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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 그림이 또 다시 논란이다.

8월 8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올해 제10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광주정신전'이 개막되었다. 홍성담 작가가 주필이 되고, 광주시각매체위원, 여성주의 작가 등이 협동으로 만든 대형 서사화(가로 10.5m, 세로 2.5m)를 광주시, 광주비엔날레재단, 광주시립미술관 측 심의로 '전시 유보"결정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오월정신'을 수장고에 가두어 놓은 채 파행으로 개막되어 새로운 논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세월오월'은 홍성담 작가가 주필을 맡고 광주시각매체연구회회원들은 물론, 국내 페미니즘 작가 등 해외 저명 작가들이 함께 제작에 참가했다.
▲ 세월오월 제작과정 '세월오월'은 홍성담 작가가 주필을 맡고 광주시각매체연구회회원들은 물론, 국내 페미니즘 작가 등 해외 저명 작가들이 함께 제작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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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세월오월'은 미술관 내 작품 전시와 별도로 광주시립미술관 건물외벽에 가로 30m, 세로 10m 크기의 대형 걸개그림으로 출력한 작품을 걸기로 전시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유보결정이 나자 걸개그림 제작에 참여한 지역 작가들과 시민 등 100여 명이 8일 저녁 개막식이 열릴 광주시립미술관 앞에서 걸개그림을 펼치는 등의 항의 퍼포먼스를 가졌다.

'광주정신전' 큐레이터 윤범모 가천대 교수는 "광주정신을 승화해 미래 지향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수학공식처럼 직설적인 것보다 예술적으로 표현해달라고 작가에게 주문했는데, 주제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전시 유보 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2014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광주정신전'이 한달 앞서 8월8일 열렸다. 초대작가 홍성담 화백이 5.18 부터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 까지 역사적 사실을 특유의 무속적 형식을 빌어 대형 걸개 서사화를 제작했다.  (사진=홍성담 화백 측 제공)
▲ 세월오월 (부분그림) 2014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광주정신전'이 한달 앞서 8월8일 열렸다. 초대작가 홍성담 화백이 5.18 부터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 까지 역사적 사실을 특유의 무속적 형식을 빌어 대형 걸개 서사화를 제작했다. (사진=홍성담 화백 측 제공)
ⓒ 홍성담측 제공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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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야스쿠니에 홀린 아베 총리, 고기 로봇 얼굴의 이명박 전대통령, 급탈당한 여성의 몸으로 은유한 4대강, 녹조, 촛불 유모차 부대,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의 집회, 제주 강정, 김정은 국방위원장 초상을 불태우는 참전복을 한 어버이단체, 그리고 김기춘과 박정희의 조정으로 움직이는 허수아비로 묘사 된 대통령, 팽목항의 참사를 깨고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진 바닷길로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역사적 사실과 염원을 감로탱화의 형식을 빌려 표현하였다.

감로탱화는 조선시대 후기 절에서 유행했던 독특한 회화 양식이다. 망자나 고통 받는 자를 위로하는 뜻이 담겨 있다. '세월오월' 작품에서는 5.18 시민군 청년과 대인시장에서 김밥을 만들어 나누어 주었던 여성이 함께 광주정신을 살려 세월호를 건져내는 형상을 담아 내고 있다. 

광주시와 관련 단체는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을 문제로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하였고, 수차례 자체검열에 압박을 당하면서 작가는 대통령의 인물묘사 대신 우화적 수사법으로 닭의 머리로 대체하여 풍자하여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홍성담측은 논란이 된 부분을 우화적 표현으로 바꾸어 붙여 넣고 있다. 그러나 원본은 그대로 보존하여 덧붙이는 방식이어서 원본을 훼손하지는 않는 방식으로 수정하고 있다.
▲ 논란이 된 부분과 수정하고 있는 장면 홍성담측은 논란이 된 부분을 우화적 표현으로 바꾸어 붙여 넣고 있다. 그러나 원본은 그대로 보존하여 덧붙이는 방식이어서 원본을 훼손하지는 않는 방식으로 수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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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세월오월' 작품이 정치적이라 하여 전시를 유보한다고 결정한다고 하였는데, 그 결정이 도리어 정치적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2014년은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터전을 불태우라'다.

광주 비엔날레 홈페이지에 걸린 홍보 영상의 시작은 "'멀쩡한 세상이 나를 미치게 한다(빈센트 반 고흐)', '참여와 소통을 전제로 하지 않은 예술적 실천은 문화독재다'(백남준), '창조가 있기 전에 먼저 파괴가 있어야 한다' 이어서 변화와 자유를 꿈꾸는 유쾌한 반란, 질서와 통념을 불태우는 새로운 시선, 시대를 깨우는 새로움이 광주에서 시작된다. 터전을 불태운다" 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 선전 영상은 화려한 수사에 불과한 것일까.

광주비엔날레
▲ 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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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광주비엔날레 올해 주제인 Burning Down the House는 1980년대 초 미국 언더그라운드 밴드 토킹 헤즈의 히트곡 제목이다. 그러나 그 제목은 비엔날레 주제의 이중 의미인 물리적 운동과 정치적 참여를 동시에 반영하면서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잘 대변하고 있다'라고 홍보하고 있음에도 '세월오월' 작품의 전시를 유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오월정신전' 기획취지와도 배치되는 모순된 결정이 아닌가.

