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는 칼럼으로 유명(?)인사가 된 그를 최근에야 알았다.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처음엔 제목만 보고 기생충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을 골랐다. 기생충 이야기가 아니라 한 인물을 다룬 '자기 이야기'라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했다.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 인물과 사상사

관련사진보기

검사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를 둔 전형적인 부잣집 아들의 삶. 서울대 출신 의대 교수라는 그의 이력만 보더라도, 그 삶이 얼마나 탄탄대로였을지 충분히 예상되는 뻔한 성공 스토리가 아닐까? '본전 뽑자'는 생각으로 몇 장만 읽고 책을 덮으려다 반전이 일어났다.

"공부도 못했고, 수줍음도 많고, 자신감이 없고, 당당하지 못한 짓을 아버지가 싫어했어요. 아버지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한 분이라서." - 본문 16쪽

부유하고 화목한 가족의 모습은 없었다. 아버지가 아들이 못생겨서 싫다고 구박하고, 매질한다는 것이 쉽게 와 닿지 않았다. 외모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아버지를 피해 다니고,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했다는 그. 어린 마음에 하루가 얼마나 길었을까. 혼자 제기 2512개를 찼다는 대목에서 그의 지루한 삶에 대한 고민을 읽었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그는 비관적인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유머를 익히고, 하루 14시간씩 공부했다. 그 노력으로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다. 이 정도면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으로 느껴진다.

"저는 책을 읽은 기간이 짧기 때문에 나름의 콤플렉스가 있었거든요. 알라딘은 소문난 독서가들이 다 모인 곳인데, 거기서 1등을 해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죽자고 글을 썼고요. 스스로 대견한 것이, 초창기에는 제가 '듣보잡'이었잖아요. 그래서 누가 댓글 달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3개월 동안 혼자 묵묵히 글을 썼다는 거죠. 어쩌다 누가 댓글을 달아주면 감사하다고 엎드려 인사하고 그랬는데요." - 본문 264쪽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은 서민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방문자도 없는 개인 홈페이지에 매일 적게는 2편, 많게는 6편의 글을 썼다는 그. 결국 그는 '마태우스'라는 필명으로 알라딘 서재를 평정한 지존이 됐다.

사회와 정치에 무관심했던 그는 서른 살이 넘어서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준만 교수의 <인물과 사상>을 읽으면서 의식의 변화가 생겼고, 다양한 분야의 책도 많이 접했다.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로 필력 인정받아

2004년 <한겨레>에 처음으로 소개된 그의 칼럼은 웃으면서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필력이 느껴진다. 특유의 '반어법'이 특징이다. 2013년 경향신문에 쓴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는 가장 주목받은 글이 됐다.

'기생충보다 못한 일베'라는 글을 쓴 후 신상털기를 당한 그. 이에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그의 모습은 성장통으로 겪은 단련 덕분일 것이다.

"제가 권위 의식이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깔 수 있는,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교수기 때문에 편하다고 해요. 제가 어린 시절부터 자기 비하 이런 것에 일가견이 있었잖아요. 그런 것이 빛을 발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남한테 까이고 비난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고, 제가 더 즐거워하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 본문 310쪽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유행어로 시대를 풍자하는 해학과 웃음을 줬던 시절이 있었다. 외모콤플렉스와 소심한 성격을 반전의 기회로 삼아 대중에게 호감을 얻은 서민 교수. 자기 비관에 시달리는 누군가에게 서민 교수의 글을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지승호 지음 / 인물과 사상사 / 1만 4500원)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 지음, 지승호 인터뷰, 인물과사상사(2014)


태그:#기생충, #서민교수, #알라딘서재, #반어법, #기생충교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