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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8일 오후 5시 30분]

"수당 다 합쳐도 경력 5년이 월급 180만 원이 안 되고, 20년 가까이 된 사람도 200만 원선이다. 산재 처리도 극도로 꺼린다. 보험료 인상이 부담된다는 이유다. 어쩌다 극도로 크게 다치면 산재 처리해주고, (많이 다치지 않으면) '다친 데 너희들 과실 있는 것 아니냐'면서 '알아서 하라' 하기도 한다. 치료비가 500만 원이면 '400만 원 해줄 테니 100만 원은 너희들이 내라' 선심 쓰듯이 하는 경우도 있다."

덥고 습한 이때 케이블 업계에선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입자 248만 명을 보유한 씨앤앰(C&M)이 A/S와 설치, 철거를 주로 하는 하청업체 기사들을 상대로 지난 7월 1일과 9일 계약해지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수도권이 영업 거점인 씨앤앰은 디지털 방송과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병행하면서 지난해 약 134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기사들은 사측의 직장폐쇄에 반발하여 씨앤앰의 대주주 중 하나(다른 한 회사는 맥쿼리)인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8일로 노숙농성 한 달째가 된다. 그들을 찾아간 6일에는 비가 오락가락 했다. 노조원들은 비를 피해 서울파이낸스센터 입구 주변에 모여 있었다.

비정규직 노조(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가 탄생한 것은 지난해다. 주5일 근무 이행과 임금 인상 등 근로 환경의 개선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그들이 주말에 쉬는 것은 고사하고 밤샘까지 해가며 한 달 일해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50만~200만 원이었다.

아웃소싱 이후 갑을관계로 시작된 '쥐어짜기'

 서울파이낸스센터 후문 맞은편에 걸려 있는 노조의 현수막이다. 그 뒤로 노조원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임시 비닐 텐트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파이낸스센터 후문 맞은편에 걸려 있는 노조의 현수막이다. 그 뒤로 노조원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임시 비닐 텐트의 모습이 보인다.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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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태동 때부터 20년 경력을 갖고 있는 김영수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장은 "한 달에 250만 원, 아니면 280만 원에 계약을 하지만, 자비로 지출하는 기름값과 식대 등을 모두 빼고 나면 200만 원이 채 안 된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들은 하청인 협력업체에 비정규직으로 소속된 탓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신세였다. 그나마 노조가 설립된 지난해 협력업체와의 협상을 통해서, 협력업체 소속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4대 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직원으로 전환됐다.

이들 대부분은 원래 씨앤앰 소속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2007년 맥쿼리와 MBK파트너스가 씨앤앰을 인수하기 전 본사는 A/S와 설치를 담당하는 기술 직군을 아웃소싱했다. 당시 팀장들이 아웃소싱한 협력업체의 사장이 되고, 본사에 속해 있던 기사들은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협력업체 등급을 매길 평가지표가 하달됐다. 씨앤앰은 협력업체로 내려보낼 예산을 한정 책정한 뒤 가입자 유치 실적과 근무 태도 등 평가에 따라 A~D 등급을 매겨 A등급은 지원 금액을 5%로 올리고, D등급은 금액을 10% 삭감했다. 또 D등급을 연속 세 번 받는 협력업체에 대해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까지 마련했다.

김 지부장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라며 "협력업체는 D를 맞지 않기 위해 무한경쟁에 돌입한다, 노조가 설립되자 'D등급 네 번에 일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두루뭉술한 문구로 완화는 됐지만 역시나 쥐어짜기"라고 했다.

한정된 파이 안에서 생존의 문제가 걸린 협력업체들은 소속 기사들의 업무 강도를 높여갔다. 씨앤앰은 '평가'란 무기를 쥐면서 기사들 처우는 나 몰라라 했다.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수당은 올라가기는커녕 동결되거나 삭감됐다. 물가상승률에 한참 못 미치는 마이너스 봉급이었다.

노조의 이정행 대경넥스지회장은 케이블 업계에 13년 몸담았으나 사측의 계약해지로 협력업체가 문을 닫아서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업무는 많아지는데 수당 단가는 계속 내려갔다"며 "예를 들어 가입자 한 명을 유치하면 600원 받던 것을 400원으로 내리고, 설치 수당도 줄여나갔다"고 밝혔다. 가입자 유치 경쟁에 따라 정상 수신료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손해를 본 부분은 일선 기사들의 수당을 인하해 벌충한 것이다.

25년 경력에 57세로 노조 조합원 중 최고령인 김용배 비정규직 노조 부지부장은 "25년 일해도 임금이 250만 원도 안 된다"면서 "아웃소싱되더니 (기사들의 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해 사측의 감시가 이뤄졌다, 또 모여서 커피 마시는 것도 지적하는 등 계속 일만 하라 했다"고 했다.

