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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세기 가까이 살아오신 할아버지는 며느리의 부축과 지팡이의 힘을 빌어 천천히 걷고, 허리는 굽었지만 할머니는 지팡이만 의지하고서도 잘 걷는다. 젊을 적에는 늘 남편이 앞서가고 뒤에서 쫓아가기 바빴는데 이젠 남편이 아내 따라가기가 바쁘다.
▲ 노부부의 산책 한 세기 가까이 살아오신 할아버지는 며느리의 부축과 지팡이의 힘을 빌어 천천히 걷고, 허리는 굽었지만 할머니는 지팡이만 의지하고서도 잘 걷는다. 젊을 적에는 늘 남편이 앞서가고 뒤에서 쫓아가기 바빴는데 이젠 남편이 아내 따라가기가 바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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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왕갈비탕을 드시고 미용실을 찾은 노부부, 할머니가 먼저 머리를 다듬는다.
▲ 미용실 점심으로 왕갈비탕을 드시고 미용실을 찾은 노부부, 할머니가 먼저 머리를 다듬는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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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미소, 머리를 자르시면서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이 할머니는 우리 어머니다. 치매로 아픈 상처들을 많이 잊으셨지만, 그 상황에서도 자식들에 대한 걱정은 차마 지우질 못하셨다. 그래서인가? 참으로 오랜만에 해맑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았다.
▲ 미소 할머니의 미소, 머리를 자르시면서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이 할머니는 우리 어머니다. 치매로 아픈 상처들을 많이 잊으셨지만, 그 상황에서도 자식들에 대한 걱정은 차마 지우질 못하셨다. 그래서인가? 참으로 오랜만에 해맑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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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할아버지 차례다. 할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막내 아들인 나보다 더 힘이 좋으셨다. 이젠 자식들이 옆에서 함께하지 않으면 거동하시질 못하신다.
▲ 미용실 이제 할아버지 차례다. 할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막내 아들인 나보다 더 힘이 좋으셨다. 이젠 자식들이 옆에서 함께하지 않으면 거동하시질 못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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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아버지의 머리가 백발이 되었을까? 기억으로는 칠순때도 백발이 아니셨던 것 같다. 나는 40중반부터 새치가 생기기 시작해 지금은 염색하라는 타박을 받을 정도로 머리가 희다. 다행히 머리숱은 이버지를 닮지 않았다.
▲ 미용실 언제부터 아버지의 머리가 백발이 되었을까? 기억으로는 칠순때도 백발이 아니셨던 것 같다. 나는 40중반부터 새치가 생기기 시작해 지금은 염색하라는 타박을 받을 정도로 머리가 희다. 다행히 머리숱은 이버지를 닮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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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하시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어머니. 노부부는 젊었을 때 참으로 많이 다투기도 하셨는데, 이젠 한 세기 가까운 삶을 살아오시면서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 미용실 이발하시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어머니. 노부부는 젊었을 때 참으로 많이 다투기도 하셨는데, 이젠 한 세기 가까운 삶을 살아오시면서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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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바라보다 잠시 자식들 생각에 잠기셨는지, 표정에 근심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젠 아신다. 자신이 고민하고 근심한다고 될 일도 아니라는 것을. 남은 여생 편안하게 사시면 좋겠다. 그런데, 그 나이가 되면 그냥 그렇게 남은 여생이라고 해야하는 것일까?
▲ 노부부 남편을 바라보다 잠시 자식들 생각에 잠기셨는지, 표정에 근심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젠 아신다. 자신이 고민하고 근심한다고 될 일도 아니라는 것을. 남은 여생 편안하게 사시면 좋겠다. 그런데, 그 나이가 되면 그냥 그렇게 남은 여생이라고 해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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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다 다듬으시고 머리를 감는 할아버지, 오늘은 오랜만에 목욕도 하시고, 머리도 깎으시고, 외출하셔서 왕갈비도 드셨다. 이도 시원찮지 않지만, 가장 잘 드시는 음식은 고기다.
▲ 이발 머리를 다 다듬으시고 머리를 감는 할아버지, 오늘은 오랜만에 목욕도 하시고, 머리도 깎으시고, 외출하셔서 왕갈비도 드셨다. 이도 시원찮지 않지만, 가장 잘 드시는 음식은 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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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저의 아버지 입장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 기자 말

아침부터 며느리가 분주하게 외출 준비를 시킨다.

며느리가 아내를 목욕 시켜주는 것은 좋지만, 아무리 늙었어도 날 목욕 시켜주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마누라가 목욕을 시켜주면 온수와 냉수를 맞추지 못해서 애를 먹는다. 며느리는 목욕물 온도를 잘 맞춘다.

이놈들이 오늘은 어디를 가려는가?
점심 시간이 다 되었는데 식당에 가서 맛난 것을 사주려나?
왕갈비탕을 잘하는 집이 있단다. 지난 번, 손주 생일에 소갈비를 제법 잘 먹었더니만 막내가 깜짝 놀라며 물었지.

"누가 노인분들 이가 없어서 고기를 못드신다고 하셔요? 우리 아버지 보세요. 나보다 더 잘 드시는데."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지.

'그려 이놈들아, 나도 고기 잘 먹을 수 있어.'

왕갈비탕을 다 비우고 미용실에 갔다. 아내가 먼저 머리를 깎고, 나도 깎는데 뒤통수가 간지럽다. 이발하는 거 처음 보나? 아내가 계속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미용실 사장이 젊어서 시샘하나?

오랜만에 목욕, 왕갈비탕, 이발.

한 세기 가깝게 살다보니 하루에 이 정도 했으면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 것이다. 이 정도로 행복이 가득했던 적이 언제였나 돌아보니 어릴 적이었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더니, 이런 뜻도 있는가 보다.


태그:#노부부, #이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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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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