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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추 좀 봐요!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지 않아요? 빛깔이 어쩌면 이리도 짙푸를까? 우리 성도들은 농사를 다들 참 잘 지어요. 이건 어제 김 집사님이 가져 온 고춘데 맵지 않아요. 아삭이고추래요. 한 번 고추장 찍어 먹어봐요."

아내의 성화에 상추쌈을 싸서 먹는다. 고추도 고추장에 푹 찍어 먹는다. 어찌나 달고 맛나는지. 우리부부는 이렇게 밥상머리에 앉아 건강을 챙긴다고 생각해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정경을 떠올리면 건강한 먹거리를 먹고 살고 있구나 하고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아뿔싸! 이런 밥상이 전혀 건강한 먹거리 밥상이 아니었다. 검푸른 채소와 싱싱한 고추가 때깔 좋은 농산물이었지 건강한 농산물이 아니었던 거다. 비료를 많이 주고 키워서 그런 거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야 알아낸 상식이다. 이젠 너무 새파란 채소는 한 번쯤 생각해 보고 먹어야 할 판이다.

짙푸른 채소가 좋은 채소가 아니다

가와나 히데오의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 표지
 가와나 히데오의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 표지
ⓒ 연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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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축사가 많다. 으레 축사에서 나오는 소똥을 밭에 한 겹 덮고 갈아엎어 농사를 짓는다. 우린 그런 농법을 이름 하여 친환경이나 유기농쯤으로 알고 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니까. 그렇게 농사지으면 채소는 더욱 짙푸르다. 과일도 싱싱하고 크며 맛있다.

보통 이렇게 짓는 농법이 우리 동네 농법이라 난 아주 건강한 먹거리를 먹고 산다고 자부심을 갖곤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건 생명을 살리는 농업이 아니라 생명을 죽이는 농업이었던 거다. 물론 질소, 인산, 칼륨이 3대 비료의 성분이고 인류는 이런 성분을 적당히 갖춘 화학비료를 만들어 식물의 생장촉진에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화학비료의 기원은 이렇다.

화학비료의 시초는 1841년에 독일의 리비히가 골분(骨紛)에 황산을 작용시켜 수용성(水溶性) 인산을 만들어냄으로써 이것이 비료로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 때이다. 그때까지는 자급(自給) 비료만이 사용되었다. 1900년대가 되어 암모니아 합성, 석회질소의 발견 등에 의하여 화학비료 공업이 일어나, 그 후 화학비료의 수급은 세계적으로 해마다 증가하여, 현재에는 화학비료가 아닌 비료의 사용은 아주 적어졌다.<두산백과>

화학비료가 몸에 안 좋다는 것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래서 유기질비료가 나왔다. 유기질비료는 동물의 분비물이나 도축찌꺼기 등을 발효시켜 만들거나 식물성 퇴비 등을 썩혀 만든다. 화학비료보다는 낫겠지만 근본적으로 지력을 떨어드리고 계속하여 비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식물에게 이로운 방법이 아니다.

화학비료든 유기질비료든 나쁘긴 마찬가지다. 비료를 사용하는 농법으로 계속 가면 미래의 농사는 위기를 맞는다. 농사 잘 짓는다며 만들어내는 짙푸른 채소가 좋은 먹거리가 아니라 나쁜 먹거리이다. 좋은 채소는 썩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들거나 발효될 뿐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썩는 채소가 더 많다. 아무리 때깔 나는 채소라도 요즘 같은 날씨에 상온에 그대로 두면 며칠 안 가 썩는다.

