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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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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7일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의무중대 소속 윤 일병이 집단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국방과학수사연구소 부검감정서를 보면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 거의 모든 신체 부위에 멍과 출혈, 갈비뼈 골절, 뇌에 멍과 부종, 내장기관 곳곳 손상, 심장에 멍, 흉강과 복강 출혈, 비장 파열 등.

지금까지 군대 내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항상 처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책임자 처벌은 상징적으로 최소한이었고, 재발방지를 위한 처방책은 허술했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원위치가 되기 때문에, 군대 내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원인을 짚고 분명하게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바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처벌 그리고 폭력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장·단기 대책을 말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28사단 가혹행위 사망 사건'을 막을 수 있다.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지휘 책임'

먼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다. 직접적 가해자인 이아무개 병장 등 5인은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나머지 1인은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의도, 과정 결과 등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심리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법적 결과를 이끌어 냄으로써, 처벌의 두려움을 증폭시켜야 한다.

문제는 지휘 책임이다. 육군참모총장 권오성 대장이 사임했고, 28사단장 이순광 소장이 보직해임됐다. 이외 연대장 이하 직속상관과 관련자 16명 중 8명은 견책, 6명은 각각  1·2·3개월 정직과 감봉, 2명은 5일과 10일의 근신처분을 받았다. 지휘 책임이 과도하게 약하다. 사단장부터 중대장까지 보직해임이 일괄 적용됐을 뿐이고, 연대장은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 대대장은 정직 3개월 처분에 그쳤다.

보고체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관진 장관은 4월 7일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한 쪽짜리 사건개요를 보고 받은 것이 전부이고,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은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헌병계통으로는 4월 8일 새벽에, 정식계통으로는 오전 8시에 15쪽 분량의 '28사단 수사보고서'가 6군단 → 3군사령부 → 육군본부 → 국방부로 온라인을 통해 전달됐다.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가 올라가지 않은 셈이 된다. 따라서 보고라인에 있는 두 사람, 즉 국방부의 인사복지실장과 육군참모본부의 인사참모부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도 자유롭기는커녕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보고체계가 붕괴되도록 방치했고, 사건을 확인하려는 의지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군대 내 폭력 문화, 어떻게 없앨까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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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폭력 문화를 없앨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현역 부적합 병사 선별, 지휘관의 진급제도 재정비, 상담 및 감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① 상담과 검사를 통해, 현역복무에 부적합한 자원을 입대시키지 않거나 조기전역시켜야 한다. 이는 심리 및 정신 관련 민간단체가 담당해야 한다. 군대 조직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② 사고예방을 위한 그리고 사고 초기의 보고는 부사관과 장교의 진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진급 영향으로 인한 은폐 및 축소가 문제점을 잠재시키고 해결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③ 1개 연대 규모에 50여 명의 상담관과 감시관 조직을 만들어, 병사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소속은 '국민권익위원회'로 하되, 국회가 상시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장기적으로 인권교육과 초급간부의 자질 향상도 필요하다. 현재 군 복무기간 2년간 받는 인권교육은 4시간에 불과하고, 부대 지휘관이나 헌병장교 같은 비전문가가 담당한다. 인권관련 외부단체와 협약이 필요하며, 교육시간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초급간부 자질 향상도 관건

초급간부의 자질은 더욱더 큰 문제다. 장교의 경우 육군사관학교와 일반대학교 군사학과 출신은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으나, 학군단이나 3사관학교 출신은 그렇지 않다. 군사학과를 확대하고, 학군단과 3사관학교의 교육 기간을 늘려야 한다.

부사관 문제는 심각하다. 병사의 경우 대학 재학과 졸업이 51%, 전문대 재학과 졸업이 28%다. 하지만, 부사관의 경우 대학 재학과 졸업은 각각 4%와 24%에 불과하다. 게다가 부사관은 지원병이기 때문에 병사보다 나이가 적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사관이 병사를 통솔하기란 쉽지 않다. 처우개선을 통한 부사관의 자질향상이 절실하다.

정부의 레퍼토리는 과거나 현재나 변함이 없다. 사고가 터지면 잘못을 빌며, 관련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어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책을 마련한다. 그러나 윤 일병 사건은 다시 터졌고, 군별을 막론하고 구타 및 가혹행위 사례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제 군대 내 폭력문화를 근절해야 할 시점이다. 바로 책임자 처벌과 장단기 정책이 해답이다. 병사는 어떠한 보수나 보상도 없이 2년의 청춘을 국가에 바친다. 누가 이러한 젊은이에게 가혹행위와 구타를 허용했는가? 누가 이들을 죽여도 좋다고 했는가? 정부와 군 지휘관들은 자신에게 무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태그:#윤일병, #윤일병사건, #윤일병사망, #군대구타, #군대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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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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