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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법> 책표지
 <남도여행법> 책표지
ⓒ 생각을 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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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가을부터 일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방에 갈 일이 생겼다. 결혼하면서부터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만 했던지라 대중교통 여행이 막연하기만 했다.

어떻게 떠나긴 했지만, 몇 시간 동안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이동한 후, 시내버스나 군내버스를 타고 1시간 가까이 가서도 한참을 걷기도 하는 이 여행이 처음 한동안은 번거롭고 불편하기만 했다.

금방 떠나 버린 버스가 오려면 1시간은 있어야 하는 상황에 2만 원을 부르는 택시를 탄 적도 있다. 도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시간 낭비란 계산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 횟수가 더해지면서 점차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 여행이야말로 제대로의 여행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버스를 놓친 후 낯선 그 지역을 걷거나 그 지역의 음식을 먹으며 그 무엇인가를 얻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내 차로 목적지를 향하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이었다.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하더라도 챙겨봐야 할 책 

한 달 전쯤인 6월 중순, 기차를 타고 광주로 갔다. 이후 하루에 몇 번 운행하는 군내버스나 시외버스를 타고 담양, 강진, 보성, 목포, 진도, 화순 등 낯선 곳들을 다녔다. 여행의 맛에 홀딱 빠져 2박 3일 일정으로 떠난 여행이 4박 5일로 연장했다. 그러고도 아쉬웠다.

며칠 더 여행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떠나지 못할 상황인데도 다시 떠나고 싶어 마음이 자꾸 술렁였다. 무언가 다독거릴 거리가 필요했다.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하더라도 훗날의 여행을 위해 무언가 더 알고 싶기도 했다. 여행 중 스쳤던 보성역도 궁금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다.

"<남도 여행법>은 경전선 60개 역을 여행하며 기록한 로드다큐이자 문화기행서다. 이 책에서는 경전선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역 주변의 여행지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그가 만난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오롯이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잊혀진 것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과 소중함도 되새길 수 있었다. 올해는 이 책에서 일러준 대로 경전선을 타고서 느린 여행, 치유 여행을 떠나볼 작정이다."
- 추천사(김혜영-<5천만이 검색한 대한민국 제철 여행지>저자)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한 김종길의 <남도 여행법>(생각을 담는 집 펴냄)은 경전선을 이용해 떠난 여행, 그 길에서 얻은 것들과 삶의 깨달음을 담은 책이다. 2년 전의 나처럼 막연한 두려움과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과 여행을 통한 진정한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경전선 60개 역과 그 주변들의 과거와 현재를 담았다.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남다른 것은 지금과 환경이 전혀 달랐던 지난날을 기록했는지라 그 역사를 함께 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 덕분에 삼랑진 역 철길 옆에 서 있는(삼랑진역 급수탑(등록문화재 제51호)), 옛날 증기기관차 시절 기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이란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혹자들은 경전선을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라고 말한다.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으로 최단거리를 검색, 이용하는 세상이다. 그렇건만 저자는 왜 세상에서 가장 느리다는 기차를 타고 여행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길에서 무엇들을 보고, 만나고, 무엇들을 느끼고, 그리고 얻었을까? 직접 만나보기는 어려울 듯하여 이메일로 인터뷰를 시도했다. 아래는 지난 6일에 받은 서면 인터뷰를 정리했다.

"2013년 7월 경전선 시발역인 밀양 삼랑진역이 시작"

예당평야의 봄.
 예당평야의 봄.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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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교통과 도보만으로의 여행, 불편한 여행일 수 있다. 이 여행을 선택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가?
"몇 년 전부터 여행 스토리텔러 활동을 해오고 있던 터였다. 2012년에 부산에서 목포까지 남해안 해안선을 따라가는 도보여행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2012년 3월 위암 진단을 받고 4월에 수술했다. 1만 리가 넘는 남해안 도보여행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3개월 동안 쉬면서 그것을 대신할 여행을 생각하게 됐다.

마침 지역 방송에서 경전선 마산 진주 구간이 2013년 10월에 복선화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게다가 진주에서 순천까지의 구간도 2015년까지 복선화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것을 기록해야겠다. 2013년 7월 경전선의 시발역인 밀양 삼랑진역을 제일 먼저 찾아갔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됐다."

- 간이역은 이름만으로도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은 곳? 그 이유는?
"예당역과 조성역이다. 일단 기차는 탔는데 어디로 갈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예당역에서 내렸다. 갈 곳 없이 무작정 예당평야 청보리밭을 가로질러 조성역을 향해 걸었다. 그 길에서 폐허가 된 옛 절터 두 곳을 우연히 만났다.

한참 동안 나도 모를 무언가에 홀려 인왕상과 삼층석탑을 바라보며 많은 시간들을 흘려보냈다. 그렇게 한나절을 방랑하다가 이미 장이 파한 조성오일장에서 장꾼들을 만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알찬 여행을 위한 어떤 계획도 필요하겠지만, 때론 이처럼 계획 없이 발길가는대로 여행도 좋은데, 그땐 남달랐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란 수식어도 붙는 경전선 여행,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다.
"음식과 교통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창원, 진주, 하동, 순천, 광주 등처럼 규모가 있는 지역들은 그래도 먹을거리와 교통이 편리한 편이다. 그러나 작은 간이역들은 하루에 겨우 몇 번 버스가 운행된다. 그러다 보니 걸어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에 25km를 꼬박 걸은 적도 있다. 덕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고, '나만의 여행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다."

