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이맘때였다. '쾅쾅쾅' 이웃집의 문을 누군가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에 우리집 대문에서도 어떤 감정이 실린 듯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네는 음식물쓰레기봉투 어디에 버려요?"
"왜요? 저희집은 음식물쓰레기 안 버리는데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아주머니는 골목길이 시작되는 첫 번째 집에 살았다. 자신의 집 앞 전봇대 밑에 사람들이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버려서 파리가 생기고 냄새 때문에 못 살겠다며 "걸리기만 하면 고발하겠다"고 한다.

"아저씨네는 음식물쓰레기 안 버리면 어떻게 해요?"
"여기다 모아서 퇴비를 만듭니다."

현관문 입구에 놓인 네모난 스티로폼 박스를 가리켰더니 이상한 사람 봤다는 눈빛을 하며 돌아갔다. 그 아주머니는 전봇대에 경고장을 붙여놓고 쓰레기 버리는 날이면 집 근처에서 망을 보기도 했다. 그 노력 덕분인지 지금은 주민들이 자기집 앞에 쓰레기를 놓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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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폐용기에 음식물을 모은후 스티로폼 상자에서 퇴비를 만든다. 마른 낙엽은 잘게 부숴주고, 발효과정에서 하얀곰팡이가 생기는 것은 발효가 잘 되고 있는것이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모으면 환경보호 버리면 쓰레기

음식물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퇴비로 쓴 지 2년정도 되었다. 농사에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의미있는 생활의 실천이 될 수 있다. 모아두는 방법도 어렵지 않고 오랫동안 두어도 냄새 걱정이 없다.

적당한 크기의 스티로폼상자와 마른낙엽을 잘게 부순것만 있으면 된다. 낙엽 대신에 톱밭,왕겨, 커피찌꺼기 중에서 한 가지만 있어도 되며 여러 가지를 섞어서 사용해도 된다. 음식물찌꺼기는 물에 젖어 있으므로 같이 넣어주는 재료는 수분이 없어야 한다.

퇴비는 발효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미생물의 역할이 중요하다. 음식물 퇴비 재료 자체의 미생물로도 발효가 되지만 추가로 미생물을 넣어주면 더 좋다. 널리알려진 이엠(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미생물)발효액을 조금씩 넣어주거나 발효미생물제를 넣어주면 발효시간이 단축된다.

음식물쓰레기봉투 대신에 밀폐용기에 음식물을 모았다가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줄 때는 물기를 손으로 꽉 짜서 수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스티로폼 상자 바닥에는 발효과정에서 생겨나는 수분이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에 마른재료를 두껍게 5cm정도 먼저 깔아준다.

음식물쓰레기와 마른재료를 1:1비율로 섞어서 넣어주고 다시 마른재료를 1~2cm정도 덮어주면 된다. 음식물쓰레기와 마른 재료를 이같은 방법으로만 해주고 상자뚜껑을 덮어두면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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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왕겨,톱밥,커피찌꺼기 등 마른재료에 음식물의 수분을 최대한 짜내고 마른재료와 섞어준후, 다시 마른재료로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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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후에는 부슬부슬 흙냄새 퇴비로

뚜껑을 덮어두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으며, 발효가 되면 음식물쓰레기 자체의 냄새도 사라진다. 발효과정에는 약간의 열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정상적인 퇴비화의 과정이다. 혹시나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수분이 많아서 그런것이므로 마른재료를 더 넣어주면 된다. 그리고 항상 음식물의 수분을 최대한 없애고 넣는 게 중요하다.

스티로폼 상자에 재료가 가득 차면 뚜껑을 덮고 접착 테이프로 밀봉을 해서 몇 달간 보관을 해도 된다. 3개월정도 지나서 완전발효가 되면 음식물의 형태는 분해되어 사라지고 마른재료만 남아있게 된다. 그러면 텃밭이나 화분에 퇴비로 쓸 수 있는 음식물퇴비가 만들어진 것이다. 텃밭농사를 짓거나 화단이 있다면 스티로폼 상자에서 1차 발효를 거친 후 흙속에 묻어주면 더 좋은 양질의 퇴비를 만들 수 있다.

썩는 모든 음식물은 퇴비의 재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스티로폼상자에서는 육류와 생선의 뼈는 괜찮지만 고기는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방법은 이처럼 쉽고 냄새도 없다. 쓰레기봉투값을 절약할 수 있고,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퇴비로 만들었으므로 환경도 보호한다. 음식물쓰레기를 자원으로 만드는 행복한 실천, 당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