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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선거 때 '근혜노믹스'는 참 신선했다. 솔직히 '그 아버지에 그 딸 아닐까'를 걱정했었는데, 당시 경쟁상대였던 문재인 후보와 다르지 않은 '경제민주화'라는 타이틀을 단 경제정책은 보수당으로써는 꽤나 포용적인 정책이었다. 지속성장과 경제민주화 및 복지와 재분배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창조경제'라는 대선 공약은 진보 성향의 유권자조차도 솔깃한 데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공약대로 어떻게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참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집권 1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은 당선되기 위한 전략이었을 뿐이란 것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힘들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진작 '경제민주화'는 포기해 버렸다.

'창조경제'는 '공약→ 후퇴→ 변질→ 포기' 수순 밟고 있어

<박근혜 정부의 경제·사회정책> 표지
 <박근혜 정부의 경제·사회정책> 표지
ⓒ 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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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실종되었다. 과거의 성장 지상주의로 회귀하는데 단 몇 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역대 그 어떤 정권도 이렇게 빨리 공약을 포기한 적은 없다. '공약→ 후퇴→ 변질→ 포기'라는 수순을 밟으며 언제 그런 경제정책을 제시한 적이 있었느냐는 식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사회정책>(한울아카데미 펴냄)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선거용 '먹튀'였다고 강조한다. 정책 선거를 무용화한 경우로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이제는 박근혜 정권이 무슨 경제정책을 내놓든지 불신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1부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을 분야별로 평가하고, 2부에서 주요 경제·사회 정책을 어떻게 개선해야할 지를 다루고 있다. 책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 포기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옳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지지 세력이 반발하는 등 감당하기 어려워 공약을 뒤집은 경우이거나, 아니면 애초부터 실천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공약으로 내세우고 이후 당선이 되자 포기 절차를 밟은 경우일 것이다."(본문 5쪽)

책 <박근혜 정부의 경제·사회정책>은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심포지엄과 월례 토론을 통해 발표한 논문들을 엮은 것으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이 어떻게 후퇴, 변질, 파기되었는지를 다루고, 현 정권의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본질을 파헤치며, 앞으로 어떻게 가야할 지를 다루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선 때 신선한(?) 경제 공약으로 국민을 들뜨게 했던 '근혜노믹스'는 '창조경제'와 '금산분리와 노동정책' 그리고 '복지와 분배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성장정책의 핵심이다. 그 안에 '경제민주화'도 들어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말하고 그러기 위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박근혜의 성공한 공약, '창조경제'... 포장지만 화려하다

이런 '창조경제' 공약은 야권의 '경제민주화'라는 공약을 단칼에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한 경제공약이었다. '창조경제'는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었다. "창의성을 핵심가치로 정보기술, 산업문화와 기술의 융합,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IT육성'과 이명박 정부의 '건설경기부양'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근혜노믹스'는 '녹색'이란 단어로 무성했던 이명박 정부나, '세계화'로 포장되었던 김영삼 정부의 그것과 포장만 '창조'라는 단어로 바뀐 것뿐이다.

'경제민주화' 없는 '창조경제'는 구호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완화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한 투자확대"라는 보수 성장담론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경제민주화'는 산업 주체인 노동자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문제다. 이미 대화와 상생의 노동정책은 사라졌고 '노동민주화'는 핵심의제가 아니다. 책은 "해체에 가까운 재벌개혁"이 없으면 '경제민주화'는 구호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금산분리정책 또한 이명박 정부가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9%로 올려놓았던 것을 박근혜 정부가 다시 원래대로 4%로 내려놓은 것밖에 한 것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의 말로 "경제민주화 법안, 무리 아닌지 걱정"이란 말을 할 정도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의가 없다. 재계의 우려를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삼성그룹을 개혁하지 못하면 금산분리정책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에서 금융계열사를 이용한 지배력 확장의 중심에는 삼성그룹이 있기 때문에, 삼성그룹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정책은 지금 우리 현실에서 전혀 무의미한 것이 된다."(본문 53쪽)

정부의 "단독 금융회사 기준으로 향후 5단계로 5%까지 강화"하는 정책은 상성그룹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단독회사기준 3%까지, 그룹전체로는 현행 15%에서 10% 이하로 낮춰야" 실효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재벌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면 금산분리정책 또한 물거품이 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 그리고 '일자리창출'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는 노동분야에서 파격적인 공약이었다. 요약하면, "근로시간 단축, 공공부문 청년 일자리확대, 정리해고요건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복수노조 및 근로시간 면제제도 보완" 등 그야말로 친노동정책이었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대화와 상생'은 사라지고 경찰력을 앞세워 '밀어붙이기식' 노동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동정책의 유연성 제고와 노동배제정책으로 180도 선회했다. 일자리 창출정책 또한 양질의 일자리이기 보다는 질 낮은 일자리라는 비판이 일자, '시간선택제'라는 미봉책을 내놓았다. 공무원노조 승인 거부,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등 공격적인 노동정책으로 일관하고 노사정위원회마저도 유명무실화 되었다.

'부자 증세 없는 복지'?.... 허울 좋은 구호일 뿐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은 '증세 없는 복지'로 처음부터 실효성이 없었다. 신자유적인 '줄푸세(정부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며, 법질서를 세운다)와 결합하기 어려운 '한국적 복지국가 건설'을 제시했다. 전형적인 '자부담 저복지' 정책일 따름이다. 대선 당시 '복지정책'은 진정한 복지를 지향했다기보다 "다분히 정치공학적 포퓰리즘"을 반영했을 뿐이다.

책은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조세부담율과 국민부담율을 OECD 회원국 평균에 근접한 수준으로 증대시키면서 재정지출 균형을 회복하고 재정지출의 사회투자기능과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근혜 정부의 1년을 뒤돌아볼 때, "정책적 변신은 결코 철학과 정책기조가 바뀐 진정한 변신"이 아니었다. 결국 "당명을 새누리로 바꾸고, 상징색을 빨간색으로 바꾸고, 강령에 '경제민주화'를 못 박는다"는 수준, 그 이상과 이하도 아니다. 책은 대선에서 "지지도가 하락하자 공약을 과감하게 내걸었던 것뿐"이라고 말한다. "기회주의적 변신"이었을 뿐 "결코 진정한 변화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박근혜 정부 1년의 경제정책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모든 분야에서 과거로의 회귀, 바로 그것이었다. 국민은 제2의 이명박 정부를 보고 있다. 좀 더 앞으로 가 정치분야까지를 말하자면, 제2의 박정희 시대를 살고 있다. '근혜노믹스',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등은 대선구호 공약(空約)이었다. 선거용 '먹튀'(속된 표현으로 '먹고 튀기')였다는 결론이다.

덧붙이는 글 | <박근혜 정부의 경제·사회정책>(서울사회경제연구소 엮음 / 유철규 외 7인 지음 / 한울아카데미 펴냄 / 2014. 8. / 238쪽 / 2만3000원)



박근혜 정부의 경제.사회정책 -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실종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엮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4)


태그:#박근혜 정부의 경제·사회정책,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근혜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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