맥쿼리-MBK, 매년 순이익 80% 넘게 배당 챙겨

 8월 6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비를 피해 서울파이낸스센터 입구 주변에 모인 노조 조합원들
 8월 6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비를 피해 서울파이낸스센터 입구 주변에 모인 노조 조합원들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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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대주주인 맥쿼리-MBK파트너스로 흘러들어갔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이대순 공동대표에 따르면 2009년부터 5년간 씨앤앰의 당기순이익 1647억 원의 81.6%인 1344억 원이 배당으로 집행됐다. 일선 기사들이 땀 흘려 벌어들인 돈이 재투자나 사원복지 개선에 쓰이기는커녕 사실상 주주 잇속 챙기기에 활용된 것이다.

이 와중에 씨앤앰은 노조 조합원 74명의 근로계약을 해지하고 협력업체 13곳에서 직장폐쇄를 실시했다. 씨엔앰은 직장폐쇄가 협력업체의 자체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씨앤앰과의 하청계약에 따라 생사가 오가는 협력업체의 처지를 고려해볼 때 이는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농성 중인 이춘후 조합원은 "90%가 원래 씨앤앰에 다니던 사람들이다, 씨앤앰에서 힘들 때 다시 받아준다고 해서 (협력업체로) 나갔다, 그런데 받아준 사람 아무도 없다"며 "사탕발림해서 내보낸 거 아닌가, 협력업체가 폐업 신고했으니 우리들(씨앤앰 측) 책임은 없다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씨앤앰 사태의 핵심은 맥쿼리와 MBK파트너스다. 씨앤앰만 놓고 보면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95년 케이블TV 출범 당시 케이블 공급 사업자(SO)는 옛 노원케이블TV나 서초케이블TV처럼 한 구에 하나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완구 사업을 하던 이민주 현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SO를 하나씩 인수하면서 그룹화했다. 이때 탄생한 것이 씨앤앰이다. 이후 이민주 회장은 2007년께 맥쿼리-MBK파트너스에 씨앤앰을 매각하고 약 1조 원의 이익을 남기며 떠났다.

맥쿼리-MBK파트너스는 일종의 투자 목적으로 씨앤앰을 LBO(leveraged buy-out)로 2조 원 이상에 인수한다. 문제는 인수 방식이다. LBO는 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차입에 의존해 기업을 인수한 맥쿼리-MBK파트너스 입장에선 고배당을 통해 차입금을 갚아나가야 한다. 또 이익 실현을 위해선 실적 극대화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 다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제를 이행하는 데 노조의 존재와 요구사항은 눈엣가시가 된 셈이다.

맥쿼리-MBK파트너스가 씨앤앰을 동종 업계인 태광 티브로드에 매각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올 들어 씨앤앰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는 태광, SK, CJ 등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그 중 유일하게 태광그룹 티브로드홀딩스만 인수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이승희 우리정보지회장은 "태광 티브로드가 인수 1순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태광 인수 시 중복 사업 정리 차원에서 추가 구조조정이 일어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물러설 곳 없다... 보람차게 일할 권리를 달라"

 서울파이낸스센터 후문 맞은 편에 세워진 임시 비닐 텐트 내부 모습. 이곳에서 조합원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
 서울파이낸스센터 후문 맞은 편에 세워진 임시 비닐 텐트 내부 모습. 이곳에서 조합원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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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직장폐쇄된 협력업체의 조합원과 해고자 등 500여 명이 24시간 4교대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인근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씨앤앰 운영의 실권을 쥔 대주주 맥쿼리-MBK파트너스는 문제해결을 위한 그 어떤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15억여 원을 들여 연인원 8천여 명의 파업 대체인력을 투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춘후 조합원은 "우리가 원하는 건 복직"이라며 "해고된 상황에서 재취업도 안 돼 실업급여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노조가 생김에 따라 업무환경이 좀 좋아졌더니 해고됐다, 굉장히 황당하다"고 말했다.

가족 중 병으로 병원비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든지 급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하는 수 없이 노조를 탈퇴하고 비노조원으로 업무에 참여하는 상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농성에 한 조합원은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그러나 일터를 잃은 조합원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정행 지회장은 "파리 목숨처럼 자기 주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큰 돈을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조금만 더 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람차게 일하도록 권리를 달라는 것인데... 우리는 간단히 쓰고 자르는 일회용품이었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씨앤앰 비정규직 노조는 노숙농성 한 달째인 8일 오후 7시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조와 함께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이어 서울파이낸스센터와 티브로드 본사 앞을 격일로 오가면서 문화제 개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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