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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함께, 신나게 일해 봅시다." 일벌레로 유명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거 직후 시청 공무원들에게 던진 말이다. 앞서 박 시장은 '촘촘한 복지 공약'과 '든든한 안전 공약'을 발표했다. 이로써 민선 6기 시정은 1기와 다른 크고 작은 변화를 예고했다. <오마이뉴스>는 박원순의 서울시 시즌2를 미리 짚어본다. 두 번째로 4년 뒤 시민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2018년 오늘'을 사는 주부의 하루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말]
[아침] 아이 건강은 주치의가... 국공립 어린이집 1000개 확대

지난 2일 오전 당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양천구 구립 큰솔어린이집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점심 배식을 한 뒤 대화를 하고 있다.
▲ 어린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박원순 지난 2일 오전 당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양천구 구립 큰솔어린이집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점심 배식을 한 뒤 대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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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에 사는 35살 정은씨. 그는 결혼 10년차 주부다. 초등학교 1학년 딸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다. 남편이 아침 일찍 출근한 뒤 두 아이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딸아이는 아파트 단지 앞에 서는 초등학교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한다. 늘어나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4년 전 도입된 버스다. 둘째는 어린이집에 직접 데려가야 한다.

참, 오늘은 아이 주치의 병원에 가는 날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정은씨는 둘째를 어린이집에 데려가는 길에 동네 의원에 들렀다. 시에서 12살 이하의 아이는 주치의 병원을 지정해야 한다며 소개한 곳이다. 이 정책으로 대형 병원 탓에 운영이 어렵던 동네 병원은 활기를 띠게 됐다. 첫째는 아토피가 심했는데,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약을 바르니 나아졌다. 오늘 둘째는 일본뇌염 모기 백신 주사를 맞았다. 이곳에서는 엄마, 아빠의 건강 체크도 덤이다.

둘째는 구립 어린이집에 다닌다. 5년 전 첫째를 이곳에 보내려고 했지만, 당시 입학은 '로또'만큼이나 어려웠다. 대기 순서가 230번. 결국 2년 동안 사립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다. 급식과 보육 교사가 성에 차지 않았지만 꾹 참는 수밖에 없었다.

둘째는 달랐다. 대기 20번, 2주 만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기다리는 2주 동안에는 '우리 동네 보육 반장'에게 조언을 받으며 집에서 돌봤다. 애 키우는 일은 첫째든 둘째든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된다. 엄마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 정은씨는 지금도 보육 반장과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는다.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친환경 급식이 제공되고 보육 교사 숫자도 많다. 옆집 엄마 말로는 4년 동안 국·공립 어린이집 1000개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덩달아 사립 어린이집도 보육료가 낮아지고 교사들의 처우도 좋아졌다고 한다. 보육 걱정에 둘째를 가질 때 고민이 많았지만, 첫째에 비하면 수월해진 편이라고 정은씨는 생각했다.

[점심] '베이비부머' 아버지는 인생 2모작 스타트

서울 강남구 수서차량기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수서차량기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자료사진>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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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마을기업 사무실에서 먹었다. 이곳은 태양광을 설치해 주는 기업인 '빛나라'로,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여 세웠다. 동네 주민 5명을 고용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차원에서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자 시민들의 태양광 설치 문의가 늘고 있다. 회사는 아파트 옥상, 발코니, 일반 주택 지붕에 태양광 시설을 짓는다.

오늘은 사무실 이전 문제로 회의가 열렸다. 월세 60만 원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시가 구청의 유휴공간을 매입해 마을기업에 싸게 임대해 주겠다고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비어 있는 곳을 활용해 의미 있게 쓰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직원들 거주지와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사와 인테리어 비용을 빼고도 남는 장사라고 의견이 모아졌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아버지는 30년 직장생활을 하다 1년 전 퇴직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부쩍 외로움을 타던 아버지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해했다. 그러다 구청 인생 이모작 지원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이 센터는 시에 한 곳뿐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구청마다 문을 열었다. 아버지는 이곳에 드나들면서 새로운 일거리를 구상하고 있다. 아버지 세대에게 비빌 언덕이 늘고 있어서 다행이다.

평소 역사 유적에 관심이 많던 아버지는 매일 이곳에서 서울 유적 수업을 듣고 있다. 한양도성부터 서울 궁궐까지, 역사 전공자에게도 만만치 않은 수준 높은 강의라고 한다. 아버지는 서울 유적 관광 가이드가 되고 싶어한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홍보 일을 하던 그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전화로 "내가 직접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서 해볼까해, 누군 밑에서 일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며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을 받아 일을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차 없어도 '나눔카'로... 상암DMC에서 미디어 녹음

서울시 나눔카 <자료사진>
 서울시 나눔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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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2시부터 마포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방송 녹음이 예정돼 있다. 마을기업의 운영위원들과 함께 진행하는 에너지 관련 프로그램이다. 매주 한 차례, 1시간가량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서울시가 마을 미디어를 지원해 출연료도 덤으로 받고 있다.

상암DMC는 서울시장이 5년 전 창조 경제 거점으로 육성한 곳. 이제는 웬만한 방송사와 언론사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이곳에서 대한민국 콘텐츠 전쟁이 벌어진다. 상암DMC 인근은 무료 와이파이가 '빵빵' 터진다. 서울시가 유동 인구가 집중된 1000여 곳에 무선 인터넷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녹음은 미디어 공유 센터에서 이뤄졌다. 이곳은 마을 미디어 방송을 위해 무료로 개방된 공간이다. 관리는 마을미디어 기업이 맡고 있고 방송은 녹음 뒤 간단한 편집을 거쳐 마을 미디어 포털을 통해 전파된다.

강북의 사무실에서 마포 상암DMC까지는 서울시 나눔카로 이동했다. 이동 인원은 정은씨를 포함해 4명.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하지만 방송 녹음이 있는 날에는 나눔카를 빌린다. 구청 주차장에 설치된 대여기에서 차에 전기를 충전하고 출발했다.

지난 2013년부터 도입된 나눔카는 기름 값, 보험료 없이 시간당 6000원 정도에 이용할 수 있다. 이날 마포와 강북을 오가는 데에 만 원을 썼다. 정은씨는 "택시를 탔다면 2배는 나왔을 것"이라며 "나눔카로 교통량을 줄여보려 했지만 서울의 교통체증은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저녁] 시민대학에서 강의... 아이들도 바쁜 하루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가 20대 여성을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모습. <자료사진>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가 20대 여성을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모습. <자료사진>
ⓒ 동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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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앞으로 갔다. 정은씨는 남편과 함께 일주일에 2번 시민청 시민대학에서 수업을 듣는다. '배워서 남 주느냐'며 남편을 꼬드겨 한 학기에 세 과목을 신청했다. 이날 강의는 협동조합 기초이다. 정은씨는 에너지 절감형 협동조합 주택에 관심이 많다. 돈과 사람을 모아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주택을 짓겠다고 다짐했다.

정은씨와 남편이 저녁에 수업을 듣는 날이면 첫째는 학교 수업을 마친 뒤 곧장  지역예술교육센터에 간다. 거기서 피아노 수업을 듣고 작은도서관에서 또래 아이들과 독서 모임을 갖는다. 둘째의 어린이집은 밤 9시까지 야간 돌봄도 가능하기 때문에 마음이 놓인다.

정은씨 부부는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골목길에 50대로 보이는 여성귀가 안심스카우트가 20대 여성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귀가하고 있었다.


태그:#박원순 시장, #원순씨 시즌2, #국공립어린이집, #아동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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