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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부터 8월 30일까지 일본 시코쿠 여러 곳을 방문하여 민속과 생활과 관련된 시설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리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시코쿠는 일본 본토 가운데 아래쪽에 섬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코쿠의 크기는 동서 230km 쯤, 남북 180 km 정도입니다. 섬은 동서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데 아령 모습으로 가운데가 홀쭉합니다. 본토와 시코쿠 사이에는 고베 아와지 사이, 오카야마와 다카마츠시 사이, 히로시마와 이마바리 사이 등 세 곳이 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기자말

  이노초(伊野町)에 있는 종이박물관과 마스모토 신사입니다.
 이노초(伊野町)에 있는 종이박물관과 마스모토 신사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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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오후 고치현 아가와군(吾川郡) 이노초를 찾아갔습니다. 이노초는 고치시 서쪽에 있으며 25000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일본 전통 와시 종이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이노초에는 마스모토 신사가 있는데 이곳에서 파는 에비스상 그림이 인기가 있습니다.

이노초에는 종이 박물관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는 종이를 만들어왔습니다. 이곳 이노초는 날씨가 따뜻하여 닥나무를 키우고, 닥나무가 자라는데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강물을 이용하여 종이를 만들기가 좋았습니다.

일본에 종이가 처음 전해진 것은 고구려 스님 담징에 의해서 불전과 종이 만드는 법이 전해지면서 부터입니다. 처음 일본 간사이 아스카 지역에 종이와 종이 만드는 것이 전해지고, 이어서 이곳 고치현에도 전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옛날 종이는 닥나무를 베어다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두드려 황촉규 뿌리와 물에 풀어 떠서 말려서 만듭니다.
 옛날 종이는 닥나무를 베어다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두드려 황촉규 뿌리와 물에 풀어 떠서 말려서 만듭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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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라현 아스카 남쪽에 있는 요시노 지역에서는 요시노가미 종이라고 하여 닥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요시노 가미는 일본에 전해진 전통 종이로 닥나무 껍질을 이용하여 종이를 만듭니다. 인건비가 점차 비싸지고, 사용자가 줄어들어 만드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종이를 만들어서 사용해왔습니다. 이집트에서는 갈대 껍질을 이용하여 파피루스라는 종이를 만들어서 기록을 남겼습니다. 중국에서도 후한 때 채윤이 종이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종이가 귀하고 비쌀 때에는 목간이라고 하여 나무판자에 글을 써서 글자를 남겨놓기도 했습니다.

최근 고고학 발굴 조사에 의하면 채윤이 살았던 후한 시대 이전 유물에서는 종이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채윤이 종이를 발명했다는 사실은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추측컨대 채윤 이전에도 종이를 만들었지만 채윤 때에 와서 종이 만드는 법이 체계화되고, 그가 종이 만드는 방법이나 기술을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전통 종이로 만든 여러 가지 공예품입니다.
 전통 종이로 만든 여러 가지 공예품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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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에서는 많은 종이가 생산되었습니다. 종이를 만드는 기술을 개량하기도 하고, 기계 사용을 권장하여 대량으로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한 때 이곳에서 생산된 종이는 철도를 통해서 일본 각지와 외국으로 수출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일부 일본 전통 와시 종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단순한 흰 종이가 아니고 다양하고 개성적인 작품용 종이를 만들어서 가방, 패션용품, 꾸미개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종이를 만드는 일은 가을철 한 해 동안 자란 닥나무를 베어다 삶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말리고, 물에 담가서 부드럽게 한 다음 깨끗이 정리하고, 이것을 두드려 섬유질을 나누고, 황촉규라고 하는 닥풀 뿌리에서 나는 풀 성분과 섞어서 물에 풀어서 판으로 떠서 만듭니다. 그리고 물기를 빼서 말립니다.

  마스모토 신사에서 파는 에비스 상이 그려진 부채입니다. 이것을 집에 꾸며놓으면 부채에서 바람이 일 듯 복과 돈이 바람처럼 들어오길 기원하는 주술품입니다.
 마스모토 신사에서 파는 에비스 상이 그려진 부채입니다. 이것을 집에 꾸며놓으면 부채에서 바람이 일 듯 복과 돈이 바람처럼 들어오길 기원하는 주술품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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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초에는 마스모토(椙本神社) 신사는 오래전부터 이곳 마을 사람들의 수호신과 조상신을 모셔온 곳입니다. 특히 이곳에서 섬기는 오쿠니누시(大国主命), 스사노오노미코토(素盞嗚命), 구시나다히메(奇稲田姫命) 등 세 신은 사람들에게 복을 가져다 주고, 인연을 맺어주고, 장사를 잘하게 하는 신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정월 초하루 신사를 찾아서 복을 비는 때와 봄철 큰 축제가 열리는 음력 1월 22일, 가을철 큰 축제가 열리는 11월 23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 신사를 찾기도 합니다. 부근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멀리에서도 이곳 신사에 와서 복을 빌고, 신사에서 에비스 상 그림을 사다가 자신의 집에 붙여놓습니다. 모두 복을 빌고, 재난을 예방하고, 장사가 잘 되기를 원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종이 박물관 앞에 있는 삼지닥나무와 마스모토 신사 경내에 있는 800년 된 삼나무입니다.
 종이 박물관 앞에 있는 삼지닥나무와 마스모토 신사 경내에 있는 800년 된 삼나무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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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이노초, http://www.town.ino.kochi.jp/



태그:#종이 박물관 , #삼지닥나무, #종이 박물관, #마스모토 신사, #이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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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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