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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불교 성지인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사원에서 일부 크리스천들이 기타를 치며 찬송가를 부르는 등 소위 '땅 밟기'를 한 사건이 대서특필 되었죠. 크리스천의 한 사람으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더군요. 그렇게 행동한 크리스천들을 탓하기에 앞서 제가 그들을 그 지경으로 몬 당사자가 아닌가 생각했기에 낯이 화끈거렸습니다.

이런 일은 2010년 '봉은사 땅 밟기'로 물의를 일으켜 세상에 알려졌죠. 그땐 주인공들이 봉은사를 찾아가 사과하면서 일단락되었고요. 물론 저는 이런 방법으로 타 종교에 상처를 주는 그들이 누군지도, 그런 전도방법(?)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당연히 해 본 적도, 하라고 가르친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지경이면 모든 크리스천이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경이면 모든 목사가 회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정말로 사과드립니다. 그렇게 만든 죄, 그렇게 가르친 죄, 그렇게 내 몬 죄, 저같은 목사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께 무례를 널리 용서해 주십사 고개를 숙입니다.

감성만 건드리는 맹목적 신앙인, 안 돼

지난 7월 4일 불교 성지인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사원에서 일부 크리스천들이 기타를 치며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입니다.
 지난 7월 4일 불교 성지인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사원에서 일부 크리스천들이 기타를 치며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입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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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물의를 일으킨 이들은 대부분 청년입니다. 그들의 배후에는 교회 지도자가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과 목사를 힐링한다기에 이 책 <세습목사, 힐링이 필요해?>(기독연구원 느헤미야 펴냄)를 집어 든 것입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오직 열심만으로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려는 듯 윽박지르는 안타까운 모습만 한국 교회에 보일 뿐입니다. 지성이 결여된 신앙을 좋다고 부추기고, 감성만 만져주면 간까지 빼 줄 맹목적인 신앙인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고, 얄팍한 성경 지식과 종교적 관행 그리고 목사들의 장사꾼 같은 부추김을 뒤섞어 나름의 신앙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본문 7쪽)

왜 팟캐스트에 닻을 올리고 방송하며 이처럼 책을 냈는지를 밝히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 김형원 목사의 말입니다. 이 책은 두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2012년부터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힐링'이란 주제를 다룹니다. 책에서 표현하듯이 청년들을 위한 멘토를 '독하게' 비판하고 있고요. 다음으로, 한국 교회의 뜨거운 감자인 '세습'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MB 정부 들어서면서(변한 게 없기에 박근혜 정부도 연장 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함- 기자 주) 청년실업은 사회문제가 되었고, 청년들은 많이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책들이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와 같은 종류입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느려도 늦지 않다','방황해도 괜찮다' 등의 메시지를 담은 승려들 책이 인기를 누리는 것은 이 사회의 청년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버거운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기독교의 멘탈리티는 깨고 부수고 개혁하고 성취하는 거였다면 불교는 도피하는 쪽이기에 승려들이 이 시대의 멘토로 자리 잡게 되었고요.

청년, '고지론' 버리고 자신의 영역 뛰어들어야

<세습 목사, 힐링이 필요해?> 표지
 <세습 목사, 힐링이 필요해?> 표지
ⓒ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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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조적으로 청년들이 사회를 바꿀 수있는 힘이 없다 보니, 차라리 도피를 가르치는 멘토가 부상하게 된다는 거죠.

MB가 장로라는 이유가 그 반대인 불교 쪽 멘토를 선호하게 만든 면도 있죠. 박근혜 정부도 신자유주의적 사고 틀을 벗지 못하고 있으니 이런 현상은 지속되고 있는 거고요.

지금의 청년들은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은 '맘마보이' 스타일이라는 점도 '말랑말랑한 멘토들'을 부상시키게 된 거고요.

그러나 <아프니까 청춘이다>나 승려들의 서적으로 위로하는 멘토링이 제대로 된 것이냐 하는 문제는 짚어봐야 합니다.

서울대·서울대교수의 관계는 보통사람들의 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직장 제안을 포기하고 교수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질문에 교수가 꿈이라면 직장을 포기하라고 하는 멘토링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거죠.

교회 역시 승려가 "멈추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라고 조언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께 의지하고 순종하라고 가르치죠.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책은 SBS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이야기도 하는데, 스타들이 나와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데, 실은 그들이 아니라 TV를 보는 사람들이 힐링 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겁니다.

