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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자, 서청원 의원이 다가가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 김무성, '친박' 서청원 꺾고 당 대표 당선 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자, 서청원 의원이 다가가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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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김무성 의원의 별칭) 시대'가 열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1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7·14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차기 당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선거인단 투표(70%)와 여론조사 결과(30%)를 합산, 총 5만2706표를 얻었다. '친박(친박근혜)' 대표 주자로 나선 서청원 의원에 비해 무려 1만4000표 이상을 얻은 셈이다.

당내 권력구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당을 장악했던 '친박 주류'의 퇴조가 예상된다. 서청원 의원과 연합했던 홍문종 의원은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홍 의원은 개표 결과 1만6629표를 얻어 최종 5명 안에 들었지만 득표수와 관계없이 여성 최고위원을 두도록 한 당헌에 따라 김을동 의원에게 자리를 뺐겼다. 결국 최고위 안에 입성한 이 중 '친박 주류'로 분류될 만한 인사는 서 의원뿐인 셈이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로 선출된 지도부는 2016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고 2017년 대선 경선 판도까지 좌우할 수 있는, 이른바 '실권'을 쥐고 있다.

더욱이 김무성 새 당대표는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당 대표가 되면 그동안 소외된 사람들을 전면에 등장시킬 것"이라며 "친박 핵심들은 이제 좀 쉬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당을 장악했던 친박 주류의 후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공동운명체' 강조했지만 7·30 재보선까지만 평화?

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의원이 서청원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 포옹하는 김무성-서청원 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의원이 서청원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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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무성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화합'을 강조했다. 자신과 서청원 의원이 경선 기간 동안 '거친 신경전'을 벌이면서 발생한 '균열'들이 이후 7·30 재보궐선거 등 정치 일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개표결과 직후 서 의원과 단 둘이 손을 맞잡고 무대 전면에 나섰고 이후 포옹하는 모습도 보였다. 당선 수락연설에서도 고사성어 '풍우동주(風雨同舟)'를 인용하며 "어떤 비바람이 불더라도 우리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친박 당직 배제' 입장에 대해서도 7·30 재보궐선거 이후로 입장을 유보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재보선 끝날 때까지 일절 인사를 하지 않겠다"라면서 "그 뒤에 제가 말씀드린대로 '탕평인사'를 최고위원 다섯 분과 함께 상의해서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즉 7·30 재보선 전까지 전당대회 간 발생했던 균열을 메우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7·30 재보선까지를 기점으로 한 '시한부 평화체제'로 볼 수밖에 없다. 김 대표도 이날 '탕평인사'를 언급하면서 "그동안 당에서도 소외받았던 인사를 중심으로 (인사할)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즉, 지금껏 당을 장악했던 주류와 비주류의 '위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 역시 한때 '친박 좌장'이었지만 현재 당의 비주류 대표격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선거도 원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서용교·이헌승·김성태·김학용 의원들이 적극 도왔다.

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맨 오른쪽)이 새 당대표로 선출돼 축하인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당권을 놓고 경쟁했던 서청원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단상을 내려서고 있다.
▲ 축하받는 김무성, 씁쓸한 서청원 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맨 오른쪽)이 새 당대표로 선출돼 축하인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당권을 놓고 경쟁했던 서청원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단상을 내려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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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대표의 행보를 적극 막아선 것은 '친박'이었다. 유승민·김희국·류성걸 등 대구지역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서청원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고, 서청원 의원 측도 지난 10일 수도권 친박 의원 및 당협위원장 60명을 모아 '김무성 불가론'을 폈다.

당 일각에서는 "양측이 '루비콘강'을 건넌 것 아니냐"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친박 살생부' 논란이 대표적 예였다. 서 의원 측은 지난 2일 성명서를 내고 "김무성 후보 측에서 '김무성 당대표'에 반대하는 친박 핵심 의원들을 적시한 '친박 3적' '친박 5적' 등의 말이 나온다고 한다"라면서 "살생부라는 것 자체가 김 후보 측이 줄 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대표 측은 "살생부 거론은 당내 화합을 해치는 낭설에 불과하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다만 김 대표가 7·30 재보선 이후 '탕평인사'를 통한 권력지형 변화를 시도할 때 친박 측의 반발은 당초 예상과 달리 낮을 수 있다. 김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실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앞서 전당대회 직후 후유증이 심각했던 사례를 찾아보면 모두 근소한 표차로 승패가 결정됐을 때뿐이다.

친이(친이명박)·친박 계파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2006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는 '친박' 강재섭 후보가 '친이' 이재오 후보를 고작 463표 차로 꺾고 당대표로 당선됐다. 당시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당시 당대표의 막후 지원 의혹을 제기하며 경선 뒤 당무를 거부하고 순천 선암사에 칩거했다. 안상수 당대표가 선출됐던 2010년 전당대회도 마찬가지다. '1위' 안상수 후보와 '2위' 홍준표 후보 간 표차가 462표에 그치면서 두 사람은 이후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상을 빚었다.

'차별화' 필요한 '미래권력'... 청와대에 할 말 하는 당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새누리당 최고대표위원을 선출하는 제 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뒤 '바꿔라'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새누리당 최고대표위원을 선출하는 제 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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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긴밀한 연대관계를 유지했던 당청관계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를 찾아 당의 화합과 당청 협력을 주문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여당 전당대회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6년 만이다. 이에 청와대 측은 "당원으로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전당대회를 참석하는 것은 관례"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이 친박 후보들에 대한 '간접 지원'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친박 주류' 후보들은 이를 적극 활용했다. 서 의원 측은 전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전대 참석은 당헌 8조의 정신대로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할 책임 당대표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당·청 간에 서로 확인하고 다지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 자신에 대한 지지방문으로 해석했다. 홍문종 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 대통령의 피습 사건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에게 오늘 결과를 물으신다면 '홍문종은요'라고 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노골적인 '박심 마케팅'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물론 이날 현장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이 5742명에 불과해 최종 투표결과에 미친 영향이 미미한 탓도 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최종 선거인단 투표에서만 3만9553표를 획득했다. 이는 서청원 의원이 얻은 2만8472표에 비해 1만1081표 앞선 것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서청원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 18.37%를 얻어 '2위'인 이인제 의원(19.68%)에게도 뒤졌다. 김무성 의원은 24.6%를 얻어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홍문종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4.62%를 얻어 6위로 기록됐다. 이는 당심과 민심 모두 '수직적 당청관계'의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일단 김무성 대표는 당선 수락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제 온 몸을 바치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이 대통령의 밝은 눈과 큰 귀가 돼 국민 여러분의 구석구석에 있는 여론을 모두 경청해 대통령께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어야 하는데 그 점이 좀 부족했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곧 '할 말은 하는 여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안대희·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쇄낙마 당시에도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각'을 세우며 청와대를 비판한 바 있다. 앞으로도 '개별 사안'에 따라 청와대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는 김 후보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미래권력'으로서 '현재권력'과 차별화해야 할 위치에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11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2.0%p) 여권 차기주자 선호도 문항에서 김 대표는 8.0%를 얻어, 김문수(12.8%), 정몽준(9.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태그:#김무성, #서청원, #박근혜,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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