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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이 이 학교 노천극장 앞마당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 텃밭 가꾸는 학생들 경희대학교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이 이 학교 노천극장 앞마당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 송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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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가 한창인 대학에서 전공서적 대신 호미를 쥔 학생들이 있다.

20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노천극장 공사장. 20여 명의 학생들은 호미를 하나씩 손에 쥐고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학생들이 호미로 흙을 슬슬 긁어내자 알 굵은 감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10리터짜리 파란색 물뿌리개 통엔 이들이 캐낸 감자가 가득 들어 있었다.

이 학생들은 '도시농부학교'라는 교양수업의 수강생들이었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동안 삽과 호미를 들고 텃밭을 가꾸어 왔다. 텃밭에는 감자와 방울토마토, 상추와 고추 등이 심어져있다.

정승헌(23)씨는 "군대에서 감자를 하루에 세 박스씩 깎았는데, 지금 이렇게 감자가 나오는 거 보니까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씨는 "수업이 없는 월요일과 수요일에 시간을 내서 (텃밭에) 물을 줬다"고 덧붙였다.

'도시농부학교'는 지난 2012년 2학기부터 운영되고 있다. 채소를 직접 재배하기 위한 이론과 실습을 통해 먹거리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안을 찾아보고, 도시의 농사가 주는 생태와 환경의 개선과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모색해보자는 게 수업의 취지다.

경희대는 노천극장 리모델링 공사가 연기되자, 노천극장 앞마당을 이 수업을 위해 내주었다. 원래 잔디밭이었던 노천극장 앞마당은 각종 농작물이 자라는 텃밭으로 거듭났다.

기말 시험은 '영농일지'로 대체

경희대학교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이 이 학교 노천극장 앞마당에서 호미로 감자를 캐고 있다.
▲ 감자 캐는 학생들 경희대학교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이 이 학교 노천극장 앞마당에서 호미로 감자를 캐고 있다.
ⓒ 송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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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업은 학점을 매기지 않고 통과여부만 따진다. 기말고사 기간에도 학생들이 삽과 호미를 들 수 있던 이유다. 4학년인 서영균(26)씨는 "(이 수업이) 학점을 매기지 않는 게 부담이 없어서 들었다"고 밝혔다. 수업을 맡은 민동욱 서울시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45)은 "기말 시험 대신 영농일지를 내게 했다"고 소개했다.

농작물은 철저하게 친환경적으로 재배했다. 학생들은 각자의 오줌으로 퇴비를 만들어 농작물을 키웠다. 민 운영위원장은 "수업에서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학기에 한 학생은 아버지랑 동생 오줌까지 받아왔다"고 귀띔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농사지은 감자를 요리해 먹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노천극장 무대에서 둥그렇게 모여 앉아 감자전을 부쳤다. 후라이팬에서 감자와 양파, 고추 등을 섞은 반죽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가자 환호성이 터졌다. 감자전을 맛 본 한 학생은 "(감자전 위에 올려진) 치즈가 느끼할 거 같았는데 고추가 있어서 단백한 느낌'이라는 평을 남겼다.

민 위원장은 "먹는 행위는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는 중요한 행위인데 요즘 보면 다들 스마트폰을 하면서 밥 먹는다"며 "학생들이 직접 농사한 걸 먹으며 자신의 몸이 건강해지는 과정을 통해 먹거리 문제와 생태,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경희대학교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이 수확한 감자를 채썰고 있다.
▲ 감자를 채써는 학생들 경희대학교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이 수확한 감자를 채썰고 있다.
ⓒ 송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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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희대, #도시농부학교, #교양수업, #기말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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