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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의 전략공천을 받아 6.4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당선인. 그가 9일 인수위인 '희망광주 준비위'를 출범시켰다. 시민사회 출신으론 처음으로 광주시장에 당선한 그의 과제를 몇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말]
윤정현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이 9일 오후 인수위인 '희망광주 준비위'를 출범시키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위원장을 맡은 송인성 전남대 명예교수.
 윤정현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이 9일 오후 인수위인 '희망광주 준비위'를 출범시키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위원장을 맡은 송인성 전남대 명예교수.
ⓒ 희망광주 준비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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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이 시장직 인수위원회인 '희망광주 준비위원회'를 9일 오후 출범시켰다. 송인성 전남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희망광주 준비위는 기획·총괄·안전, 문화·관광·체육, 환경·복지·여성, 경제·산업·도시재생, 시민 소통·참여 등 5개 분과위, 25명의 위원으로 구성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은 희망광주 준비위의 비전을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 기본권이 살아 숨쉬는 희망광주시민에 의한 사람중심, 생명도시 광주"로 정하고 ▲안전한 생명도시 ▲넉넉한 경제도시 ▲따뜻한 복지도시 ▲꿈꾸는 문화도시 ▲100년 미래 푸른 도시 등 5개 분야 15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선거 기간 동안 '안철수의 전략공천'에 가려져 자신만의 색깔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윤 당선인. 희망광주 준비위 출범으로 윤 당선인은 자신의 색깔에 맞게 광주의 밑그림을 그릴 첫 발을 떼게 된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윤 당선인이 설계하는 '희망 광주'는, 윤 당선인을 전략공천한 안철수 대표와의 거리두기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제는 '안철수가 전략공천한 윤장현 후보'가 아닌 '150만 광주시민이 선택한 시장 윤장현'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재구성 :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위한 '후보 윤장현'이었으나...

약 30년 동안 시민사회운동에 헌신해온 윤 당선인은 2013년 12월 8일 정치인으로 삶의 궤를 바꾼다. '정치인 윤장현'의 첫 시작은 이른바 '안철수 신당'을 준비하던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공동위원장이었다. 윤 당선인은 이때부터 '안철수 신당의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독자신당의 길을 갈 것이란 예측을 깨고 새정추는 지난 3월 26일 민주당과 합당한다. 그리고 4월 13일 광주지역 국회의원 5명(박혜자·장병완·임내현·김동철·강기정)은 윤 당선인을 시장 후보로 지지한다고 전격 발표한다. 그들이 동료 국회의원(이용섭)과 현직시장(강운태)을 제치고 그를 지지하자 '전략공천 설'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5월 2일 밤 11시께, "윤장현 후보를 새정치연합 광주광역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한다"고 발표했다.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던 강운태·이용섭 후보의 반발은 거셌고, 지역 여론도 따가웠다. 그렇게 역대 가장 치열했다는 광주시장 선거가 시작되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조차 윤 당선인은 열세를 면치 못했다. 거기에다 "밀실 낙하산 공천을 심판하겠다"며 강운태·이용섭 후보는 단일화를 이뤘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물량 공세로 맞섰다.

안철수 대표는 3주 내리 광주를 찾아 지지를 부탁했고, 김한길 대표, 정동영 고문, 천정배 고문 심지어 권노갑·김상현 등 원로들까지 광주에 투입됐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수도권이 아닌 광주에 올인하는 매우 특이한 선거전을 펼쳤다.

그는 선거기간 동안엔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위한 후보 윤장현'이었으나 지금은 '150만 광주시민의 시장, 윤장현'이다. (사진은 윤장현 후보를 지원 유세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
 그는 선거기간 동안엔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위한 후보 윤장현'이었으나 지금은 '150만 광주시민의 시장, 윤장현'이다. (사진은 윤장현 후보를 지원 유세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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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박원순'이 아닌 '광주시장 윤장현'이 되어야

수도권을 포기하고 광주에 올인한 결과였을까. 서울시장을 제외하고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을 새누리당에게 내준 새정치연합은 윤장현 후보의 압승(득표율 57.9%)을 이끌어냈다. "안철수 대표가 자신이 전략공천한 윤장현 후보를 살리기 위해 수도권을 내줬다"는 비판이 당 안에서조차 터져 나왔다.

안철수 대표는 광주에 올인하고도 대권 주자로서 호남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한국일보>가 9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유·무선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P)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안 대표는 호남에서 21.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호남에서 지지율 26.3%를 이끌어내며 단숨에 호남이 선호하는 대권주자 1위로 등극했다.

안철수 대표와 새정치연합이 '윤장현 후보'를 살리기 위해 광주에 올인하는 동안 정작 광주와 윤장현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선거는 의제보다 날선 정치적 공방으로 채워졌고, 광주는 정책보다는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극렬하게 갈린 대립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장현 후보의 당선은 광주에 큰 의미를 남겼다. 시장을 다시 주민직선으로 뽑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역대 광주시장(송언종·고재유·박광태·강운태)은 모두 관료·정치인 출신이었다.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시민사회 출신 인사가 광주시장으로 당선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이를 "20년 동안 묵은 광주기득권과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윤 당선인이 20년 묵은 기득권과 싸워 이긴다면 그는 광주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차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다시 관료에 포위당하고, 기존 주류 이해집단과 타협한다면 윤 당선인은 경적소리만 다를 뿐인 '구시대 막차'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윤 당선인에게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윤장현다움'이다. 아시아인권위원회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인 그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자신을 '소셜 디자이너'이라고 소개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를 전략공천한 안철수 대표와 새정치연합은 윤 당선인을 '광주의 박원순'이라고 소개했다. 선거 초반 그의 선거캠프 역시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광주의 박원순'으로는 광주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차가 될 수 없다. 오로지 '광주사람 윤장현'이 되어야만 변화가 가능하다.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위한 후보 윤장현'이었으나 지금은 '150만 광주시민의 시장, 윤장현'이다. 광주시민이 기대하는 것은 '안철수식 새정치'도 아니고, '광주의 박원순'도 아니다. 광주시민은 '첫 번째 시민시장'답게 그가 디자인하는 새로운 광주를 기다리고 있다. 구시대의 막차가 될 것인가, 새시대를 여는 첫차가 될 것인가.

이제 모든 것은 윤장현의 몫이다.


태그:#윤장현, #안철수, #광주시장, #인수위,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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