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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회 대한민국압화대전에서 깜짝 낭보가 날아 왔다.

돌나라 이창숙씨(53세)가 영예로운 종합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것이다. 세계 20여 나라가 참가한 근본 대회는 압화의 메카로 알려진 구례군이 개최하였다.

자신의 출품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창숙 작가
▲ 대상작 '야생화의 외출' 자신의 출품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창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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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받은 압화 작가 이창숙씨는 누구?

영예로운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이창숙씨는 남편과 함께 돌나라 한농복구회 회원으로 귀농하여 야생화에 푹 빠진 인물. 본 대회에서 '야생화의 외출'이라는 판화형식의 압화작품으로 압화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그는 어떻게 창작예술의 경지를 높였을까. 기자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이창숙 압화 작가가 살고 있는 돌나라 한농복구회 상주지부를 직접 찾아가 그의 삶의 발자취를 차근차근 따라가 보기로 했다.

 '태양은 농촌에서 뜬다'
▲ 돌나라 한농복구회 상주지부 '태양은 농촌에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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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 농암에서 차로 개천을 따라 약 20분 정도 들어가면 깊은 산골 첫동네, "태양은 농촌에서 뜬다"는 돌에 새겨진 문구가 눈에 띈다. 돌나라 한농복구회 상주지부 '백합동' 마을이다. 몇 분 더 올라가면 '송죽동', '하나동', '행복동', '낙원동', '승리동'...700여 명의 회원들이 '한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사는 '6형제 마을'이 나온다.

이창숙 작가가 살고 있는 마을은 유난히 야생화가 많은 '하나동'. '신선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과 함께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 역시 이창숙 작가 못지않게 야생화 사랑에 빠져있었다. 어느새 정원 곳곳도 모자라 작은 야산까지 개간해 야생화 공원을 만들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군데군데 놓여진 틈새로 '자식처럼 애지중지' 돌보는 온갖 예쁜 꽃들로 가득차 있었다.

오죽하면 돌나라 상주지부에서는 "야생화를 구경하고 싶으면 '신선 한의원'으로 가보세요"라고 할 정도일까. 남편의 외조가 지금의 이창숙 작가를 키워낸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기자가 작가의 집에 방문한 날에도 이작가는 이미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으며 열심히 메모하는 중이었다. 또 다른 작품 준비로 작가의 손은 쉼이 없었다.

철공예 밑바탕에 35가지의 이상의 압화작품
▲ 이창숙 작가의 작품 철공예 밑바탕에 35가지의 이상의 압화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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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커서 2컷트로 분류한 사진
▲ '야생화의 외출' 작품이 커서 2컷트로 분류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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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화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 되었나요?
"10년전이었어요. 우연히 EBS 방송에서 압화 강좌를 보게 되었는데 워낙 꽃을 좋아하던 터라 바로 압화기를 구매했어요. 주변에 배우러 갈 만한 공방이 없어서 혼자서 한 거지요. 꽃을 좋아하는 저희 부부는 그 후로 압화전시장도 구경하러 가기도 했어요."

- 대통령상 수상을 축하드려요. 압화대전 출전경험은 얼마나 되나요?
"이번이 두번째에요. 8년 동안 혼자서 독학으로 하다가 제대로 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서 2년전에 공방을 찾게 됐어요. 그리고 작년에 처음으로 작은 대회에 출전해서 우수상(2등)을 타게 됬어요. 올해 구례에서의 대회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대회였어요. 사실 기대하지도 못했는데 시상식날 제 이름과 사진까지 넣은 플래카드도 걸어 놨더라고요.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된 특별한 점은 제 작품이 특별히 예술성이 있었다기보다는 철재를 이용한 창의성 때문이었어요. 이런 발상을 재현한 작품이 없었는데 새로운 장르를 발견했다고 그 점을 높이산 거지요."

- 이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창의력과 구성이 뛰어나던데 미술전공을 했는지?
"어릴 때부터 미술을 하고 싶긴 했지만 제가 늦둥이였어요. 연로하신 부모님께 부담을 드릴수가 없어서 미술은 포기했었고요. 압화는 누구나 배우면 다 잘 할 수 있어요. 앞서 말했듯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눈여겨보게 되니까 어떻게 응용하고 적용하면 되겠다는 것이 이제는 바로 생각이 나요."

