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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개정교육과정과 2011개정교육과정(교과서 개발) 적용 일정입니다. 2014년에도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새로 바뀌었고 2016년까지 개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2009개정교육과정과 2011개정교육과정(교과서 개발) 적용 일정입니다. 2014년에도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새로 바뀌었고 2016년까지 개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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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녀가 3~4학년이 된 학부모라면, 아이들이 새로 받아온 교과서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눈치 챘을 것이다. 이 교과서는 2011년 8월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고시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개정교육과정은 올해부터 중학교 2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적용되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교육부와 출판사들이 교과서 가격 책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신입생들은 입학하고 나서 책을 받을 수 있었다. 2015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에 새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적용되고 2016년에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적용된다(관련기사 : MB임기 끝나도 교육과정 삽질은 2016년까지 쭈욱?).

2014년초 업무보고에 따르면, 교육부가 또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바꾸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과정을 보도블록보다 더 자주 바꾼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학교 현장에선 2009년부터 노무현정권 때 만든 2007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새 교과서가 적용되어 2015년까지 연차시행될 예정이었다. 2000년부터 시작된 7차교육과정이 2012년 고3까지 적용되는 것처럼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무리가 없도록 차근차근 시행되기 때문이다.

세 가지 교육과정 섞여 정신 못 차릴 지경인데, 또...

학생들을 가르치는 바탕인 교육과정은 길게 내다보고 차근차근 실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인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를 내세워 2009년엔 총론(운영방법 중심)을, 2011년엔 총론과 교과교육과정을 바꿨다. 또 교과서도 새로 만들어 2013년부터 적용하라 지시했다. 이후 학교 현장에는 세 가지 교육과정이 섞여,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 됐다.

2011~2013년 교육과정 수정고시 현황
1.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1-13호에 따른 개정
2.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1-361호에 따른 개정
3.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3호에 따른 개정 ··
4.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14호에 따른 개정
5.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29호에 따른 개정
6.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31호에 따른 개정
7. 교육부 고시 제2013-7호에 따른 개정

출처 : 교육과정평가원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연구 목차 중에서>
이뿐만이 아니다. 당국은 이후 2012년에도 여러 번 교육과정을 바꿨다. 교육과정이 너무 자주 바뀌다보니, 교사들도 자신이 가르치는 교육과정이 뭔지, 지난해와 차이점이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기본적인 정보만 제공할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계속 바뀌니 교사들끼리도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초등교사는 해마다 학년이나 교과, 업무가 바뀌기 때문에 교무실은 도떼기시장과 다름없다. 해마다 교과서가 달라지니 교과서 물려주기는커녕 쓰레기만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또 2015개정안을 적용해 교과서를 바꿔 2017년부터 적용한다면 또 다시 교육현장엔 혼란이 몰아칠 것이다.

게다가 올해초 업무보고 때 교육부가 들고 나온 교육과정 개정 방식은 예전과 너무 달라서 그동안 교육과정연구를 해온 사람들조차 당황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개정할 땐 자문회의나 교육과정개정특위를 꾸린 뒤 기본안을 마련한 다음, 토론회를 거쳐 현장검토(이명박 정권에서는 현장검토가 사라짐), 공청회를 거쳤다. 법적으로 중요사항은 공청회와 교육과정 심의회를 거쳐야만 고시를 할 수 있다.

올해초 교육부의 업무보고에 나온 교육과정 개정 일정(안)입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그동안의 교육과정개정과정에서 보기 힘든 일정입니다.
 올해초 교육부의 업무보고에 나온 교육과정 개정 일정(안)입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그동안의 교육과정개정과정에서 보기 힘든 일정입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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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위 표를 보면, 2014년 7월에 총론 핵심사항 결정과 교과서 구분 고시 일정이 잡혀 있다. 처음에는 이 표를 보고 올 7월에 교육과정이 바뀌는 줄 알았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보니 2015년 9월(이하 2015개정안)에 고시를 한다고 돼 있었다. 결국 공청회는 내년에나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대체 올 7월에 핵심사항을 결정하는 단위는 대체 어디인 걸까? 현재로선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토론회 없이 갑자기 공청회를 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고, 7월에 교과서 구분고시를 먼저 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교과서 구분 고시란 교과서 개발 방식을 국가가 하느냐, 검정이나 인정으로 하느냐를 의미한다. 국정은 교육부가 교과서 개발단체를 공모하여 만들고, 검정은 검정기준을 통과한 출판사가 발행하고, 인정교과서는 인정심사를 각 교육청에 맡겨서 진행하고 있다. 초등 일부 교과(도덕, 국어, 사회, 수학, 과학, 통합교과)와 중등에서 수요가 적은 10개 교과 외에는 검정 일부, 그리고 대부분은 인정교과서로 출판되고 있다.

