치를 고객에게 팔았다는 사실을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보고받았으나 묵살했다. 이후로도 2차례 더 보고를 받았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금융위는 2008년 8월 기존 규정인 '계열사 지원금지 규정'을 삭제해 동양증권이 계열사 CP를 마음껏 판매할 수 있도록 해 동양사태의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금감원도 여러 차례 검사를 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금감원은 기관조치, 금융위 직원 4명에 대해선 주의, 금감원 직원 2명에 대해선 문책을 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했다. 고위급 책임자가 아닌 일부 직원에 대한 경징계로 동양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을 잠재운 것이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양사태 사태는 금융당국의 묵인 없이는 절대 불가능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런 사태를 몰고 온 금융관료들은 자리를 보전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계속 고통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금융당국은 책임론을 신경쓰기보다는 재발방지 노력에 힘쓴다는 입장이다. 민병헌 금융투자감독국장은 "동양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당국에서도 유사사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금융투자자보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동양사태 이후) 투자자들이 상품의 위험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투자설명서 등을 개선하고 상품가입 후 상세한 설명을 전화로 알려주는 해피콜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공동으로 지난해 11월 '동양그룹문제 유사사례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투자 상품 판매 직원의 실명을 기재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민 국장은 "여러가지 재발방지 대책을 시행해도 불완전판매가 100% 없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영원히 판매자들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현재현, #동양증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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