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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교와 봉림교 사이 도림천 구간에서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물속에서 놀고 있다. 맑아진 도림천의 모습을 대변해 준다.
▲ 도림천에서 물놀이 신림교와 봉림교 사이 도림천 구간에서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물속에서 놀고 있다. 맑아진 도림천의 모습을 대변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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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2일 SBS <물은 생명이다>팀들과 함께 서울의 서남부를 관통하는 도림천을 찾았다. 도림천은 관악산에서 발원해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를 거쳐 문래동 안양천으로 합류하는 약 14Km 길이의 하천이다. 이곳을 다시 찾게 된 것은 거의 10여 년 만이다.

도림천의 유래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숲이 울창해 도로에서 돌아서야 보인다는 의미의 도야미리(道也味里)가 도림으로 바뀌었다는 것과 억새 등이 숲을 이룰 정도로 번성해 도림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둘다 도림천 주변이 숲으로 울창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서울의 인구가 늘어나고, 공업 시설이 자리를 잡으면서 도림천을 비롯해 서울의 하천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하수 처리가 되지 않은 온갖 더러운 것이 하천으로 몰리면서 서울의 하천은 썩은 물만 흐르는 공간이 돼버렸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하천을 공원으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도림천에는 이보다 늦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하천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이 적용됐다.

상류 계곡과 중간 중간 체육시설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 반복개 구간으로 뒤덮인 도림천은 콘크리트로 뒤덮여 사람은커녕 생물들이 살아갈 수 없었다. 그 당시 혼자 도림천을 걷고 있었다. 지금은 도림천 접근시설이 많지만, 당시는 흔한 사다리조차 없었다. 갑자기 20~30분 동안 소낙비가 내렸다.

그때 위에서부터 물이 급격히 불어나더니 순식간에 둔치에 있는 내 무릎 높이만큼 물이 차올랐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난간을 기어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 도림천의 물빛은 어디선가 유입되는 생활하수의 영향으로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또한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곳에서는 짙은 갈색이었고, 하천 바닥은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 곳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실지렁이였다.

도림천이 사람과 가까워지고 있다

먹이를 기다리는 해오라기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 도림천 해오라기 먹이를 기다리는 해오라기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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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후, 도림천은 이렇게 변했다. ▲ 접근로 증가 및 시민 이용 증가  ▲ 저류조 설치 ▲ 한강물 방류 ▲ 자연형 하천 사업 접목 시도 ▲ 지속적인 시민참여 활동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산과 달리 하천은 거의 평지 같은 느낌(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이기 때문에 많은 자치단체들은 하천을 공원화 하는 경향을 보였다. 상당히 많은 접근로를 설치했다.

최근에는 너무나 많은 접근시설 때문에 하천의 자연성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대 입구 부근에서는 6만 5천 톤 규모의 저류조 시설이 공사 중에 있다. 이번 장마기간 동안부터 일부 사용이 가능한 상황인데, 저류조 시설은 집중호수의 물량을 저장함으로써, 도림천의 수위가 갑자기 증가하는 것을 방지해준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하천의 유지용수도 공급해 줄 수 있다.

​도림천의 변화의 세 번째 특징은 한강물을 끌어와 방류한다는 점이다. 여름철을 제외하고 하천의 유지용수가 부족한 도림천을 위해 하루 3만 톤의 물을 미림여고 섬거리 동방1교(1만 4천 톤)와 구로디지털단지역 부근(1만 6천 톤)에서 각각 방류하고 있다. 지역의 시민단체는 이러한 방류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관악산은 급한 경사와 바위산으로 이뤄진 탓에 하천 유지용수가 부족해지면 수질 개선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물이 일정 정도 흐르면 그에 따라 생물종들이 번성하는 힘을 지닌다. 한강물을 방류함에 따라 버들치, 피라미 등을 도림천 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

