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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코5 헤미몬트 게임즈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게임을 발매했다.
▲ 트로피코5 헤미몬트 게임즈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게임을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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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바쁜 벌꿀'처럼 휴식도 취하지 못하시고 일련의 사건들로 대통령님의 심신이 매우 지치셨을 것 같아 우려됩니다. 대통령님께 모든 괴로움을 잊게 해줄 '마약'같은 게임을 하나 소개 시켜 드리겠습니다. 카다피, 김정일, 후세인 등 걸출한 독재자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해주던 바로 그 게임! '트로피코 시리즈'의 신작 <트로피코 5>입니다.

<트로피코 5>는 세계 유일의 독재 경영 시뮬레이션으로 현실에서 독재자로서 할 수 있는 수많은 행위들을 경험해 보실 수 있습니다. <트로피코 5>의 목적은 가상의 열대 섬나라 '트로피코'의 대통령이 되어 국가를 이끄는 것입니다. 국민들을 이끌고 열대낙원 트로피코를 건설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어서 고단한 대한민국 국정은 잊으시고 <트로피코 5>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대통령님의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트로피코에서는 성별, 인종, 의상, 머리 스타일 등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처럼 '패션외교'는 할 수 없습니다. 매일매일 다른 색깔의 옷을 입는다고 해서 정치나 외교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안타깝습니다만, 최대한 실제와 비슷하게 분위기는 낼 수 있죠!

캐릭터 생성창 패션 정치를 하는 누구가 떠오른다면 당신의 착각이다.
▲ 캐릭터 생성창 패션 정치를 하는 누구가 떠오른다면 당신의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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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만드셨다면 이제 정말 <트로피코 5>를 즐기실 때입니다. 대한민국 정치보다 훨씬 쉬우니 걱정 마십시오! 무엇이 그렇게 쉬운지 의아하실 겁니다. 한 가지만 예시를 들어드리죠.

우선 '인사 참사'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원하는 친인척을 골라서 요직에 앉힐 수 있습니다. '청문회'같은 것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까다로운 청문회를 통과시킬 자신이 없다고 문제의 인물을 굳이 유임할 필요도 없죠.

화려한 열대낙원 트로피코에 처음 도착하시면 조금 놀라실 겁니다. 집도, 공장도, 아무것도 없는 트로피코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입니다. 이 섬을 산업화의 성지로 만들어 내는 것은 대통령님의 손가락 끝에 달렸습니다. 바나나 농장부터 자동차 공장, 거대 패션회사까지. 상상만 해도 입에서 새마을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이 게임을 정말로 쉽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경제를 성장 시켜야 합니다. 복지와 분배도 빈틈없이 신경써야 합니다. 사회보장제도는 국민들의 만족도를 높여줍니다. 집회와 시위를 허하고 언론 활동을 보장하면 더욱 국정 운영이 원활해집니다. 다양한 정파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선에서 합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면 됩니다. 이 방법을 쓰면 정말로 무난하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부정 선거 한국 현대사에도 수 차례 시도된 부정선거를 당신도 할 수 있다.
▲ 부정 선거 한국 현대사에도 수 차례 시도된 부정선거를 당신도 할 수 있다.
ⓒ 헤미몬트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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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민주주의'가 싫증나면 어려운 '독재'로 플레이

하지만 이렇게 정직하게만 플레이한다면 이 게임이 여러 독재자들의 찬사를 받을 수 없었겠죠. 민주주의가 싫증이 나시면 철저하게 독재를 할 수도 있습니다. '트로피코 시리즈'만의 독특한 시스템인 스위스 은행 비자금이 대통령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축허가제를 실시해서 건축비를 유용할 수 있습니다. 4대강처럼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시면 많은 돈을 주머니에 챙길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 얘기입니다.

박물관에서 오래된 유물을 빼돌리고, 국고도 횡령할 수 있습니다. 다양하고 즐거운 방법으로 대통령님의 스위스 계좌를 배부르게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누구 못지 않은 부를 쌓아보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자금을 들킬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트로피코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하지 않기 때문이죠. 혹시 어떤 전임 대통령이 떠오르신다면 굳이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그러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정신 없이 스위스 계좌를 불리고 여기저기 낙하산을 요직에 앉히다 보니 어느새 선거철이 다가왔군요.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지셨다고요? 물론 트로피코 얘기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트로피코에서는 부정선거를 하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트로피코의 국민들은 불신에 가득한 대한민국 국민들과 다릅니다. 안타깝게도 트로피코에 '국정원'은 없습니다만 부정 선거를 통해 투표율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UN 감시단과 서방 세계가 경고하겠지만 당장의 집권이 더 소중하죠.