그동안은 교육과정을 고시하고 나서 교과서 구분고시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왜 교육과정에 대한 고시도 하기 전에 교과서 구분고시부터 한다는 것일까? 일각에선 교학사 사태 이후 불거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교육과정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왜 이 시점에 교육과정을 바꾼다고 하는 것일까. 교육부는 문이과통합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수능도 바꾸고, 초등학교까지 문이과통합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초등학교 1, 2학년 수업시수를 현재 주 22~23시간에서 주 25시간으로 늘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외에는 학년군과 교과군, 집중이수제, 창의적 체험활동, 자유학기제와 관련된 내용을 손 볼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교육부가 내놓은 문이과통합과정이 계열 구분 없이 공통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인줄 알았다. 일각에선 고등학교 1학년에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을 만들어 공통으로 배우게 한 뒤 수능도 모두 보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는 문과생들이 과학과목을 거의 안 배우고 대학에 와서 자연, 이공계열 공부를 못 따라온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이라면, '통합사회·통합과학 개편안'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

교육부 새 교육과정, 교육현장 혼란 가중시킬 것

이에 대해 현장 교사들은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한다. 다른 교과목 이수단위도 많이 변하지 않는데다, 고등학교 2~3학년은 시험점수 잘 나오는 것 위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용만 놓고 보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2009개정교육과정의 문제점을 고쳐 2007개정교육과정 체제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2009개정교육과정 때 고등학교 1학년이 배우던 공통교육과정까지 다 선택으로 돌려버리고 학교들에 일정 부분의 수업시수편성 자율을 주면서, 교육 현장은 국영수 몰입교육을 하는 입시학원으로 변했다. 사실 그때부터 현장에선 2009개정교육과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관련기사 : 2009개정교육과정, 4대강 삽질이랑 똑같네).

 2014년 현재 교육과정 관련 연구 공모 상황 
1. 교육과정 개정 연구 : 문이과통합형 교육과정 총론시안 개발연구(총괄),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구성방안 연구, 오초중학교 교육과정 개선 연구, 학교현장 국가 사회의 요구사항 조사 연구, 교과 교육과정 개발방향 설정 연구, 국가교육과정 질관리 체제 구축 방안 연구, 문이과 통합 국어과 교육과정 재구조화 연구, 문이과통합 수학과 교육과정 재구조화 연구, 문이과통합 영어과 교육과정 재구조화 연구, 문이과통합 사회과 교육과정 재구조화 연구, 문이과통합 역사과 교육과정 재구조화 연구, 문이과통합 과학과 교육과정 재구조화 연구 총 12개 655(백만원)

2. 정책연구과제 중 : 문이과통합형 교육과정 개편등에 대응한 교원정책 방향 탐색, 자유학기제 학생 체험 인프라 확충 방안 연구,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 체제 개편 방안 연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체제 재구조화 방안 연구(5.19일 공모마감)
이미 한 번의 실패가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교육 현장은 교육부가 이번에 내놓은 문이과 통합과정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기존 내용을 줄이는 일조차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렵기로 소문난 초등교과서를 7차에서는 30%,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는 20% 줄인다 했는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관련기사 : 학습량 20% 감축, 이제는 안 속아요).

줄인다면서 압축하고 다른 내용 첨가하니, 조삼모사나 다름없다. 고등학교 교사가 초등 3, 4학년 사회 교과서를 본 뒤 고등학교 2, 3 학년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할 정도니, 할 말 다 했다.

현재 학교 현장은 기존의 교육과정개정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 교육부는 그동안 문서만 바꿨을 뿐 실제 학교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고 있을까.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설문조사 몇 개로 교육과정 개정에 착수해선 안 될 것이다.

이번에 교육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으론 고등학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초중학교까지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더 크다. 어설픈 개정보단 학교 단위에 일제고사 폐지나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 재구성 권리를 주는 것이 먼저다. 또 통합적인 교육은 현재 이루어지는 주제통합, 프로젝트 수업 등으로 점차 바꿔나가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였다. 그런데 학교는 8년째 한해살이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배우고 있다. 아이들과 미래를 생각한다면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수능개편안을 부분 수정하는 것이 낫다. 그러면서 동시에 장기적으로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면 더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같은 내용을 송고합니다



태그:#역사국정화, #교육과정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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