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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자전거를 옥외에 거치할 경우 도난 당할 위험이 있다. 자전거를 들고 버스를 타는 일은 간단치가 않으며, 전철역에서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자전거는 큰 짐이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공공 자전거이다. 경기도 안산시는 '페달로(Pedal路)' 공공 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카 셰어링 서비스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순간에 필요한 만큼 대여를 할 수 있다.

녹색을 주색으로 한다
▲ 페달로 자전거 녹색을 주색으로 한다
ⓒ 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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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민의 발이 된 페달로 자전거

안산시는 현재 56개의 공공 자전거 정거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추후 76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안산은 지대가 평평하고 버스 노선이 열악해 자전거가 매우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활용된다. 집 근처 페달로 정거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버스나 전철로 환승을 하거나 중심가에서 반납하는 시스템이다. 귀가는 그 반대 수순이다.

페달로 자전거는 총 1155대가 구비되어 있다. 앞바퀴와 뒷바퀴에 빗물받이가 있어 흙물이 튈 걱정 없이 비가 오는 날에도 탈 수 있다. 앞바퀴에 발전기가 있어서 바퀴가 굴러가기만 하면 전면 전조등과 후면 안전등이 켜진다. 무리 없이 속도를 낼 수 있는 7단 기어도 만족스럽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치걸이이다. 자전거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다운 튜브와 일체된 거치걸이는 거치대와 맞물려 도난 문제를 차단한다.

비용은 천 원이다. 2시간 안에 반납을 해야 하고 다시 대여를 하는 방식으로 24시간까지 탈 수 있다. 한 명이 자전거를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2시간 마다 재대여를 해야 한다. 한 달 요금은 삼천 원이고, 일 년 회원은 2만 원이다. 버스 요금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배차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목적지 바로 앞까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버스 비용으로 택시와 맞먹는 편의성을 누리는 서비스다. 그렇지만 페달로 서비스에도 보완할 점이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정거장이다
▲ 안산역 페달로 정거장 비교적 규모가 큰 정거장이다
ⓒ 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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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에 바라는 보완점 몇 가지

우선 거치대에 유동성이 없다. 거치대는 자전거 대여와 반납을 위한 필수 장치이다. 콘크리트 바닥에 시공되어 움직일 수 없고 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도 없다. 거치대에 자전거가 없으면 대여를 할 수가 없고, 빈 거치대가 없으면 반납을 할 수가 없다.

페달로 자전거는 출퇴근 때 이동 방향에 쏠림이 있다. 출근 시간대에는 주택가 정거장에서 전철역과 중심지 정거장으로 쏠림이 심하다. 주택가 정거장에서는 자전거가 동이 나고, 전철역과 중심지 정거장에는 자전거가 가득 차는 상황이다. 출근을 해야 하는데 정거장에 자전거가 없을 수도 있고, 목적지에 빈 거치대가 없어서 반납을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빈 거치대가 없을 경우 자전거 바구니에 설치된 자물쇠로 묶어놓고 가라는 방침이 있지만 자물쇠가 고장 나거나 열쇠가 없는 경우가 있다. 정거장에 장력이 있는 쇠줄로 된 이동 가능한 거치대가 있으면 어떨까? 쇠줄 거치대를 뽑아 자전거를 결박할 수 있으면 자전거 주차 공간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수를 늘릴 수 없는 기존 거치대를 충분히 보완할 것이다.

주택가 정거장이라고 해서 집과의 거리가 가까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주택가에는 가로등을 이용해 소량을 거치할 수 있는 정거장을 많이 설치하면 편의성을 늘릴 수가 있다. 가로등에 풍력발전기나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면 거치대에 필요한 전력을 자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전거 도로도 확충해야 한다. 모범적인 자전거 도로가 있다. 상록수역에서 안산역까지 4호선 완충녹지를 이용한 자전거 도로가 인도, 도로와 분리되어 설치됐다. 보행자나 자동차 걱정을 할 필요 없는 자전거 여행 전용 도로이다. 초지역 사거리에서 선부광장에 이르는 구간과, 시화호 갈대습지에서 수변공원 길과 안산호수공원을 지나 화정천 꼭대기까지 이어지는 편도 10km에 이르는 구간도 모범적인 자전거 도로이다.

하지만 이 외의 자전거 도로는 매우 열악하다. 도시 건설 시점부터 자전거 도로가 설계된 것이 아니라서 인도와 차도 일부에 색을 입히고 자전거 그림을 그려 넣어서 만들었다. 인도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각종 시설물을 피하여 꼬불꼬불 노선이 그려져 있다.

고속으로 주행하면 튀어나온 시설물은 물론 보행자와 충돌할 위험이 크다. 또한 인도 위 불법주차 차량도 사고 위험을 높이는 주범이다. 도로 가장자리의 자전거 도로에도 주차된 차들이 가득하다. 때문에 주행을 하려면 바깥쪽 차선으로 나오거나, 인도로 올라가야 한다.

안산시민들도 주인의식 가져야...

시민들의 주인의식도 필요하다. 페달로는 운영자의 소유가 아니다. 페달로 자전거의 주인은 세금을 내는 시민과 요금을 낸 회원들이다. 공공의 재산이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서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부족한 주인의식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우선 바구니에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이 많다. 자신이 쓰레기를 버리면 누군가는 쓰레기가 버려진 자전거를 타야 한다. 바구니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또한 페달로 서비스는 고장 자전거를 수거해서 수리를 하는데, 바퀴에 바람이 빠졌다면 고장 신고를 하고 타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바람이 빠진 자전거를 타버리면 타이어가 상해 와이어가 드러나 못 쓰게 되고, 살이 부러지거나 림이 휘는 큰 고장으로 이어진다. 수리 시간이 오래 걸리면 그만큼 가용 자전거 수가 줄어든다. 순간의 편의를 위한 행동이 공동의 재산에 손실을 끼치는 것이다.

페달로는 1인용 자전거이다. 뒷바퀴 커버가 뾰족한데도 이것을 안장삼아 한 명이 더 타곤 한다. 그러면 뒷바퀴 커버가 파손되고 펑크가 나기도 쉽다. 공공의 물건을 내 것이라 생각하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공공 자전거 시스템은 구축됐다. 하지만 도로는 미흡하다. 더욱 안전하고 체계적인 자전거 도로가 확충되어야 페달로 공공자전거 서비스가 완성될 것이다.

페달로 공공 자전거는 편의성에 비해 매우 저렴한 서비스다. 기존 대중교통의 틈새를 채우는 새로운 대중교통이다. 공공 자전거를 더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 도로가 완비되기를, 그리고 그만큼 공공 서비스를 소중히 여기는 시민의식이 갖춰지기를 기대한다.


태그:#페달로, #안산시,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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