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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학아카데미는 시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 강의 수원문학아카데미는 시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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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은 마음이고 산문은 머리입니다."

강의 첫 마디부터 심상치가 않다. 강의실에는 40~60대 10여 명이 무엇인가 열심히 적으면서 듣고 있다. 수원시 장안동 314번지. 팔달구 화서문로 25에 소재한 3층짜리 건물. 1층은 독서실이 자리하고, 2층엔 수원 마을르네상스 센터가 들어서있다.

건물의 뒤편으로 돌아 3층으로 올라가 현관문을 열면 바로 강의실이다. 그 안쪽에는 양편에 서재들이 자리한다. 서재 안에는 벽면 가득한 책들이 이곳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대충 짐작하게 해준다. 시인 임병호, 현재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 겸 <한국시학> 발행인이다. 그는 경기일보사 편찬실장과 경기일보 논설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3층 건물에는 독서실과 마을 르네상스 센터, 수원문학인의 집이 들어서 있다
▲ 수원 문학인의 집 3층 건물에는 독서실과 마을 르네상스 센터, 수원문학인의 집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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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도시 수원'이 맞소

3층 건물 정면 외벽에는 '수원문학인의 집'이란 현수막과 함께 입구에 둥그런 반달모양의 간판이 걸려있다. 하지만 정작 출입구는 뒤편으로 나 있어,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강의실에 모인 10여 명의 사람들은 바로 시와 시조, 동시 등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저희들이 하는 공부는 4개월 과정으로 하고 있어요. 지난 5월 7일 첫 개강을 해 두 달 정도가 지났는데, 처음에는 15명 정도만 인원을 받으려고 했죠. 그런데 22명 정도가 신청을 했어요. 조금 비좁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할 만하다고 했더니, 다행히 4명 정도가 그만두고 현재는 18명이 함께 공부하고 있죠."

이곳에서 만난 임애월 시인의 설명이다. 강사인 임병호 시인의 시(詩)는 세상의 모든 경계를 허문다고 한다. 시집 <세한도(歲寒圖) 밖에서>를 읽어보면 절로 입이 벌어진다. 단 한 두 줄의 시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병호 시인이 사용하고 있는 수원문학인의 집 서재
▲ 서재 임병호 시인이 사용하고 있는 수원문학인의 집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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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님 따라 외나무다리 건너 부처님 알현 했네(개심사 중)
꽃무릇들이 붉게붉게 물들었네 불갑사 일주문(불갑사 중)
신(神)의 물리치료(사랑)
인시(寅時) 무렵 가슴 적시는 장맛비 소리(천상음악)

시를 함께 공부하는 '수원문학아카제미'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동안 강의가 있다고 한다, 25일 오후 한 곳의 취재를 마치고 부랴부랴 걸음을 재촉한다. 거리상으로 얼마 되지 않지만, 걸음을 재촉하다보니 등에 멘 가방이 자꾸만 흘러내린다. 날은 왜 이리 덥단 말인가? 숨을 헐떡이며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니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이곳에 모인 분들 중에는 7명 정도가 이미 등단을 하신 분들입니다. 그래도 매주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어요. 숙제를 내주기도 하는데 가끔은 혼나는 분들도 있고요. 시를 배우고 쓰고 그것을 낭독하고 이야기를 하는 모임이죠."

올 5월에 개강을 한 수원문학아카데미 개강일에 모인 사람들
▲ 문화강좌 개강 올 5월에 개강을 한 수원문학아카데미 개강일에 모인 사람들
ⓒ 경기시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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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아카데미의 강사인 임병호 시인이 설명을 해준다. 수원문학인의 집에서 운영하는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들은 나름대로 규칙이 있단다. 월 1회 이상 작품발표를 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3회 이상 결강 시에는 수강자격을 제한한다고 한다. 4개월씩 3기(1년)의 수강 이수자는 수료증을 교부하며, 그 이후에도 계속 수강을 할 수 있다고. 수강료는 무료이다. 이 수원문학아카데미의 운영비용은 수원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소중한 시집 한 권을 선물로 받아

취재준비를 하고 있는데 서재에 들렸던 임병호 시인이 시집 한 권을 내준다.

"하 선생 내가 시집 안 줬지. 지난해 낸 시집인데..."

시집 안에는 손수 서명까지 해주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저자가 직접 서명을 한 책을 받을 때 가장 즐거운 법이다. 더구나 평소 존경하는 형님께서 주시는 책이니 감사 할 수밖에. <세한도 밖에서>라는 시집 한 권은 그렇게 내 서재로 자리를 옮겼다.

임병호 시인의 시집 <세한도 밖에서> 표지(좌측)와 서명(우측)
▲ 시집고 사명 임병호 시인의 시집 <세한도 밖에서> 표지(좌측)와 서명(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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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밖에서>를 읽어보면 시인에게는 시와 생활이 경계가 없다. 사랑과 미움의 경계도 없고, 어른과 아이의 경계, 종교의 경계, 이승과 저승의 경계도 구분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삶이 시가 되고, 시가 곧 삶이며, 마음이 사랑이고, 술이 밥이 되고, 이승도 저승처럼 살아간다.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디 한 군데 걸리거나 부담스러운 곳이 없다.'

임애월 시인의 작품론 중에 일부이다. 이 글을 읽다가 보니 자꾸만 시집 <세한도 밖에서>로 눈길이 간다. 다음에 만나 뵐 때는 푸짐하게 안주를 마련하여, 곡차 한 잔 대접해 드리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문학인의 집, #수원문학아카데미, #뭉학강좌, #임병호, #수원 화서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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