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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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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여야 원내지도부를 처음으로 만났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6개월여 만이다.

이날의 만남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 이어진 인사 실패로 국정운영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박근혜 대통령이 직면한 위기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최악의 국면에서 '야당과의 소통'이라는 정국돌파 카드를 내밀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이 함께한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예상을 뛰어 넘는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나타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의 정례화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위기 빠진 박 대통령, 정국돌파 카드로 '소통 복원' 시동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앞으로 여야 원내지도부와 정례회동을 갖자고 말했다"라면서 "국회와 청와대가 앞으로 국사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정부와 여야가 통일 준비를 함께하자"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취임 1주년 대국민담화문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힌 통일준비위원회에 여야 정책위의장의 참여를 요청했다.

야당이 거론한 '4대강 사업'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경청하는 태도를 취했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금 먹는 하마인 4대강 문제는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부작용을 검토해 대책을 세우겠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을 둘러싼 공방 속에 박 대통령은 야당과 담을 쌓았다. 특히 여당 지도부는 간혹 만났지만 야당과는 대화를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불통'의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 같은 과거를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이날 야당에 보여준 태도에서 이제는 야당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변화 의지가 읽힌다.

박 대통령이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은 세월호 참사 수습책으로 제시한 '국가개조' 구상이 첫발을 떼지도 못한 상황에다가, 공직사회 개혁과 정부조직법 개정 등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태도 변화 의지 보이지만... 관건은 '인사'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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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근혜식 소통 복원 시도가 성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일차 시험대는 역시 인사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후보자 중 부적격자로 지목한 인사들의 지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들은 재고해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회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이름을 거론하면서 야당이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를 박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들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 전, 야당이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야당이 협조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병기 국정원장(후보자)에 대해 야당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분이지만, 국정과 안보 공백 문제를 고려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는 말씀을 전했다"라고 밝혔다. 야당이 한 번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대통령이 양보할 차례라며 배수진을 친 셈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종섭 안정행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거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강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잘 알았고, 참고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야당에 '찍힌' 세 명의 후보자들을 놓고 박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박 대통령과 야당의 대화정치 복원 여부는 이날 회동에서 나온 야당의 요구에 박 대통령이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대통령과의 회동이 의례적인 만남이 돼서는 안 된다"라면서 "(야당과 국민들의 목소리가) 직접 대통령에게 전달돼서 실현될 수 있어야 소통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여야 원내지도부에게 이른 바 '대통령 시계'로 불리는 청와대 문장이 새겨진 시계를 선물로 전달했다. 현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낯'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당 내부에서도 불가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박 대통령은 야당에 추가 선물을 전달하게 될까.


태그:#박근혜,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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