자연 재배한 채소는 썩지 않는다

왼쪽부터 자연재배, 유기농, 일반 재배한 오이를 상온에 두었을 때 썩은 정도를 나타내는 사진이다. 왼쪽 자연재배 오이가 썩지 않고 그대로 있는 모습이 보인다.(책 사진 갈무리)
 왼쪽부터 자연재배, 유기농, 일반 재배한 오이를 상온에 두었을 때 썩은 정도를 나타내는 사진이다. 왼쪽 자연재배 오이가 썩지 않고 그대로 있는 모습이 보인다.(책 사진 갈무리)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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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있는 식물들은 시들지언정 썩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재배한 채소는 썩는다. 썩는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유기재배나 농약을 준 채소는 썩지만 자연 재배한 채소는 마르거나 발효된다.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의 저자는 오이와 감을 가지고 직접 실험한 결과를 사진으로 실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자연 재배한 식물이 썩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 재배한 농작물은 왜 썩지 않을까? 아마도 해당 작물에 모여든 균도 자연의 균형을 지키기 때문일 것이다. 병원균이 모여들어도 작물 자체가 지닌 균형이 좋기 때문에 감염되지 않는다. 예방을 하지도 않았으니 애초에 병원균이 들어올 틈이 없는 것이다.(책 29쪽)

놔두면 썩는 채소와 썩지 않고 시들거나 발효하여 차라리 향긋한 냄새가 나는 채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잘못 재배한 채소이고, 다른 하나는 제대로 자연 재배한 채소다. 이건 과일도 마찬가지다. "오이든 무든 같은 채소 중에서 언젠가 썩는 것과 언젠가 시드는 것, 두 종류가 있다면 어느 쪽을 먹고 싶은가? 자기 아이에게 어느 쪽을 먹이고 싶은가?" 작가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한다. 답은 자명하지 않은가.

저자는 또한 '유기농 채소는 무농약 채소'라는 등식에 반대한다. 유기농이란 유기질비료를 사용하여 농사를 짓는 걸 말한다. 화학비료든 유기질비료든 비료를 준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스럽지 못한 데는 벌레와 유해균이 붙기 마련이다. 그래서 농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비료사용과 농약사용이란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벌레는 결코 해충이 아니다

농촌진흥청 농사정보(비료주기와 농약살포를 권장)
상추 병충해방제를 어떻게 할지 일러주는 동영상 화면 갈무리, 이와 같이 농진청 농사정보는 비료와 농약을 어떻게 뿌려야 되는지에 관한 정보였다.
 상추 병충해방제를 어떻게 할지 일러주는 동영상 화면 갈무리, 이와 같이 농진청 농사정보는 비료와 농약을 어떻게 뿌려야 되는지에 관한 정보였다.
ⓒ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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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재배(유기농)- 가급적이면 잘 부숙된  퇴비를 1평방미터에 퇴비 2kg 정도와 요소 20g, 용인10g, 염화가리 15g 정도를 뿌리고 흙과 잘 섞이도록 갈아엎어 주거나, 퇴비가 충분하다면 1평방미터에 퇴비만 4~5kg 정도 넣고 갈아주면 됩니다.
*배추노균병방제(일반농사)- "노균병의 발병 증상으로는 배추의 잎 끝 부위가 노랗게 황백화 되거나 엽맥 부분이 괴사하게 됩니다. 이러한 증상이 발견되었을 경우에는 관련된 노균병 약제를 잎의 전면과 뒷면에 골고루 묻게끔 살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살포할 경우 7~10일 간격으로 연속해서 2~3회 이상 방제해야 방제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또한 수확기에 임박해서 방제할 경우에는 약제가 배추잎에 묻어서 잔류가(약제가) 남지 않도록 약제 안전사용 기준을 지켜서 잔류물이 남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농촌진흥청 홈페이지)

우리는 통상적으로 벌레 먹은 과일이 맛있다고 알고 있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힘주어 말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야생에 있는 과일은 더 맛있다는 결론이다. 벌레가 먹었으니까. 그러나 우리의 농법은 과일이나 채소를 더 맛있게 하려고 비료를 주고, 비료를 주다 보니 병충해가 심해 농약을 뿌리게 된다고 한다.

