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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를 나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수천억원대 재력가로 알려진 송아무개씨를 자신의 친구 팽아무개씨를 시켜 지난 3월 3일 강서구 내발산동 송씨 소유 건물에서 살해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는 김 의원에 대해 우선 살인교사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이날 송치했다.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를 나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수천억원대 재력가로 알려진 송아무개씨를 자신의 친구 팽아무개씨를 시켜 지난 3월 3일 강서구 내발산동 송씨 소유 건물에서 살해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는 김 의원에 대해 우선 살인교사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이날 송치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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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 받던 정치인에서 하루 아침에 서울 강서지역 재력가 살인교사 피의자로 전락한 김형식 서울시 의원. 그는 현재 10년 지기 친구에게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구속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막장 살인극의 주인공이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서울 강서구·양천구·영등포구 150만 인구를 대표하는 교육의원이었다. 교육의원들도 서울시의회에 소속되면서, 일반 시의원들과 함께 의정활동을 했다. 김형식 의원은 비록 상임위는 달랐지만, 나의 지역구이기도한 강서구 시의원이었기에 어느 정도 알고 지냈다.

김형식 의원과는 2010년 선거 운동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40대 젊은 야당 정치인답게 참신하고 개혁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의욕과 열정이 넘쳤고, 교육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약한 사람을 돕는 의정 활동을 하겠다고 했다. 최근 언론보도는 나를 비롯해 김형식 의원을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멘붕'이다.

보도에 따르면, 피살된 재력가의 비밀장부가 발견되었는데 그 비밀 장부에 김형식 의원은 물론 많은 정치인, 공무원 등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사건이 대형게이트로 번지면서 지난 7대 의회처럼 서울시의원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되는 것 아니냐며 벌써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이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자 몇몇 의원들이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전전긍긍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과연 이 사건의 파장은 어디까지 갈까?

왜 시의원들이 비리에 연루될까

김형식 의원은 2006년 선거에서는 낙선하고 그 다음 2010년에 당선됐다. 때문인지 지역구를 잘 관리하기 위해 지역 예산 확보에 관심이 많았다. 더군다나 그의 상임위는 도시계획관리위원회였고, 그의 지역구(강서 2선거)는 한창 개발되고 있는 마곡개발지구를 포함했다.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익을 노린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접근했을 것이다.

2010년 당선 이후 그는 교육위원회로 가고 싶어 했다. 그런데 당시 강서구의 다른 의원이 교육위원회 상임위원장으로 내정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도시관리위원회로 갔다. 그 때 교육위원회로 배정되었다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에 연루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에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의원들에게 접근하는 이해 당사자들은 크게 볼 때 두 종류이다. 하나는 용도 변경, 조례 제개정, 예산 확보, 인사 청탁 등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불이익이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민원과 감사 등을 무마 시켜 달라는 사람이다. 김형식 의원은 도시관리위에서 의정활동을 했고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마곡지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이었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들의 로비가 더 치열하고 많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돌이켜보면 7대 서울시의회는 공정택 교육감도 부패 혐의로 구속됐고, 많은 시의원들도 이런저런 비리에 연루되어 상당수 사법처리되었다. 따라서 8대 의회 들어와 나름대로 자정 노력을 했고 그런 연유로 큰 틀에서는 상당 부분 맑아지고 투명해진 면이 있다. 그럼에도 일부 의원들의 개인 비리까지 다 막아내지는 못했다.

서울시 예산은 21조 원이 넘고, 서울시의원들의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다. 거의 차관급이라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이해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도시관리위의 경우 토지와 건물의 용도나 각종 인·허가, 개발 의제를 다루기에 이해 당사자들의 각종 로비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된다.

내가 소속되었던 교육위원회만 해도 각종 교육 관련 공사, 납품 업자들과 이해 당사자들이 찾아온다. 특히 일부 사학들은 예산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부당한 로비를 하기도 한다. 부패 사학의 경우, 상임위에서 자기 학교를 문제 삼으면 해당 지역구 의원이나 아는 시의회 지도부를 통해 봐달라고도 한다.

교육비리 척결 차원에서 교육청으로부터 자료를 요구하여 학교급식시설이나 기자재 관련 사항을 꼼꼼히 살피면 아니다 다를까 몇몇 의원들이 전화해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이 하는 것이니 봐주면 안 되겠느냐고 사정하고 읍소한다. 특히 작년에 내가 국제중 관련 비리를 다룰 때는 정말 많은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 심지어 국회의원 등 힘있다는 사람들까지 꽤 다녀갔을 정도였다.

시의원은 슈퍼맨이 아니다

김형식 서울시의원(민주당, 강서구)이 지난 2010년 8월 27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김형식 서울시의원(민주당, 강서구)이 지난 2010년 8월 27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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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 선거에 평균적으로 자기 돈이 5000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 받은 비용 제외). 개인에 따라서는 몇 억씩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선이나 예선에서부터 돈이 덜 드는 선거, 공정한 선거를 해야 하고 선거공영제를 강화해야 한다. 선거 때 돈을 많이 쓰면 아무래도 본전 생각에 이권에 개입할 개연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아울러 공천제를 폐지하든지, 아니면 정말 공정한 공천을 해야 한다. 공천에 지역위원장의 영향이 크기에 일부 기초의원과 광역의원들은 의정활동을 뒷전이고 거의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지역구 관리하기에 바쁘다.

일부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들은 참신하고 의정활동을 잘하는 능력있는 의원들보다 자기에게 충성하고 지역구 관리 잘하는 사람을 공천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소속은 새정치연합인데 새정치연합의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든 의원도 있다. 이런 구태를 벗지 못하는 한 광역 의원들의 비리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광역의원들이 한눈팔지 않고 온전히 의정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과 보좌관제 도입이 시급하다 하겠다. 대신 의원 개개인과 시의회 회계를 투명하게 집행하고 공개하도록 의무화 해야 하고,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도 속히 제정하여 스스로 품위와 도덕성과 청렴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의원들이 비리를 저지를 때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더욱 엄정하게 조치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21조가 넘는 예산을 다루고 있음에도, 보좌진 한 명 쓸 수가 없고 후원금도 한 푼 받을 수가 없다. 하는 일이나 영향력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나같은 경우 사비를 털어 보좌관을 두고 일했지만, 모든 시의원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기에는 무리라고 본다.

시의원은 슈퍼맨이 아니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한 회기 동안 보통 100건 가까운 안건을 다루는데, 그 모든 안건을 꼼꼼하게 볼 수도 챙길 수도 없다. 겨우 자기 상임위 안건이나 사안만 보고 챙길 뿐이다. 다른 상임위에서 올라온 안건이나 사안은 그저 그 해당상임위에서 잘했거니 하는 마음으로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 부지기수다. 이렇게 시의회 기능이 부진하고 부실하면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또한 시의회가 시청과 교육청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처럼 시민들, 언론, 시민단체가 시의회, 시의원들을 보다 세세하고 투명하게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끝으로 의원들도 초심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시민들의 입장에 서서 시민들의 눈과 귀와 입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비리와 부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려서야 되겠는가? "힘없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되 힘있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철학으로 무장해야 이런 저런 회유와 압박으로부터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다. 옳은 게 좋은 것이고 옳은 게 옳은 것이다." 이번에 6·4선거를 통해 당선된 의원들은 모두들 명심, 또 명심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전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지난 4년 동안 서울시의회에서 의정활동을 하였습니다.



태그:#김형식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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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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