득량역.
 득량역.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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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역 문화의 거리.
 득량역 문화의 거리.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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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이 가능한 득량역의 강골마을 이식래 가옥의 밥상.
 숙박이 가능한 득량역의 강골마을 이식래 가옥의 밥상.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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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철이다. 책 속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먹을거리가 풍성한 광주송정역, 아름다운 풍경의 남평역과 명봉역, 남도의 맛과 멋이 있는 보성역과 순천역과 벌교역, 이야깃거리가 많은 하동역, 코스모스 필 때 환상적인 북천역 등 사실 추천하고 싶은 곳이 많다. 그래도 굳이 고르라면 가족여행지로 좋은 보성의 득량역이다.

득량역은 옛 추억의 골목길이 조성되어 있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하는 곳이다. 득량역 주변의 빈 점포와 공간을 활용하여 장난감가게, 문구점, 사진관, 만화방, 옛 초등학교교실 등과 40년이 넘은 이발관과 다방을 재현해 놨는데 참 좋았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 강골마을은 숲 속의 집과 집을 잇는 옛길이 있고, 그림 같은 열화정을 비롯해서 이용욱 가옥, 이금재 가옥, 이식래 가옥 등 중요민속자료가 4곳이나 되는 전통한옥마을이다.

강골마을에서 숙박을 하면 이식래 가옥에서 한 끼에 6000원 하는 맛있는 시골밥상을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갯벌체험과 보성차밭에서 녹차체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득한 득량만 방조제 가는 길에선 생동감 넘치는 표정의 해평리 돌장승도 만날 수 있다. 가까이에 율포 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을 테마로 여름 휴가계획을 잡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다는 경전선, 원하는 곳으로 갈 정도로 자주 있는가?
"하루에 네댓 번 왕복으로 기차가 오갈 뿐이지만, 그곳에는 시간의 흐름이 매우 더딘 편이라 이용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여행에서 도시인의 시각과 습관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그곳의 시간으로 그곳을 여행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여유와 느긋함만 있다면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광주송정, 순천, 진주, 창원에는 KTX까지 들어와 있다. 이런지라 이 도시에 있는 역으로 이동해서 간이역으로 여행하면 편리하고,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앱도 있지만 아날로그적 경험 주고 싶어"

- 여행을 통해 얻은 것과 변화도 많을 것 같다.
"여행을 우리말로 하면 나그네 길이다. 길 위에 선다는 것 그 자체로 하나의 공부란 생각이다. 여행의 노하우가 깊어질수록 '여행은 사람이다, 여행은 여행 그 자체로 목적이다. 여행은 자신과의 대화이다' 임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소박한 깨달음들을 많이 얻는 것 같다."

- 책을 통해 경전선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염두에 둘 정보는?
"정보가 넘치는 시대라 또 다른 정보를 주기보다는 새로운 감성을 주고 싶었다. 스마트폰 앱만 깔면 기차 시간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8쪽에 걸쳐 경전선 열차 시각표를 수록했다. 아울러 경전선의 역사와 노선도, 각 역에 내려서 가볼 만한 여행지와 문화유산, 먹을거리, 오일장 등의 정보도 수록했다. 책장을 넘기며 기차 시간이나 오일장 등을 알아보는, 스마트폰으로는 느낄 수 없는 여행의 또 다른 맛인 아날로그적 경험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 아무나 시도하지 않았을 여행이라 많은 사람에게 좋은 여행 힌트가 되었을 것 같다. 앞으로의 여행 계획이 궁금하다.
"향후 10년간 '남도'를 계획하고 있다. 남도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그 무엇'이다. 이를 소재로 여행하여 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할 생각이다.

그 첫 번째로 이 책의 내용인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 여행이었다. 두 번째로 전라도와 경상남도에 걸쳐 있는 '지리산(암자)', 지난 5월부터 지리산 암자를 찾아다니는 중이다. 조선 시대 때만 해도 지리산에 사찰과 암자가 400여 개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50여 개가 남아 있다.

1년 동안 이 암자들과 지금은 터만 남았거나 흔적도 없는 옛 절(암자)터 기행을 할 계획이다. 먼 훗날 부산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의 도보여행도 생각 중이다."
(관련기사: '지리산의 전설' 암자, 드디어 찾았다)

저자인 '시민기자 김종길'은
김종길 시민기자
 김종길 시민기자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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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이자 여행 스토리텔러. 인터넷에선 필명 김천령으로 더 알려져 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연속 Daum-Tistory 우수블로거로 선정됐으며, 코레일과 오마이뉴스 등 각종 매체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KBS 창원 <경남 100경 완전정복> 자문위원과 MBC 경남 <경남아 사랑해 - 경남의 길> 진행을 맡고 있다. 2010년 SK텔레콤과 개발한 어플 '올댓 여름휴가 가을여행 겨울여행' 중 가을여행은 14만에 달하는 다운로드를 기록, 당시 어플 중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섬과 암자에 이은 철길 순례는 남도의 경전선을 시작으로 백두대간의 영동선, 서해의 장항선으로 여행을 이어갈 계획이다. 경상대학교 출판부에서 일하고 있다. (책속 프로필에서)

덧붙이는 글 | <남도여행법>(김종길)| 생각을담는집 | 2014-06-05 |18,000원



남도여행법 - 경전선을 타고 느리게, 더 느리게

김종길 지음, 생각을담는집(2014)


태그:#남도여행, #경전선, #간이역, #여행, #득량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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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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