도림천 일부 구간에는 자연형 하천 사업이 적용됐다. 식생을 이용해 수질을 정화하려는 것으로, 신림교와 봉림교 사이 약 300m 구간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식생은 비교적 잘 안착돼 있는 상태다. 이 구간에는 어린이 물놀이 시설이 만들어져 있고, 도림천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예전 이곳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수직 낙차공(물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시설)이 있었던 곳으로, 현재는 자연석을 활용한 시설로 교체돼 있다.
▲ 자연석을 활용한 낙차시설 예전 이곳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수직 낙차공(물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시설)이 있었던 곳으로, 현재는 자연석을 활용한 시설로 교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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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수직형 낙차공(수위를 높여주는 콘크리트 시설)을 자연석으로 교체해 둔 상황이다. 이러한 도림천의 변화에는 '도림천 주민 모임' 등 지역의 시민단체의 역할의 크게 작용했다. 도림천 복개 반대 운동부터 시작된 도림천 모임을 통해 주기적인 하천 수질 및 생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는 학생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되며 행정기관의 정책 제안 근거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구간 실지렁이 여전, 수질 문제 드러내

100% 복개된 대방천이 도림천으로 합류되는 지점에는 지하철 및 도로 교량 기둥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런 기둥으로 인해 홍수 위험이 상존하고, 복개된 곳에서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유출되면서 악취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 대방천 합류지점 100% 복개된 대방천이 도림천으로 합류되는 지점에는 지하철 및 도로 교량 기둥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런 기둥으로 인해 홍수 위험이 상존하고, 복개된 곳에서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유출되면서 악취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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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몇 년 전 서울시는 도림천 상류 관악산에 홍수 방지를 위해 소규모 댐을 건설하고자 했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댐으로 관악산을 수몰시키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댐 계획은 철회됐다. 대신 관악산 입구 지하에 6만5천 톤의 저류조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도림천에서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문제점도 점도 있다.

100% 복개된 대방천이 도림천과 합류되는 지점(신도림역 전방 250m 지점)에서 악취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하수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 이를 증명이나 하듯 합류지점을 기준으로 약 100여 미터 사이에서는 실지렁이 무리가 쉽게 확인된다.

유기물이 퇴적돼 썩은 곳에서 번성하는 실지렁이는 도림천 일부 구간의 수질 상태를 대변해 준다.
▲ 도림천 실지렁이 유기물이 퇴적돼 썩은 곳에서 번성하는 실지렁이는 도림천 일부 구간의 수질 상태를 대변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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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사는 환형동물 실지렁이는 유기물이 쌓여 썩는 곳에 모여 산다. 이들이 많다는 것은 수질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수치상 하수처리율 100%에 가까운 서울이지만, 하수가 여전히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도림천의 변화 모습에서도 한계가 존재한다. 가장 큰 한계는 청계천처럼 물을 끌어와 방류한다는 점이다. 청계천 환경성에 대한 전 과정 평가에서 물을 끌어와 방류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된 바 있다. 

청계천의 경우 하루 12만 톤의 물을 끌어오기 위해 우리나라 4456가구의 연간 전력 사용량에 해당하는 11만Kw/h가 넘는 전기를 사용한다. 이 전기를 사용하는데 연간 246만Kg의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이 과정에서 580만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한해 48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도림천의 경우 하루 3만 톤의 물을 끌어오면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한해 12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행정기관이나 시민들이 이에 대해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 지 의문이다.

공원하천을 넘어 생태하천으로 전환해야

도림천은 하루 3만 톤을 한강에서 끌어와 방류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연간 12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 한강물이 방류되는 도림천 도림천은 하루 3만 톤을 한강에서 끌어와 방류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연간 12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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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천은 전반적으로 여전히 인공적이다. 도림천 중상류 지역의 하천 폭은 대략 50미터 남짓. 물이 흐르는 하도가 10~30미터, 나머지 양쪽 공간을 하천 둔치로 사용하고 있다. 좁은 하천 구역에서 양쪽 둔치를 모두 자전거 도로 및 산책로로 사용하는데 이는 개선돼야 한다. 비슷한 넓이의 청계천의 경우, 양안 둔치 중 일부 구간은 자연식생구간으로 사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하천의 생태성을 왜 높여야 할까? 지난 10여년 동안 도림천은 잊혀진 하천에서 공원형 하천으로 변형됐다. 여기서 그치지 말고, 생태형 하천으로 좀 더 발전시켜야 한다.

인공적인 조경하천보다 생명이 호흡하는 하천으로 말이다. 자연형 하천으로 변화된 전주천의 사례를 볼 때, 생태하천으로 변화되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시민들이다. 생태하천으로서 도림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blog.naver.com/ecocienma)에도 올립니다.



태그:#도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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