- 압화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전에는 꽃을 좋아하긴 해도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작은 꽃, 잡풀이라 해도 하나하나가 얼마나 예쁜 얼굴들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보게 돼요. 그리고 쓸모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았어요. 당근 잎, 쑥갓조차도요. 그래서 압화를 멈출수가 없는 것 같아요. 자연의 모습 작은 것에서도 신비한 창조주의 손길을 느낄 수가 있으니 매일 감동을 받지요. 압화를 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소중해지고 귀해지니 잡생각도 없어졌어요."

-꽃보다 아름다운 작가의 미소
▲ 이창숙 압화작가 -꽃보다 아름다운 작가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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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야생화처럼 예쁘면서도 겸손했다.

많은 꽃을 채집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그 역시 지천이 야생화요 잡풀들인 자연속 마을이니 천국이 따로 있냐며 웃는다. 꽃이 가장 예쁠 때 채집을 해야 한다는 압화, 건조하는 과정도 아기 기저귀를 갈 듯 자주 정성들여 밑종이를 갈아줘야 예쁜 색을 그대로 간직한다고 알려 준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사랑으로 작품은 탄생되는 것이다.

-집주변에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야생화, 이창숙 작가는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가르쳐 주었다. -노루오줌, 꽃무릇, 해오라비난, 바늘꽃, 신경초, 혹앵초
▲ '야생화들의 천국' -집주변에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야생화, 이창숙 작가는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가르쳐 주었다. -노루오줌, 꽃무릇, 해오라비난, 바늘꽃, 신경초, 혹앵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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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누르미'로 만든 천지창조

압화는 조형 예술의 일종이다. 예전에 창호지로 문을 바를 때 말린 꽃잎을 넣고 장식한 것도 일종의 압화를 이용한 것이다.

'꽃누르미' 또는 '누름꽃'이라고도 하는 압화는 창의적인 사고와 인내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창숙 작가는 '압화 예술'을 마음으로부터 즐긴다. 천연계(天然界)와 벗삼는 일이기에.

이창숙 작가는 봄부터 가을까지 깊은 산속에 외롭게 피어있는 야생화들의 친구이다. 누군가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 홀로 피고 지는 야생화가 아니던가. 작품에 필요한 소재를 찾기 위해 친구들을 찾아 늘 산으로 향하는 작가의 눈과 손에 의해 야생화는 새로운 운명을 맞이한다.

작가의 창의적인 발상과 다양한 소재가 접목된, 거기에 작가의 '얼'을 담은 아름다운 작품들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그리고 영구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건조 포도와 딸기는 쟁반으로 재탄생되었다. 나무재질의 받침위에 유리로 얹어진 딸기 쟁반은 손님의 눈에 반해 선물로 보내졌다.
▲ 포도와 딸기의 재탄생 -건조 포도와 딸기는 쟁반으로 재탄생되었다. 나무재질의 받침위에 유리로 얹어진 딸기 쟁반은 손님의 눈에 반해 선물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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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야생화의 외출'에 이어 아늑한 시골풍경을 각종 야생화 친구들을 초청하여 '평화로운 전원의 모습'이라는 작품으로 또다시 야생화를 외출시켰다. 고향의 향수가 물씬 풍기는 따뜻한 풍경이면서도 수준으로는 '고품격 작품'이다.

-화사한 산앵두꽃을 꽃다지와 냉이꽃으로, 닭털의 섬세함을 리베라 꽃잎을 따서, 닭벼슬은 맨드라미로, 항아리는 생강나무로 연출시켰다.
▲ '평화로운 전원의 모습' -화사한 산앵두꽃을 꽃다지와 냉이꽃으로, 닭털의 섬세함을 리베라 꽃잎을 따서, 닭벼슬은 맨드라미로, 항아리는 생강나무로 연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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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미인은 과속하지 않는다'의 저자 이춘해 작가는 '야생화의 외출'(대상) 작품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칠보작품은 가끔 보았지만 색의 조화와 금속걸이를 잘 이용한 배치가 몽환으로 빠져 들게 했습니다. 갖고 싶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어요. 다른 작품은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창숙 작가와 헤어지면서 돌아오는 길, 길가에 스치는 작은 꽃잎들이 예사롭지 않게 볼록렌즈처럼 도드라져 보였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생각이 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태그:#돌나라, #한농복구회, #이창숙 작가, #야생화의 외출, #압화작가, #야생화,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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