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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현종 2년(1011)에 창건 된 서울 삼각산 진관사
 고려 현종 2년(1011)에 창건 된 서울 삼각산 진관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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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납니다. 무고할 수도 있는 한 사람, 그 사람이 간첩이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허위문서까지 조작했다는 혐의로 재판 중인 국가기관들. 그들의 존재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화가 납니다.

누군가를 음해하기 위해 동원되는 정보력은 음습합니다. 국가기관의 정보력이 그렇게 음습한 곳에서 허비되지 않고 보다 긍정적인 정보를 발굴하는 데 진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훨씬 더 발전적이고 가슴 뿌듯하게 하는 역사적 사실들이 좀 더 많이 발굴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국가유공자 가족이나 그 후손들이 누군가의 유공을 인정받기까지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증빙자료, 세월에 묻히고 기억에서 사라진 자료들을 하나하나 발굴하고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모든 과정이 온전히 그들을 지치게 하는 몫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경험도 없고, 정보력도 없는 사람들은 어떤 자료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해매도 성사여부는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외교문서까지 조작할 수 있는 조직이 갖는 정보력이라면 쉽게 찾아 어렵지 않게 입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정보력을 갖춘 조직이 국가유공자나 숨은 애국자들을 발굴하는 데 진력하지 않고 허투루 문서조작이나 하는 데 조직력을 허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화가 납니다.

독립운동가 초월 스님의 불꽃같은 삶을 그린 <백초월>

<백초월>(지은이 김광식/민족사/2014. 6. 15/1만 5000원)
 <백초월>(지은이 김광식/민족사/2014. 6. 15/1만 5000원)
ⓒ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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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백초월>(지은이 김광식/민족사)은 해방이 되고도 반세기쯤의 세월이 흐른 1980년대 후반이 돼서야 독립운동을 이끈 주역으로 밝혀진 백초월 스님, 독립운동가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가신 백초월 스님의 삶과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조명합니다.

2009년 5월 2일, 서울 근교의 명찰로 알려진 진관사 경내에 있는 칠성각을 보수하던 중 대형태극기로 싼 '독립신문' '자유신종보' '신대한' '경고문' '조선독립신문' 등 독립운동사를 입증하고 연구하는 데 아주 귀한 자료 6종 17점이 발견됐습니다.

발견된 자료들은 2009년 8월 11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으며, 공개된 자료들은 독립운동가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백초월 스님이 탄소화된 그을음처럼 하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을 역사적 자료로 남긴 흔적이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백초월 스님은 1876년 2월 3일,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습니다. 14살이 되던 1890년, 지리산 영원사로 출가해 20대 나이에 영원사 조실로 추대될 정도로 선각자적인 출가수행자의 삶을 삽니다. 스님은 지리산 일대에서 펼쳐지던 의병 전쟁을 지켜보며 민족에 대해 각성합니다. 그후 스님께서는 독립운동 군자금을 모아 송금하고, 학생운동을 전개하는 등 독립을 위해 앞장서다 일본군에 피체돼 1944년 6월 29일, 청주교도소에서 옥중 순국하셨습니다.

국가 기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자료 발굴하면 좋을 터

여느 유공자들이 다 그러하듯, 백초월 스님 역시 개인적 출세나 영달을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다 돌아가신 게 아닙니다. 그러함에도 스님의 옥중사가 나라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순국임을 밝히는 과정은 온전히 유가족의 몫일 뿐이었습니다. 마음이 피곤해지고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수리 중 귀중한 자료들이 발견 된 진관사 경내 칠성각(사진 오른쪽)
 수리 중 귀중한 자료들이 발견 된 진관사 경내 칠성각(사진 오른쪽)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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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할 수도 있는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문서까지 조작하는 그 열정과 노력을 다시는 허투루 허비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열정과 노력을, 역사적으로는 있었으나 세월에 잊히고, 사방으로 흩어지거나 가려져 쉬 드러나지 않는 유공자와 그들이 남긴 흔적들을 찾아내는 데 진력하는 것이야말로 권력기관이 지향해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국가적 현실은 그러할지라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아 백초월 스님께서 살아간 삶을 퍼즐조각을 맞춰나가듯이 완성해 내는 과정은 또 다른 애국심이며 애국지사의 넋을 기리는 제향의 향불과 같습니다.

백초월 스님이 살다간 불꽃같은 삶을 기리고, 불꽃처럼 살다 간 백초월 스님의 삶을 다시금 조명해 나가는 과정을 책 <백초월>에서 실감나게 접할 수 있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백초월>(지은이 김광식/민족사/2014. 6. 15/1만 5000원)



백초월 - 독립운동가 초월 스님의 불꽃같은 삶

김광식 지음, 민족사(2014)


태그:#백초월, #김광식, #민족사, #진관사,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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