한 마디로 현실에서 청년들은 특별케이스 힐링 메시지를 듣고 더 좌절한다는 겁니다. 사회구조적으로 벗어나기 힘든 청년의 짐은 책임을 청년에게 둘 게 아니라 사회에 둬야 하고, 역사인식을 분명하게 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멘토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 일을 교회가 과연 했느냐 반성해야겠지요.

교회가 경쟁사회에서 '고지론'(등산가가 고지를 정복하듯 세상을 정복하고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는 논리- 기자 주)에 편승해 잘못된 사회구조를 성경적으로 냉철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어떻게 파도타기를 잘 할 것인가에 몰두했다는 거예요. 교회는 이 시대의 청년에게 위로의 메시지가 아니라 저항의 메시지, 대안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거죠. 본문에서 조석민 목사가 한 말이 멘토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원순씨가 말한 것처럼 한국사회에 필요한 직업이 삼성 말고도 수천 가지가 있고 거기에는 성령 받고 헌신한 친구들 아니면 들어가지 않는 영역들이 있는데, 그 부분들을 제시해 주고 그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동력화시키는 것이 청년사역자들이 해야 될 일들이 아닐까요?"(본문 86쪽)

교회 세습, 목사들에게 힐링이 필요해

최초 세습이라고 알려진 충현교회의 모습, 고 김창인 목사를 이은 아들 김성관 목사가 담임하고 있다. 아직도 여러 성도들이 '충현교회 바로세우기'라는 카페을 통해 충현교회의 세습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 충현교회 최초 세습이라고 알려진 충현교회의 모습, 고 김창인 목사를 이은 아들 김성관 목사가 담임하고 있다. 아직도 여러 성도들이 '충현교회 바로세우기'라는 카페을 통해 충현교회의 세습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 충현교회바로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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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세습은 1997년 충현교회에서 시작되었죠. 고 김창인 목사가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주면서 시작되었으니까요. 이어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가 아들 김정석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줍니다. 이슈화된 것은 이때부터죠. 그러나 계속 이어졌습니다. CCC 그리고 소망교회의 편법승계, 금란교회 등 대형교회들이 줄줄이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줍니다.

2013년 감리교회가 법을 바꿔 세습을 못 하게 하지만 그리 신통치 않은 것 같고요. 임마누엘교회가 그 이후 세습을 완료했으니까요. 왕성교회도 세습했고요. 찬성론자 김홍도 목사와 반대론자 김동호 목사의 법리 싸움도 대단했고요.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세습반대운동연합' 등의 활동도 활발했지만, 역부족인 듯합니다.

그러다가 2012년 6월 충현교회 원로인 김창인 목사가 세습을 회개하는 발언하기도 하죠.

"교회를 무리하게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물려준 것을 일생일대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하나님 앞에 큰 잘못이었다. 사과 시기가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나의 잘못을 한국교회 앞에 시인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한다."

김창인 목사가 고인이 된 지금도 계속하여 교회들의 세습은 진행 중입니다. 세습하는 아들 목사들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유학이라는 코스를 거쳐 자격(?)을 갖춥니다. 다른 목사들과 같은 방법(청빙서류를 내는 등)으로 뽑죠. '세습'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논란도 있으나 하여튼 대형교회에서 고난의 십자가를 지는 승계가 아닌 건 분명합니다.

대기업의 자녀승계나 김일성 동네 이야기하고는 비교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책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죠. '목사들의 욕망'이 교회 세습을 낳는다고요. 원로가 되어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려는 거죠. 원로와 담임이 부자 관계다 보니 갈등이 덜 하기도 하고요. 교회가 평안하다고 세습이 정당화되는 것은 찬성할 수 없죠.

꽤 많은 이야기를 책은 담고 있지만, 저는 이만큼만 하겠습니다. 문제는 '기득권'이라는 총입니다. '고지론'이라는 칼입니다. 이 총칼을 내려놓지 못하는 한 한국 교회와 청년은 희망이 없습니다. 사찰에서 벌어진 '땅 밟기' 사건과 청년·힐링 그리고 목사·세습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요? 그들의 공통점은 '고지론'입니다. 다른 말로는 '정복론'이지요. 이제 교회는 '고지론'을 버리고 이웃을 보듬과 함께 하는 삶을 택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세습 목사, 힐링이 필요해?>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지음 | 느헤미야 팟캐스트 기획 | 홍성사 출판 | 2013년 초판 | 값 8000원



느헤미야 팟캐스트 1 - 세습 목사, 힐링이 필요해?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지음, 홍성사(2013)


태그:#세습 목사, 힐링이 필요해, #느헤미야 팟캐스트, #기독구원 느헤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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