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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없이 움트는 싹은 없습니다. 꽃을 피우지 않고 맺는 열매도 없습니다. 현재는 과거라는 싹에서 움튼 싹이며 그 싹에서 핀 꽃이 맺는 열매입니다. 새싹이 자라는 데 영향을 끼치는 일기와 토양을 알고, 꽃이 수정되고 열매가 영그는 과정까지를 알게 된다면 지금의 열매가 왜 저 모양 저 꼴인지를 이해하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과거와 과정이 어떤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면 다음 해 농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비해야만 보다 흡족한 풍년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정치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로 노정되고 있는 작금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결과들을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이해하다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농사와 마찬가지로 작금의 결과(결실)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현실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충분히 한다는 건 보다 희망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데 구체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인접해 있는 이웃 나라이면서도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과거, 자행한 역사적 잘못들을 알고 나면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그런 과거를 모르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 이탈리아 출신의 탐험가인 콜럼버스(1451. 8. 26~1506. 5. 21)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배웠습니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은 당연히 무인도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콜럼버스가 상륙한 신대륙에는 이미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것은 왜곡이며 침략일 수도있습니다.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된 신대륙(멕시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은 식민지가 돼 유럽의 지배를 받아오다 19세기가 돼서야 독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의 라틴아메리카를 있는 그대로 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라틴아메리카 또한 과정이 낳은 결과이며, 미래로 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라틴아메리카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다각적으로 조명해 심도있게 새기는 것이야 말로 오늘의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진지하고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 될 것입니다.   

현재의 라틴아메리카가 있기까지

<라틴아메리카의 형성: 교환과 혼종>(상)(엮은이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 지은이 김윤경·우석균·강성식·조영현·강정원·김달관·김은중·최해성·박병규·박원복·이성훈 / 도서출판 한울/2014. 5. 30/3만 6000원)


<라틴아메리카의 형성: 교환과 혼종>(하)(엮은이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 지은이 박병규·우석균·김윤경·조영현·김희순·김달관·최해성·이성훈·양은미 / 도서출판 한울/2014. 5. 30/3만 4000원)
 <라틴아메리카의 형성: 교환과 혼종>(상)(엮은이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 지은이 김윤경·우석균·강성식·조영현·강정원·김달관·김은중·최해성·박병규·박원복·이성훈 / 도서출판 한울/2014. 5. 30/3만 6000원) <라틴아메리카의 형성: 교환과 혼종>(하)(엮은이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 지은이 박병규·우석균·김윤경·조영현·김희순·김달관·최해성·이성훈·양은미 / 도서출판 한울/2014. 5. 30/3만 4000원)
ⓒ 도서출판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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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의 형성: 교환과 혼종>(상)·(하)은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서 라틴아메리카를 연구한 1단계 결과에 이어 연구한 2단계 연구결과를 종합한 내용입니다.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서는 1단계 연구로 <라틴아메리카의 전환: 변화와 갈등>을 의제로 해 라틴아메리카의 현재를 진단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라틴아메리카의 현재로부터 배워야 할 점들을 라틴아메리카의 과거, 역사적 배경에서 찾고자 다수의 저자들이 지속한 연구 결과들을 상·하 두 권으로 나누어 엮어낸 내용입니다.  

장밋빛 미래로 선망의 대상이었던 브라질이 언제부터인가 여행조차 꺼려야 할 만큼 무질서하고 위험한 나라가 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 브라질은 브라질 혼자만이 독립적으로 연출해 내는 모습이 아니며, 어느 날 갑자기 브라질에만 도래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따라서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들이 겪고 있는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라틴아메리카는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된 이래 정치·경제·사회·문화, 심지어 성(性)적인 측면에 있어서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식민지화 되고, 어떤 고난을 극복하며 독립을 할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오늘의 브라질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여성이 전사로 남성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 테노치티틀란과 틀랄텔롤코 두 도시 간에 전쟁이 벌어졌을 때, 틀랄텔롤코의 여성들은 집단적으로 전쟁에 가담했다. 그들은 적군들 앞에서 가슴과 엉덩이를 드러내고 배를 두드리면서 가슴을 쥐어짜 젖이 나오게 하는 등, 성적인 행동으로 저항의 표시를 나타냈다. -<라틴아메리카의 형성: 교환과 혼종>(상) 26쪽, '아스테가 원주민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은 어떠했는가' 중에서 -

어머니는 재가한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말린체를 히칼랑고(Xicalango) 원주민에게 팔아버리고는 죽었다고 헛소문을 퍼뜨렸다. 성대하게 치른 말린체의 장례식 이면에는 비정한 엄마의 헛된 욕심이 숨어 있었다. 사람들이 말린체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을 때 말린체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채 히칼랑고로 가고 있었다. 이 일은 말린체의 영혼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라틴아메리카의 형성: 교환과 혼종>(하) 85쪽, '코스테스의 통역사, 말린체' 중에서 -

브라질에서 맞고 있는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무질서는 브라질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내지는 지구적 자본주의에 먼저 노출된 희생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타산지석, 반면교사로 삼아도 좋은 사례연구

이러한 결과, 먼저 맞이한 어떤 시대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어떤 가치와 문화를 이해한다는 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하고 나갈 방향을 가늠해 주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현재 브라질에서 사용하는 인디오 언어의 수는 약 274개로, 여기에는 아직 연구되지 않은 고립된 지역에 거주하는 인디오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포함되지 않았다(IBGE 2013). 이 숫자들은 그 전까지 인디오 관련 자료에서 볼 수 있었던 수치와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기존의 많은 연구들에서는 브라질에 존재하는 인디오 부족과 언어 수를 각각 220여 개와 180~200개라고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의 형성: 교환과 혼종>(하) 356, '브라질의 이중 언어 정책, 말린체' 중에서 -

책에서는 여러 사례연구를 통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과거를 조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연구는 현재의 라틴아메리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우리 주변을 에둘러 볼 수 있는 기회의 가늠자가 되기도 합니다.

신자유주의와 전 지구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고 반면교사가 될 사례연구들이기에 이 책은 우리가 추구하고 제시해야 할 미래 좌표를 설정하는 데 좌고우면해도 좋을 값진 이정표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라틴아메리카의 형성: 교환과 혼종>(상)(엮은이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 지은이 김윤경·우석균·강성식·조영현·강정원·김달관·김은중·최해성·박병규·박원복·이성훈 / 도서출판 한울/2014. 5. 30/3만 6000원)

<라틴아메리카의 형성: 교환과 혼종>(하)(엮은이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 지은이 박병규·우석균·김윤경·조영현·김희순·김달관·최해성·이성훈·양은미 / 도서출판 한울/2014. 5. 30/3만 4000원)



라틴아메리카의 형성 : 교환과 혼종 - 상 (양장)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엮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4)


태그:#라틴아메리카의 형성,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도서출판 한울, #말린체, #콜럼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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