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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는 국가 종교를 정하거나 종교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 또 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 또는 국민들이 평화적으로 집회를 할 수 있는 권리와 고충 처리를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다. 인간에게 부여된 천부적 인권을 보장해야한다는 것을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 '집회의 자유'는 자유권의 일종으로, 어느 특정한 의제에 찬성하는 집단이 정부 등의 제한을 받지 않고 특정한 장소에 모이는 자유를 가리킨다. '표현의 자유'의 일종으로 이해되고 보호된다.

우리나라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을 제정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각종 제약이 많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법을 개정하면서 '독소' 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대표적 '독소' 조항은 '일몰 뒤 집회 금지'다. 많은 이들이 이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단속됐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현행 집시법의 '해진 뒤'라는 표현이 너무 광범위해, 헌법에 보장된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집시법 허점 악용한 '유령집회 알 박기'

"하나의 유령이 인천을 떠돌고 있다. '집회유령'이라는 유령이다. 만국의 유령들이여 단결하라."

집시법에는 '독소' 조항뿐 아니라 허점도 존재한다. 이 허점을 대기업 등이 악용하면서 논란이 된 지 오래다. 허점 악용은 '유령집회 알 박기'로 표현되기도 한다. 미리 장기간의 집회를 신고함으로써 노동자나 소비자 등의 집회를 차단하는 것이다. 신고한 집회를 실제 개최하지 않고서 말이다.

집시법 8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 2항을 보면, 경찰관서의 장은 집회의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있는 경우 그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하거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면, 나중에 접수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 '1장소 1집회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기자는 정보공개를 청구해, 인천의 집회 신고 다발 지역에 대한 정보(2012.7.1.~2014.6.30.)를 입수했다. 집회 신고 다발 상위 30개소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들이 '유령집회 알 박기'로 일반인들의 집회 개최를 막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동안 가장 많은 집회를 신고한 곳은 연수구 송도 소재 포스코건설이다. 포스코건설은 726일 동안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집회를 실제 개최한 것은 113일이다. 이밖에 한국지엠·CJ제일제당·현대제철·SK인천석유화학·에스오일 등도 장기간 집회신고를 내놓고 실제 개최하지는 않았다.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소재 홈플러스.<시사인천 자료사진>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소재 홈플러스.<시사인천 자료사진>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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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재벌 집시법 악용 매해 되풀이

유통재벌들의 집회 신고 악용도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692일 동안 집회하겠다고 신고해 놓고,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 이마트 계양점도 685일 동안 집회하겠다고 해 놓고 한 번도 열지 않았다, 676일 동안 집회하겠다고 신고한 이마트 연수점은 56일만 집회를 개최했다.

홈플러스 연수·계산·인하점도 각각 586일·497일·433일 동안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지만,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신규철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대형마트와 각종 유통 사업을 소유한 재벌들이 중소 영세자영업자들의 삶까지 위협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마저 빼앗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유통재벌들은 더 이상 '유령집회'로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천 최대 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사진출처ㆍ가천대 길병원 홈페이지>
 인천 최대 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사진출처ㆍ가천대 길병원 홈페이지>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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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병원들도 집시법 허점 악용

대형 병원들도 집시법을 악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병원은 718일 동안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실제 연 경우는 한 번도 없다. 길병원 측은 청소를 이유로 집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최근 급성장한 힘찬병원도 집시법의 허점을 악용했다. 연수와 부평 힘찬병원은 각각 692일과 680일 동안 집회 신고를 해놓고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 집회 신고 명목은 청소와 환경미화였다.

힘찬병원 관계자는 "청소를 위해 집회 신고를 냈다. 응급차량 등 환자들이 출입하는 데 문제가 없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도 마찬가지다. 666일 동안 집회 신고를 내놓고 사실상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 인하대병원 쪽은 "한 달에 한 번은 청소 등의 캠페인을 실제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나사렛병원도 598일 동안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지만,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 대형 병원들의 이러한 행위는 의료 분쟁에 따른 집회나 시위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해종합건설, 회장 집 앞 '거의 매일 집회' 신고

서해종합건설은 회장 집(계양구 계산2동 소재) 앞에서 거의 매일 집회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해 놓았다. 신고한 집회 일수는 2년 동안 668일이다. 이 집은 계양산 자락에 있는 전원주택지에 있다. 계양경찰서 관계자는 "서해종합건설의 하청업체 등이 회장 집 앞에서 집회를 열수 있다고 판단해 미리 신고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해종합건설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담당이 아니며, 답변할 의무사항이 아니다. 전화상으로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는 현재 허위 집회·시위 신고를 방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신고한 집회·시위를 하지 않을 경우 집회 개최 24시간 전에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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