홍성담의 그림은 탱화, 단청, 속화, 민화뿐 아니라 만화, 낙서, 키치적 양식을 무속화에 녹여 시대의 문제와 정신을 담고 있다. 그 수사법도 다양하다. 풍자, 해학, 과장은 물론 탈춤이나 판소리의 재담을 그림으로 옮겨 놓은 듯 걸죽한 욕찌거기도 있을 법하다. 민중의 정서를 솔직하고 통쾌하게 쏟아 붓는 내용에 걸맞는 예술표현양식은 서구적인 표현 양식으로는 한계에 있다고 보고 그 근원을 면면히 이어져 오는 표현 양식에서 찾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감탄과 감동을 자아내는 자랑스러운 음식으로 비빔밥을 든다. 나물과 고기의 영양뿐만 아니라 간편성, 기동성, 오방색의 시각적인 효과, 양념의 접착력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는다. 홍성담의 그림 양식은 아시아의 특별한 삶의 혜안과 통찰에서 온다. 그의 그림은 비빔밥 같은 서사화로써 양식의 완결성이나 제작과정에서의 민주적 협의와 협동적인 방식은 매혹적이다. 서구의 미학과는 차별되는 특별한 성격과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크를 보고 스페인 전쟁과 공포를 피카소만의 독특한 양식으로 전쟁의 광기와 절규를 담아낸 것 이상으로 홍성담의 '세월오월'은 국가폭력으로 고통받는 민중의 정서와 극복의지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전통 형식에 '광주정신'을 성공적으로 살려놓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풍자와 해학을 포용할 줄 아는 대통령이야 말로 존경 받을 수 있고, 그런 국가야 말로 단단한 나라요 백성이다.

사랑이 없으면 욕도 없다. "야야, 그거 그린다고 쌔빠지게 욕봤제"라고 격려하는 말 속에도 '욕'이 쓰인다. 욕은 상생을 위한 성찰이요 힘이다. 오늘날 일상으로 주고 받는 토속어 속에도 사랑스러운 욕이 얼마나 많은가!. 하물며 '국가 원수'를 '웬수같은 년, 놈'으로 해학으로 표현하여도 앞뒤 문맥과 배경을 이해하고 넉넉하게 웃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후보시절 홍보영상으로 욕쟁이 국밥 할머니를 선전 도구로 쓴 대통령도 있다. 웃자고 한 말을 죽자고 함부로 덤비면 쌈박질만하게 된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막거나 소통의 방식을 함부로 차단하는 무모함은 도리어 부끄러운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

메이홀 큐레이터 주홍작가가 오월세월그림을 그리다 말고 다른 동료의 덕담에 폭소를 터뜨리고 있다
▲ 세월오월제작과정 메이홀 큐레이터 주홍작가가 오월세월그림을 그리다 말고 다른 동료의 덕담에 폭소를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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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하는 것은 문화예술을 발전시켜야 할 국가나 미술관으로써 옹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유보라는 말도 무책임하다. 거부라는 것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우유부단한 수사에 불과하다. 정치적이던 풍자던 관객이 판단할 문제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전문 작가인 줄 몰랐단 말인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도 궁색하다. 정치적이지 않은 작품들 역시 정치적이다. 정치적인 것,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공존하고 유보되지 않는 문화가 건강한 힘의 문화가 되는 것은 기본이요 상식이다.

광주 민예총은 "홍 화백의 그림이 현 정부의 무능과 탐욕을 적나라하게 그린 것이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광주시가 전시 불가 방침을 결정한 것은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광주시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가 권력이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는 군사 독재정권의 권위적인 시대에나 자행된 폭력"이고 주장했다. 이어 "예술가에 대한 테러행위에 대해 진보적 민족예술인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글 | ● 200명 시민들이 참여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프로젝트

1980년대 광주발 미술운동의 꽃과 같았던 걸개그림이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 프로젝트를 통해서 재현된다. 시간은 1980년 ‘광주의 봄’에만 머무르지 않고 2014년 세월호 참사까지 동시대의 비극과 슬픔, 삶까지 아우른다. 국가의 탄압과 폭력을 몸소 겪은 민중미술 대표주자인 홍성담 작가가 맡은 전시의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자 오프닝 퍼포먼스 일환인 ‘걸개그림 프로젝트’가 8월 8일 개막식 때 공개된다.고 하였지만 정치적이 이유로 전시가 유보되었다. 1980년 당시 민중들이 공동체 정신으로 독재 정권에 맞섰듯, 이번 프로젝트도 시민들이 참여해 ‘광주정신’을 체화하고 오늘날의 가치로 재해석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시민과 함께 그리는 걸개그림’을 모토로 백은일, 이상우, 전정호, 천현노, 전상보 등 20여 명 작가를 비롯해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여해 한달 간 공동 작업으로 진행했다.(문의) 특별프로젝트 팀 (062)608~4332~6.



태그:#홍성담, #오월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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