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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의 모습
 영등포 쪽방촌의 모습
ⓒ 박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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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밥 줘!"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쪽방촌을 지나다니다 보면 가끔 듣게 되는 말이다. 매주 토요일이면 '행동하는 양심'에서 쪽방촌 봉사가 이뤄진다. 쪽방촌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직접 나눠준다. 여건상 한정된 인원에게 도시락을 전달할 수밖에 없어 봉사자들도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나한테도 먹을 것을 달라는 사람을 보면 더욱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오후 1시. 나의 봉사 시간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일부 봉사자들은 그 전에 음식 재료를 준비한다. 오후 1시가 되면 봉사자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한다. 역시 좋은 일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힘을 보탠다.

본격적으로 쪽방촌에 사는 사람에게 전해줄 음식을 만든다. 당근도 썰고, 눈물을 흘리며 양파도 썬다. 그래도 봉사자 모두 즐겁게 요리를 한다. 마지막으로 전을 부치면 음식 준비가 마무리된다. 물론, 음식을 잘 못한다고 겁낼 필요는 전혀 없다. 파 하나를 써는 것도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봉사 활동에 참여할수록 나의 음식 실력이 늘어나는 걸 느낀다.

쪽방촌 사람들에게 나눠줄 도시락
 쪽방촌 사람들에게 나눠줄 도시락
ⓒ 박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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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준비를 마치면 쪽방촌이 있는 영등포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하면 종종 쪽방촌 주변의 거리를 청소하기도 한다. 청소를 하다보면 "수고하신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별 일이 아닌데 그런 말을 들으면 쑥스럽기도 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봉사를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청소를 마치고는 준비한 음식을 도시락에 예쁘게 담는다. 다 완성된 뒤에는 구역별로 팀을 나눠 도시락을 나눠준다.

도시락을 들고 쪽방촌에 들어서면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집중된다. 배가 고픈 모든 사람에게 음식을 나눠줄 수 없는 현실이 그저 안쓰러움으로 다가온다. 쪽방촌 저 뒤로 보이는 화려한 타임스퀘어 건물이 이곳과 너무 대비되면서, 쪽방촌의 현실을 더 안타깝게 만든다. 그래도 도시락을 받아들며 감사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위로가 된다. 준비된 도시락을 다 전해주면 봉사는 끝이 난다. 다음 주에도 계속될 것을 기약하며.

쪽방촌 뒤로 화려한 타임스퀘어 건물이 보인다.
 쪽방촌 뒤로 화려한 타임스퀘어 건물이 보인다.
ⓒ 박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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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쪽방촌,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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