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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 facebook/유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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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버켓 챌린지 캠페인'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 중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혹여라도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이 저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였다. 하지만 유아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본 후에 생각이 바뀌었다.

난 생긴 것과 다르게 약골로 어려서부터 죽을 고비를 꾀나 여러 번 넘겼었다. 다행히 루게릭병과 같은 불치병이 아닌 사고였기에 치료가 가능했다. 가장 크게 아팠던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그해 5월 3일에 당한 교통사고로 인해 학교를 5학년이 되어서야 다시 나갈 수 있었다. 몇 달 간을 누워서만 지낸 후에야 조금씩 걸음마를 시작해 5학년 땐 혼자 걸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금방 사라지지 않았다. 종아리를 뒤덮은 상처 때문에 항상 의기소침해 있었기에 중학교를 입학하고 한동안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었다. 체육시간에는 항상 앉아서 아이들을 구경해야 했으며, 고등학교 때는 체육을 전교 꼴지까지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엄마 말로는 내가 대학교 때까지도 경기를 했었다고 한다.

그래도 훌훌 털고 일어나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 덕분에 지금은 누구보다도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치마를 입지 못한다는 불편함과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크게 중요하진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 긴 시간들의 기억은 지워지지가 않는다.

그렇게 몸이 아픈 것으로 인해 오랫동안 정신적인 고통을 감내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아이스 버켓 챌린지 캠페인을 보면서 괜한 걱정부터 들었던 거였다. 나의 경우는 어렸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아픈 나를 걱정하고 동정하는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꾀나 많았었다. '니들이 어떻게 이 고통을 알겠어? 평생을 살점이 푹 페인 상처를 안고 사는 심정을, 여자로 살면서 치마도 입지 못하는 심정을 어떻게 안다는 거야?'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혹여라도 사람들이 이 캠페인에 참여하여 얼음물을 뒤집어쓴 채 웃고 떠들고 하는 모습을 실제 환자들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였다. 물론 나처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병마와 싸워내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 한 분이라도 '얼음물을 뒤집어 쓴 걸로 내 병의 고통을 이해하는 척 하지마'라고 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사고를 하기에 난 그런 우려가 가장 먼저 들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유아인의 글을 보니 내 생각이 짧았구나 싶다. 어렸을 적 사고뿐만 아니라 대학교 때도 주사쇼크로 죽음의 문턱까지 가봤던 사람인만큼 아픈 사람의 심적 고통을 모르지 않기에 좀 예민했었던 것 같다.

유아인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행동하고 기부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굳이 팔짱을 끼고 볼 필요가 없지 않았나 싶다. 난 유명인이 아니라 지목받을 일도 없겠지만 지목을 받지 않더라도 내 사정만큼 후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그게 그들의 몸과 마음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면 말이다.

via facebook/유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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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의 페이스북 글 전문>

여름의 끝자락. 아이스 버켓 챌린지라는 '쿨'한 캠페인으로 연예계뿐 아니라 온 세상이 시끌벅적하네요. 눈살 찌푸리며 팔짱 낀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홍보성이 짙다는둥, 누구더러 천박하다, 누구에겐 또 진심이 아니다. 거 참.

선행을 이루는 개인의 선의와 양심을 누가 감히 측량하고 검열할 수 있을까요. 트랜드로 번지고 패셔너블하게 소비되면 또 어때요. 유행하는 신발을 자랑하고, 잇플레이스를 서성이며 힙스터 코스프레를 하듯 그렇게 하면 뭐 어때서. 잘나가겠다고 다들 살고있는데. 그 안에 진정성을 담는다면 금상첨화죠. 굳이 아니더라도 '행위'를 통해 도움의 손길은 전해지고 세상은 바뀌고 있습니다. 좋은것과 더 좋은것의 차이를 좋은것과 나쁜것으로 갈라놓아선 안돼요.

모든 행위의 진정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언제나 반길만한 일이나, 아이스 버켓 챌린지가 찬반을 던질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무관심했던 질병이나 소외된 이웃들이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하나 하나 세상에 더 잘 알려지고 불충분하나마 도움의 손길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은 sns를 통해 해낼수 있는 아주 진취적인 일들 중 하나죠. 인생의 낭비라던 누구의 말과는 다르게도 말입니다.

이게 무슨 드레스업하고 샴페인글라스 치켜들어 선민의식을 거들먹대는 미국식 기부금 조성 파티같은건 아니잖아요.(그것에도 저는 '찬성'합니다만) 뭐가 그리들 못마땅한가요. 이런것 조차 '대한민국 정서'에 안맞는 일인가요? 팔짱 풀어요. 소음은 줄어들고, 유행은 서서히 식겠죠. 진심들과 효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겁니다.

그림자를 드리우고, 인상을 쓰고, 눈물을 쥐어 짜야 경건한 진심인건 아니에요. 웃으며 해요. 도움이 필요한 분들도 그것을 더 반기지 않을까요? 기껍고 환한 도움.

좋은 일의 가치는 누가 그 일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아니라 뜻이 필요한 곳에 얼마나 잘 전달되는가에 달려있다고 과거에 썼던 글이 떠올랐어요. 진심을 되돌아 보고 반성하며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죠. 뭐가 그리 나쁘다고 평가받을 일이 아니랍니다.

어찌됐든, 백지영 누님으로 부터 지목을 받아 이 일을 어찌해야하나 이것 저것 찾아보던 중에 생각이 많아졌어요. 루게릭병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됐구요.

저는 수염 붙이고 촬영중이라 현장에 피해 줄 수 없어 한 끼 거하게 외식할 돈, 이번 기회에 알게된 승일희망재단에 기부하겠습니다. 불순한가요? 너무 패셔너블해서 눈살이 찌푸려지나요? 뭐 어때요, 그건 우리 사정으로 그만이고 상처받고 치유가 필요한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텐데요. 저는 그렇게 믿고 행동하겠습니다. 저는 아이스 버켓 챌린지를 적극 지지하며 얼음물을 뒤집어 쓴 모든 분들에게 존경을 보냅니다.  더불어 루게릭 환우분들의 더 밝고 건강강한 삶을 응원합니다!

쿨하지 못해서 미안해. 구구절절^^


태그:#서예하는 문화예술기획자 변희정, #문밖세상 대표 변희정, #유아인 페이스북, #아이스 버켓 챌린지 캠페인, #루게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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