계엄령 계엄령을 선포했던 어떤 분이 생각난다.
▲ 계엄령 계엄령을 선포했던 어떤 분이 생각난다.
ⓒ 헤미몬트 게임즈
그리고 부정선거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계엄령을 선포하시면 국민들의 자유도가 떨어지지만 선거를 하지 않습니다. 정권교체를 걱정하실 필요도 없는 몹시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언제까지고 계엄령을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그 사이에 오락과 종교로 우매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여 만족도를 올리면 됩니다. 참 쉽죠?

계엄령보다 더 은밀하고 위대하게 국가를 장악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근대 국가의 기틀, 법을 바꾸십시오. 트로피코에서는 무려 헌법과 칙령을 대통령님의 입맛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산업화, 사회보장제도 등 간단한 칙령부터 징병제 실시, 미디어 장악 등의 헌법 개정까지. 대통령님의 입맛에 맞는 다양하고 비민주적인 선택지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총애하시는 비밀경찰을 설립해 인터넷 감시를 실시할 수도 있고 애국보수 세력에게 힘을 실어 파벌을 강화 시킬 수도 있죠. 더욱 효과적인 국민 세뇌와 정권 연장을 위해 미디어를 매수할 수도 있습니다.

계속되는 시위와 파업, 반군의 공격, 해외로 떠나는 국민 등이 불편하시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대통령님께서는 여전히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를 지닌 대통령님이십니다. 물론, 게임 얘기입니다.

자연재해 안타깝게도 종종 재앙이 닥쳐오고는 한다
▲ 자연재해 안타깝게도 종종 재앙이 닥쳐오고는 한다
ⓒ 헤미몬트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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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만 있고 '인재'가 없는 트로피코

이런! 운이 없게도 쓰나미가 몰아쳤군요. 트로피코는 열대낙원이기 때문에 가끔씩 자연재해가 들이닥친답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인재'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누구도 대통령님께 책임을 묻거나 미흡한 대처에 불만을 표하며 대통령 관저 앞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벌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쓰나미 복구 실패로 안전행정부 장관을 해임 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면 트로피코에는 장관이 없기 때문이죠. 열대 독재낙원 트로피코의 모든 권력과 특권은 대통령님께 있습니다. 불통? 트로피코에서는 대통령님께서 하시는 일이 곧 '통'입니다. 마음 상하지 마세요. 자랑스러운 불통입니다.

어떠십니까? 그간의 묵은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지 않으십니까? 실제 국정운영과 별 차이가 없다고요? 그 점이 바로 '트로피코 시리즈'가 전 세계 독재자와 비민주적 지도자들의 사랑을 듬뿍 차지한 이유입니다. 말 안 듣는 국민들과 더 말 안 듣는 정치인들 사이에서 지치실 때 언제든지 <트로피코 5>를 다시 즐기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가진 게임에 몰입하시게 되면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고 과도한 폭력성 표출, 업무 수행 저하 등의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미리 '게임중독법'을 통과 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불경한 사건으로 언론에서 뵐 때까지 국정 운영 잘 하시길. 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민주주의'가 '독재'보다 쉽습니다. 물론 게임 얘기입니다!

트로피코 시리즈는...
트로피코 시리즈는 헤미몬트 게임즈가 개발하고 칼립소 미디어가 발매하는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1편부터 3편까지는 팝탑 소프트웨어와 합작했으나 4편부터는 헤미몬트 게임즈가 단독으로 제작했다. 국내유통사는 H2 인터렉티브가 맡았다. 2001년 첫 번째 시리즈가 발매됐으며, 지난 5월 24일 최신 시리즈인 트로피코 5 한글판이 출시됐다.

트로피코 시리즈는 '트로피코'라는 가상의 섬을 플레이어가 대통령이 되어 운영하는 게임이다. 싱글 플레이용으로 개발된 패키지 게임이지만, 최신작부터는 2~4인의 멀티 플레이도 지원한다.

공산주의·자본주의·군국주의·환경운동가·지식인·종교인 등 다양한 정치 진영이 존재하며, 플레이어는 각 정치 진영과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해서 섬을 발전 시켜야 한다. 미국·소련·유럽·중국·중동 등의 해외 국가들과의 외교 정책도 게임에 영향을 미친다. 플레이어의 국정 운영에 따라 게임 내 국민들은 다음 선거 때 대통령 재선을 위한 한 표를 던지기도 하고, 반대 집회를 열거나 반란군이 되기도 한다.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 이상국가가 될 수도 있고, 강력하고 획일화된 군사독재 국가가 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방향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독재보다 난이도가 훨씬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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