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월 15일 오후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월 15일 오후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1949년 11월 평화헌법 9조)

"일본도 주권국으로서 집단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1981년 5월 스즈키 젠코 내각 의회 답변)

자신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았더라도 동맹국이나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가 공격받았을 때 함께 무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집단적 자위권은 UN헌장(51조)에도 보장돼 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평화헌법 9조에 따라 "권리는 있지만 행사하지는 못한다"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일본군이 보통의 군이 아니라 '자국방위'의 자위대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아베 정부가 1일, 이 평화헌법 9조와 (공격당했을 때에 한해 최소한의 방위만 하는) 전수방위 원칙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아베 정부는 이날 오후 임시 각료회의(국무회의)를 열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결정문을 의결했다. 집단적 자위권이 헌법 9조로 인해 제한됐다는 점에서 그 제한을 풀려면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순리지만 반대 여론이 높자, 각료회의를 통해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편법을 택한 것이다.

'침해 위험'이라는 추상적 판단에도 무력 사용 가능

구체적으로 보면,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한 '자위권 발동 3요건'(① 일본에 대한 급박하고 부정한 침해가 있을 것 ② 이를 제거하기 위해 다른 적절한 수단이 없을 것 ③ 필요 최소한도의 실력행사에 그칠 것) 중에서 ①항을 '일본 또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이 근저에서 침해받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로 바꿨다.

공격받는 대상을 일본을 넘어 동맹국으로 확대하고, 가능성을 의미하는 '침해 받을 위험'이라는 추상적 표현을 사용함에 따라, 무력 사용의 대상을 정권 판단에 따라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이 발동되는 구체적 상황으로 ▲ 재외 일본인을 수송 중인 미국 함선 방호 ▲ 무력 공격을 받고 있는 미국 함선 방호 ▲ 강제적인 정선 검사 ▲ 미국을 향해 일본 상공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 요격 ▲ 탄도미사일 발사 경계시 미 함선 방호(주변 유사시) ▲ 미 본토가 무력공격을 받아 일본 주변에서 작전 수행시 미 함선 방호 ▲ 국제적인 기뢰제거 활동에 대한 참가 ▲ 민간 선박의 국제공동호위 등 여덟 가지를 제시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 함선이 한국 거주 일본인을 호송하는 상황 등을 설정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우리와 연관될 수 있는 사항의 경우, 모두가 우리 영해가 아닌 공해가 그 무대가 되는 것"이라면서 "한반도에 대한 개입은 우리의 요청이 없을 경우에는 절대 불가한 것이고 일본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베 정부는 무장세력의 낙도 침입 등 '그레이존 사태(무력 공격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어려운 영토 침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개정하고, 일본을 방어하는 미군부대의 장비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함께 채택했다. 또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한 자위대가 출동 경호, 일본인 구출, 임무 수행 등을 위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하도록 했다.

집단적 자위권 넘어 집단안전보장까지?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을 넘어 '집단안전보장' 차원의 무력 행사의 길을 열어 놓으려는 움직임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지난 6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아베 정부는 민주당 소속 오노 모토히로참의원의 질의에 대해 6월 27일 각료회의 결정을 거쳐 내놓은 답변서에서 '자위권 발동 3요건'을 충족한 경우 자위대가 유엔의 '집단안전보장'(집단안보)에 따른 무력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관련 각료회의 결정문에는 집단안보에 대해서는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국회 등에 설명하기 위해 미리 만든 '예상 문답집'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기초하고, '무력행사 3요건'(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자위권 발동 3원칙을 수정한 것)을 충족한다면 헌법상 집단안보와 관련한 무력행사가 허용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명목상으로나마 '지키는 행위'에 기반하는 것이다(다수의 국가가 그 상호간에 전쟁, 기타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이에 위반하여 전쟁, 기타의 무력행사를 행하는 국가에 대해 다수의 모든 국가가 집단적으로 방지 또는 진압하는). 하지만 집단안보는 문제를 일으킨 국가에 대한 무력 제재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행위가 이뤄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아베 정부가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린 이날은 일본 자위대 창설 60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평화헌법 9조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실력조직'으로 1954년 7월 1일 창설된 자위대는 60년 만에 방위를 넘어 공격과 전쟁을 할 수 있는 사실상의 국군으로 바뀌게 됐다.

"미국, 한·미·일 3각 안보추진... 한국 외교, 시험대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은 지난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미대사관저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당시 모습.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은 지난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미대사관저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당시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미국은 아베 정부의 이날 결정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밝혀왔듯이 일본은 필요한 방식으로 방어력을 가질 권리가 있다"라면서 "다만 미국은 일본이 투명한 방식으로 집단자위권을 추진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4월 말 일본 방문과정에서 "집단자위권 행사의 제약을 재검토하는 등 국제안보에서 더 큰 역할을 맡으려는 일본의 의욕을 크게 환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아시아 재균형(Revalancing)을 내세웠으나 재정 적자로 인해 국방예산을 감축해야 하는 미국의 이해와 직결돼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자위대가 이전에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과 전수방위 원칙을 넘어, 소극적으로나마 전투행위에 참여하면서 미군과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은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우리에게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은 이를 와해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라고 진단했다.


태그:#집단적 자위권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