비료를 주면 벌레가 꼬인다. 하는 수 없이 농약으로 벌레를 죽인다. 그런데 사람들은 농약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 같은 값이면 무농약, 저농약 농산물을 먹으려고 한다. 저자는 간단한 답을 알려준다. 비료는 과일이나 채소에 이롭지 않은 물질이다. 이롭지 않은 물질을 주기 때문에 벌레가 달려든다. 비료를 안 주면 자연히 벌레도 안 달라붙는다. 이렇게 하면 무농약 재배가 가능해진다.

자연재배의 개념을 이렇다. '불순물'이 들어있지 않은 채소는 병에 걸리지 않고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 벌레는 채소에 병의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존재이며 병은 '불순물'을 내보내는 정화 작용이다.(책 14-15쪽)

'해충'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 농법에서는 벌레를 적으로 여겼다. 그러나 자연재배 농법에서는 채소의 관점에서 벌레를 생각한다. 따라서 벌레는 채소의 몸에 불필요한 것을 없애 주는 고마운 존재다.(책 23쪽)

지난해 텃밭에 각종 채소를 심어 한두 번 잘 먹었다. 그러나 세 번째 수확은 실패했다. 온통 벌레가 먹어버렸다. 아내는 벌레가 징그럽다며 텃밭 곁으로 가지도 않는다. 올해는 하는 수 없이 토마토와 가지, 고추만 몇 그루 심고 말았다. 벌레 때문에 채소를 못 먹겠더라고 말했더니 성도 한 분이 한 말이다. 그의 자조 섞인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목사님, 못 먹어요. 농약 안 하고는 한두 번이지 못 먹어요. 채소고 과일이고 못 먹어요! 유기농이니 무농약이니 하는 거 말이 그렇지, 모두 농약 치고 비료 줘요."

실은 우리 주위에는 이런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언제부턴지 유기농이나 무농약이라고 적힌 농산물은 사지 않은 지 오래다. 값만 비싸니까. 내친 김에 농촌진흥청 홈에 들어가 봤다. 역시 유기농은 유기질 비료를 쓰고 유기농약을 쓴다는 점만 보통 농법과 달랐다. 비료와 농약을 쓰는 유기농 재배법, 희한하지 않는가.

이처럼 불신이 쌓인 농산물, 가능성이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자연재배다. 원래 식물이 자연에서 잘 자라듯 농사도 그렇게 관리하자는 것이다. 그럼 연녹색의 채소, 썩지 않는 채소, 벌레 먹지 않는 채소가 가능하다.(다음에 계속)

가가와 히데오와 전선영은 누구인가?
저자: 가와나 히데오
저자 가와나 히데오는 자연재배 채소 유통회사 '내추럴하모니' 대표이자 자연친화적 삶을 전파하는 강연자. 1958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고쿠가쿠인 대학교를 졸업한 후, 몇 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바 현에 있는 자연재배 농가를 찾아가 1년간 농업 연수를 받았다. 연수를 마친 후 '내추럴하모니'라는 회사를 차린 그는 자연재배로 거둔 작물을 트럭에 싣고 전국을 누비며 이동 판매를 시작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간단한 실험 등을 통해 '색이 진한 채소가 맛있다.', '벌레 먹은 채소나 과일이 맛있다.', '시간이 지나면 채소는 썩는다.' 등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는 채소에 관한 상식의 오류를 지적한다.

역자: 전선영
역자 전선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출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10년 더 젊어지는 따뜻한 몸만들기>, <빨간색 하이힐을 신는 그 여자 VS 초록색 넥타이를 매는 그 남자>, <장이 편해야 인생이 편하다>, <우리 학교가 달라졌어요> 등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 가와나 히데오 저/ 판미동 출판/ 2012년 초판/ 값 12000원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채소의 진실

가와나 히데오 지음, 전선영 옮김, 판미동(2012)


태그:#채소는 푸르지 않다, #가와나 히데오, #자연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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